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글을 쓰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다 저의 개업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개업을 고민하고 있는 회원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저의 개업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고용변호사를 그만두고 개업을 하기로 결심하다

 학창 시절 저는 국어교사로 학생을 가르치며 긴 호흡으로 국어학자의 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매일 누군가와 소통하며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는 일을 하고 싶었고, 무언가를 공부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시스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막연한 답답함을 느끼게 되었고, 자연스레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전문직으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면서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끊임없이 공부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이는 변호사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변호사시험을 합격하고 실무수습을 마치기 전부터 개업에 대한 고민이 생긴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개업할 것인가… 물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고용변호사로 일하는 것은 개업변호사로 일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변호사가 된 지 1년 반이 지났을 즈음, 제 머릿속은 매일같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생각이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한 편에선 ‘조금 더 준비과정을 거쳐야 해. 지금 개업했다가 망하면 어쩔 거야? 철저히 준비하자’라는 마음이, 다른 한 편에선 ‘내가 내 사건을 직접 처리하고 싶어. 내가 하고 싶은 사건, 내가 도와주고 싶은 사람의 편에 서고 싶다’라는 마음이 야근과 주말 근무에 지쳐있는 저를 더욱 힘들게 하였습니다. 결국 개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차 커지게 되었고 더 이상 이를 미룰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변호사가 된 것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니까요.
 

개업을 하기로 결심하였는데, 개업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개업을 하기로 결심했지만, 서른도 되지 않은 초보변호사에게 추상적인 이상의 추구는 구체적인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건을 수임할 수 있을까?라는 가장 근본적인 고민은, 어디에서 개업을 할지, 광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라는 끝없는 물음으로 저를 밀어 넣었습니다. 며칠 밥도 넘어가지 않을 만큼 고민을 했었는데, 어디서 난 용기였는지 문득 ‘우선 한 번 해 보자, 해 보지 않으면 고민은 해결되지 않는다’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어 개업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어떤 방식으로 개업할지를 정하였습니다. 당장의 경제적 사정을 조건으로 소거법을 활용하였더니 법률사무소는 선택지에서 바로 삭제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사무실을 운영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고, 최근 주목받는 공유오피스를 활용한다 해도 변호사 사무실로서의 제반 환경을 모두 직접 마련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일을 처음부터 혼자 할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법무법인에 별산변호사로 개업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할 일은 법인을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고용변호사로 일하던 법인에서 퇴사하면서, 주위 동기들과 지인들에게 개업을 할 거라는 이야기를 해 두어서 여러 법인을 소개받게 되었고, 공실이 생긴 법인들도 직접 알아보았습니다. 사무실의 위치와 환경, 법인의 분위기와 업무 스타일, 그리고 제게 있어서는 결코 가벼운 요소라 할 수 없는 비용 등 여러 조건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서초역부터 삼성역까지 많은 법인들을 살펴보았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역시 소거법으로 일단 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법인들은 배제했습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선택지가 뚜렷해졌습니다. 남은 조건들 중 제게 우선되는 조건이 명확해졌기 때문입니다. 법인의 분위기와 업무 스타일! 지금 제가 개업한 법인을 선택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간 운영된 법인이었기 때문에 제가 따로 준비해야 할 것은 없었고 오로지 제 변호사 업무만 신경 쓰면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무실을 결정하고 나니 절반은 준비가 되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광고는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여러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였더니 유튜브와 네이버 블로그 두 가지로 압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로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것은 뭔가 어색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카메라에 누군가가 있다고 상상하며 이야기를 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하였습니다.

 블로그를 하려니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제가 그동안 네이버 블로그를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할 것인가였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유튜브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유튜브로 블로그 개설 방법을 하나하나 따라 하며 블로그 개설을 하였습니다. 대행업체를 통해 블로그를 운영하는 방식도 고민해 보았지만 그러한 블로그를 보면 광고 블로그라는 인상이 너무 커서 제가 직접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물론 직접 한 편집은 투박하고 직접 찍은 사진은 세련되지 못하였지만, 진정성 있는 내용을 하나씩 채워나가면 언젠가는 신뢰성 있는 블로그로 인정받고, 수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수익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내용을 주제로 잡았습니다. 개업변호사로 수익을 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블로그만큼은 제가 원하는 내용으로 써야 결국 그러한 방면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래서 찾은 주제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에게 필요한 정보의 제공이었습니다. 고용변호사로 일하며 사람들의 갈등 사이에서 때로는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만, 때로는 회의감이 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보람만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고, 전부터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기 때문에 성범죄 피해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블로그에 게시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성범죄와 피해자의 권리’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매주 한두 개씩의 글을 올리고 있는데, 가끔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금칙어의 영향으로(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만 다뤘더니 유입 키워드로 인해 블로그 점수가 감점되었다고 합니다) 블로그의 노출 정도도 빠르게 올라가지는 않고 있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널리 알려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범죄 피해자, 그들이 당당한 세상을 바라며’라는 소제목으로 매달 성범죄 피해자의 법적 권리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개업을 하고 난 후, 아직 초기지만 자유롭고 독립적인 변호사로 일하다

 이러한 고민들 끝에 개업 준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고, 개업변호사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업 후 제 일을 제가 직접 처리하게 되니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일을 하지만, 시간 활용이 이전보다 효율적이고, 사건의 수임이나 진행도 자유로워 이제야 제가 꿈꾸던 독립적인 변호사로 첫발을 뗀 기분입니다. 그리고 이후의 변호사로서의 삶은 시간이 지나고 이 글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 마음속에 부끄러움이나 후회를 품지 않는 삶으로 살아 보고자 합니다. 또 다른 바람으로는 혹시나 이 글을 읽는 회원분들 중 개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비슷한 고민을 하였던 한 사람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민고은 변호사 ● 법무법인 새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