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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혜 변호사 인터뷰


Q. 2021년 7월 5일 세계법률가협회(World Jurist Association)에서 수여하는 ‘긴즈버그 명예훈장’을 수상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금번 세계법률가협회 총회와 수상식은 어떠했나요?

 이번 수상이 제겐 영광이었고 지금까지 일해 온 것을 알아주기도 하는구나 하는 마음에 감사했습니다. 이번 회의에 스페인국왕 펠리페 6세가 훈장 수여부터 점심식사, 토론회를 같이하고 폐회인사까지 하는 등 ‘법치주의 증진’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인상 깊었어요. 또 각국의 대통령, 대법원장, 헌재소장, 변호사회장, 대사, 교수 등이 격식을 떠나 자연스레 어울리며(화상회의 포함) 직접 발표도 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앞으로 국제회의는 이렇게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죠.

Q. 변호사님께서 세계법률가협회 소속 회원은 아니시죠?

 솔직히 이 회의 존재를 잘 몰랐어요. 그동안 국제적인 변호사회의나, 법관회의 등 직역별 회의는 있었지만, 세계법률가협회는 전현직 판사, 변호사, 법학교수, 정치인, 심지어 학생까지도 망라하여 ‘Rule of Law’를 모토로 네트워킹하고 참여할 수 있는 광범위한 국제회의체이더라고요. 알고 보니 1987년에 서울에서 이미 세계법률가협회 총회가 열린 적이 있던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세계법률가협회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펠리페국왕으로부터 긴즈버그훈장 수상(좌)  /  공동수상자인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와 함께(우)


Q. 어떻게 세계법률가협회에 참여할 수 있나요?

 세계법률가협회 홈페이지(worldjurist.org)에 회원가입을 하고, 이메일 등을 통해 참가나 발표기회를 요청할 수 있을 겁니다. 저에게도 2021년 12월에 콜롬비아에서 ‘World Congress 본 회의’가 있으니, 직접 참가나 온라인 참여를 신청할 수 있다는 메일이 왔더라고요. 후배변호사들 중 회의나 의제에 관심이 있다면 이러한 방법을 통해 참가할 수 있겠지요.

Q. 변호사님께서 금번 긴즈버그 명예훈장 수상의 첫 계기가 된 경력이 2006년에 한국여성법관 중 처음으로 세계여성법관회의 이사에 선임된 것으로 보이는데, 국제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이사로 선출된 과정, 그 이후 국제기구 관련 활동들이 궁금합니다.

 일찍 영어에 조금 관심을 가졌던 것의 나비효과였던 것 같아요. 나비효과라는 것이 1988년에 법관에 임용된 후 영어 준비를 하여 스탠퍼드 로스쿨로 해외연수를 갔었고, 이를 계기로 세계여성법관회의에서 ‘우리나라의 판례를 통한 여성권익 증진사례’ 발표를 맡게 되면서 선거에 나가 아시아지역 이사가 되는 기회가 생겼어요. 세계여성법관회의 이사회에 참여하면서는 국제단체의 운영과 업무에 관해 알 수 있었지요.

 이러한 경력으로 이후 인권위원으로서도 국제인권 업무를 담당하게 되어 UN인권이사회, 여성지위위원회, 인권조약기구, 국제인권기구회의 등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고, 고문방지대사나 각국 인권기구의 등급심사 활동 등도 할 수 있었어요.

Q. 코로나 시대에 국제회의 개최가 달라진 점이 있나요?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코로나로 훈장수상자 중 아프리카, 인도의 수상자가 참석 못했지만 화상참여로 대체할 수 있었어요. 이번 회의의 한 세션 주제도 ‘코로나 관련 규제의 시민과 기업에 대한 영향’이었지요. 코로나로 여행에 제한이 있지만, 오히려 화상회의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 확대되고 있는 듯합니다.

 참고로 우리가 IT 강국이라고 자만하고 있을 때 유럽이 더 앞서간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이번에 보니 스페인, 독일은 항공체크인, 입국심사, 코로나 검사 확인 등을 모두 사전에 모바일로 하던데, 우리는 공항에서 검역완료증 등 종이를 잔뜩 나눠주고 쓰느라 엄청나게 시간이 걸리는 걸 보고 답답했어요.
 

파나마 세계여성법관회의 이사회(2008) / 도하APF회의 카타르인권위원장과(2013)


Q. 후배변호사들이 국제기구 관련 활동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나 조언해 주실 것이 있으신가요?

 영어는 필요하겠지만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어를 잘 해도 그 분야에 대해 지식과 역량이 부족하면 할 말이 없겠죠. 제 경험에 의하면 우리를 세계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적 문제나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처음부터 국제활동 위주로 시작한다기보다는 국내에서 관련 분야 내공과 실력을 쌓으면 우리 외교부나 관련 부처 등을 통해서 추천되기도 하고, 국제사회에서 추천의뢰가 오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행정부, 기업, 교육계 여러 분야에서 법률가를 필요로 하고, 법률가여야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요. 전통적인 사법 분야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 후배변호사님들이 도전해 보았으면 해요.

