신기하게도 사람에게는 각각 타고난 능력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을 살펴봐도 얼굴 모양이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늘을 봐도 땅을 봐도 나무도 산도 들도 곡식들도 신이 창조한 세계는 정말 다르게 존재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도 똑같으면 금방 싫증을 냅니다. 청소년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봉사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다 다릅니다.
그런데 유독 중·고등학교 학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원하는 봉사활동은 거의 같습니다. 쉽고 편하고 시간 많이 주는 것. 우리 단체는 주로 산행을 통한 환경정화와 캠페인활동을 하는데, 위험하다고 실내활동으로 돌려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습니다. 심지어는 부모가 대신하면 안 되겠냐고 사정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정 걱정이 되시면 학생 손 잡고 같이 오시기를 청합니다. 학생들이 얼마나 날다람쥐처럼 산을 잘 타고 콧바람을 휘날리며 나뭇잎을 유심히 살피고 누군가 양심없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잘 찾아내는지 두 눈으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른들이 언제까지 세상의 그 많은 위험을 막아줄 수 있을까요? 삼면이 바다이고 대륙은 막혀있으니 배나 비행기를 타지 않고는 다른 나라에 갈 수 없는 섬 아닌 섬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글자를 배우기 전에 수영을 배워야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월호 사건이 있기 전에는 잊고 살았습니다.
정보화 시대라서 아이들이 많이 알 것 같아도 실전에는 약합니다. 그리고 순진합니다. 얼마 전 우연히 올림픽 공원에 갔다가 그림그리기 수업을 나온 고2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세월호 사건 후 갑자기 수학여행이 취소되서 소풍 겸 가까운 공원에 나온 모양입니다. 본인들도 제주도에 가려고 했기 때문에 충격이 대단했다고 했습니다. 그 중 한 명에게, “네가 그 배에 탔다면 어떻게 했겠니?” 하고 물으니, “무조건 나오죠!”라고 했습니다. “방송에서 대기하라고 했는데?” 하니까 “하라는 대로 안 하는 것이 사는 거예요. 말 안 듣고 나온 애들은 다 살았다고 뉴스에서 보도했잖아요?”“그럼 모두 안전조끼 입고 구명보트에 타라고 방송하면 혼자 배에 남아 있어야겠네~!” 했더니 쳐다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아닌 거 같은데 모르겠다고...
아! 미디어의 맹점이 거기에 있었구나! 아이들은 걸러지지 않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그대로 믿는구나! 살아나온 학생들의 말만 듣고 한쪽 면만 보고 뉴스를 보도 하니까 판단력이 흐려진 것입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 어른들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제부터라도 후대에 부끄럽지 않게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체계를 잘 잡아 놔야 합니다. 필자를 비롯하여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모두 이 나라의 지도자일 확률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후대를 위해 방법을 찾아내면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까요.
좀 더 솔직해지고 싶습니다. 어른들이 잘못했다고... 어쭙잖은 변명보다는 돈 많이 벌려고 죽을 줄 알면서도 배를 증축했고 돈 받아먹고 서로서로 눈감아 줬고 상 타려고 오보했고 아닌 줄 알면서도 이기려고 변론했다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방법을 찾아봐야 겠지요! 우리는 옳고 그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뇌에는 창조 때부터 심어 놓은 ‘양심’이라는 칩이 있기 때문이죠.
변명은 이제 그만. 늦더라도 제대로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 땅에 태어난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이상 억울하게 당하거나 모함당하는 세상이 되지 않게 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양심을 지키는 사람이 이 시대에 가장 용기있는 위대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허희윤 단장
송파구 화목봉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