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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밀집장소 추행죄에서의 ‘추행’의 의미와 기수/미수의 문제


0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4. 3. 25. 08:10 경 지하철 2호선 사당역에서 서초역 구간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중 지하철 내에서 피해자(여, 28세)의 등 뒤에 밀착하여 무릎을 굽힌 후 성기를 피해자의 엉덩이 부분에 붙이고 앞으로 내미는 등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1) 공중밀집장소에서 추행하였다는 혐의로 당시 현장을 목격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 체포된 후 수사를 거쳐 동일한 내용으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던 경찰은 검거경위서의 내용과 동일하게 1심 법정에서도 피고인이 다리를 약간 구부려 자신의 성기 부분을 내밀어 피해자에게 밀착시키는 것을 보고 의도적인 성추행이라고 판단했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경찰조사에서 성추행범이 있다는 말을 경찰이 해 주기 전까지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몸을 밀착하였는지도 잘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1심 법정에서는 당시 신체적 접촉은 있었으나 그것은 출퇴근 시간에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의 접촉이었고 불쾌할 정도의 추행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02 대상 판결 요지

 1심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추행사실 자체를 몰랐다면 피해자의 성적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추행의 의도로 한 행위라 하더라도 추행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반면 항소심은 성폭력처벌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죄가 기수에 이르기 위하여는 행위자의 행위로 인하여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만한 행위로서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행위자가 대상자를 상대로 실행하는 것으로 족하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대상 판결은,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기존 판례를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항소심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추행의 의미에 관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보호법익을 고려한다면 ‘침해범’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로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실행의 착수를 넘어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기에 미수로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럼에도 항소심 및 대상 판결에서는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수의 시점을 앞당겨 해석하였는데, 본죄를 ‘거동범’이나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하지 않는 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그런데 본죄에서 추행의 의미를 기존과 동일하게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 발생을 고려하는 이상 거동범이나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할 수가 없다. 성적 감정이 사람별로 상이하고, 성적 자유 개념의 모호성과 성적 자유 보호의 상대성 때문에 본죄를 위험범으로 보면 처벌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상 판결의 사실관계에 의하여, 본죄가 성립하는 각 단계를 분별하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03 판례 평석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④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신체접촉을 인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출퇴근 시간에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의 접촉이었고, 불쾌할 정도의 추행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므로 최소한 ⑤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항소심 및 대상 판결에서는 성적 행위 실행의 대상이 된 시점에 성적 자기결정권이 이미 침해되어 범죄구성요건 실현이 완성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하였으므로 최소 ② 내지 ③의 단계에 이미 본죄의 기수에 이른 것이 된다.

 이 사건은 2014. 3.에 발생하였고, 항소심 판결은 2015. 4.에 선고되었는데, 그로부터 5년이나 지나 대상 판결이 선고된 것을 보면 대법원에서도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존 추행의 개념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본죄의 기수를 인정하려다 보니 설득력 있는 논증이 전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 사안에서 피고인의 처벌을 위한 무리한 이론 구성이 아니었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실제 대상 판결에 의한다면 일선 경찰에서 본죄의 대상자를 단속하기 위해 굳이 피해자를 확보하여 진술을 받을 필요성 자체도 없게 되어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인 본죄를 사실상 풍속에 관한 죄로 변질시킬 우려도 생긴다.
 

박원경 변호사
● 법무법인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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