Q. 변호사님 경력을 보면, 국제기구 관련 활동뿐만 아니라 기업 사외이사,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법보다 화해>라는 방송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셨는데, 다양한 도전을 하시는 데 영향을 준 가치관이나 원동력이 있으신가요?

 어려서부터 한 우물만 파지 않고(?) 이것저것 관심이 많았고,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으나 시키면 그냥 하는 성격이었어요. 다른 친구들이 안 한다고 하면 소풍 가서 사회도 보고, 합창지휘, 응원단장도 했었는데, 그런 성향이 이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어떤 계기로 자신을 드러내면 그걸 보고 필요한 곳에서 찾아주더군요. 대신 저는 재미있으면 좋아하는데, 지루하면 못 참아서 심각한 일은 잘 안 합니다(웃음).

Q. 그동안의 다양한 활동 가운데 기억에 남거나, 공유해 주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제네바에서 각국 인권기구들에 대한 등급을 정하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자료를 꼼꼼하게 보고 문제점을 지적하여 동료위원 등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던 것이 보람 있었어요. 사외이사 경험은 기업경영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접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인권위원 경험은 준사법적 업무 외에 조직 예산 정책 등의 행정업무, 국회나 UN, NGO 관련 업무, 인권교육 등 실무경험과 시야를 넓히는 자산이 되었습니다.

 대한미용사중앙회장 직무대행’을 할 때에는 정기총회에 참석한 국회의원이 저를 미용사로 알던 해프닝도 있었지만 갈등이 첨예한 단체를 운영해 보는 경험을 했지요. 또한 국제활동을 하며 미, 중, 일, 유럽은 물론 평소에 가기 어려운 파나마, 요르단, 터키, 카타르, 몽골 등의 나라를 회의에 참가하는 기회에 여행한 것도 즐거운 기억입니다.

 국제사회도 생각보다 좁아서 같이 활동하던 호주 인권위원장과 이번에 공동수상자로 다시 만나 반가웠고, 역시 수상자인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과는 우리나라 정창호 재판관 소식을 나눌 수 있었지요.
 

울란바타르 고문방지대사 활동보고(2015) / 청주외국인보호소 방문조사(2016)


Q.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소소한 것에 행복해합니다. 아침에 창문을 열고 화초에 물 주고 산보하는 일상도 좋고요. 인터넷을 통해 역사 공부나 세계여행을 즐기고, 서울 시내투어 등 예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못하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누리기도 합니다.

Q.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시는지요?

 유튜브 찐팬으로 다양한 채널을 보다 보면 스트레스는 금방 잊어버립니다. 요즘 핫한 ‘공부왕 홍진경’같은 예능 프로를 보며 키득거리기도 하고, 오랜 K-POP 팬으로 코로나 시국에는 라이브 콘서트 영상으로 현장의 함성과 열기를 느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합니다. 시니어로서는 좀 특이하죠?(웃음)

Q. 어떻게 K-POP 팬이 되셨을까요?

 10여 년 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동유럽이나 남미 청소년들이 한국어로 노래하는 영상들이 많아 신기했는데, 이들이 온라인으로 K-POP을 즐기고 있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어요. 알고리즘을 따라가 보니 한국음악이 제가 예전에 듣던 것과 달리 산뜻하고 영상도 세련되고 멋있어서 흥미가 생겼죠. 외국 청소년들은 ‘욕설, 마약, 성적인 내용’ 등의 서구 팝과 다른 K-POP의 장점을 칭송하며, 이를 통해 방황과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팬활동을 하며 많은 친구도 생겼다고들 얘기했는데, 그런 점을 공감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점차 그 좋은 영향력이 지역이나 세대를 넘어 확대되는 것을 목격하였죠. 이런 과정을 통해 저도 팬이 되어 일본까지 가서 K-POP 콘서트를 즐기기도 했지요.

Q. 변호사가 아닌 인간 김영혜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쿨하다’라고들 해요. 희로애락의 감정이 그리 크지 않고 여유와 위트가 있다고 봐요. 뭐든 악착같이 열심히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웃음).

Q. 앞으로 선배법조인으로서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신지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별다른 꿈은 없지요. 무엇을 위해서보다는 그냥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려고 합니다. 다만 유튜브 취미를 가진 터에 이를 통해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지식이나 경험을 나누고 소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죠. 법이나 공공 분야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가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후배변호사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실 이 시대는 저도 처음 살아보기 때문에 지금 환경을 사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기 어려워요. 다만 이만큼 살아 보니 인생이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다고 말해 주고 싶네요. 열심히 노력하는 게 물론 좋겠지만 너무 조바심하지 않고 헤쳐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힘들 때에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관심 분야의 롤 모델인 선배들에게 다가가 조언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 요식업으로 성공한 켈리 최라는 분이 “나도 성공해 보니 알겠던데, 사실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너무 해 주고 싶어 한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앞서 산 선배들에게 이메일이나 학회, 동문회 등의 기회를 통해서 조언을 구하다 보면, 꼭 정답은 아니더라도 힌트나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인터뷰/정리 : 정희선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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