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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법상 수탁자의 원상회복의무의 범위대상 판결 :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7다269422 판결


01 대법원 판결의 요지 및 쟁점

 대법원은 2016. 6. 28. 소부 판결(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2다44358, 44365 판결이며, 이하 ‘대법원 선행 판결’)을 선고하면서, “구 신탁법(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며, 이하 ‘구 신탁법’) 제38조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원인으로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민법과 그 특별규정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정한 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수탁자의 원상회복의무의 대상이 금전인 경우에도 이는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금전채무라고 할 수 없어, 민법과 그 특별규정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없다고 최초로 판시하였고, 뒤이어 대법원은 2020. 9. 3. 대법원 선행 판결과 쟁점이 동일한 사건(대법원 2020. 9. 3. 선고 2017다269422 판결이며, 이하 ‘대법원 후속 판결’)에서 재차 “수탁자가 신탁법 제32조에 따른 ‘신탁재산의 원상회복’ 이란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청구권자에게 신탁재산을 원상으로 회복한다는 뜻이 아니라, 신탁재산이었던 원물을 다시 취득하여 신탁재산에 편입시킴으로써 신탁재산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의무를 위반한 수탁자가 부담하는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의무는 그 편입 대상인 원물이 금전인 경우라도 단순히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금전채무와는 구별된다. 따라서 신탁법 제43조 제1항에 따른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원인으로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민법과 그 특별규정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정한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수탁자의 원상회복의무의 대상이 금전인 경우에도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민법과 그 특별규정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정한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였다.

 대법원 선행 판결은 구 신탁법 하에서의 판결이며 대법원 후속 판결은 2012년 전면 개정되어 시행된 현행 신탁법 하에서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1) 대법원 선행 판결과 대법원 후속 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양 판결 모두 수탁자의 의무 위반에 따른 원상회복청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구 신탁법 하에서 수탁자의 원상회복의무를 단일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조항(제38조)이 현행 신탁법 하에서 수탁자의 의무 위반에 따른 원상회복의무를 규정한 조항(제48조 제1항)으로 그 유형과 내용이 보다 구체화되고 세분화되었을 뿐 본질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수탁자의 원상회복의무, 특히 수탁자의 의무 위반에 따른 원상회복의무에 관한 신탁법의 개정이 대법원 선행 판결의 결론을 변경할 정도의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이러한 전제 하에서 수탁자의 원상회복의무의 대상이 금전인 경우에도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민법과 그 특별규정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정한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선행 판결과 후속 판결의 결론은 그 판결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이 든다.

02 하급심 법원의 판결

 대법원 후속 판결에 대한 하급심 법원의 판결은 제1심(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10. 14. 선고 2015가합111670 판결)과 제2심(서울고등법원 2017. 8. 25. 선고 2016나2075464 판결) 모두 대법원 후속 판결과 달리 수탁자인 피고의 원상회복의무는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이므로2) 원고가 피고에게 원상회복을 청구함으로써 피고의 원상회복의무가 발생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하급심 법원의 판결주문은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청구권자에게 신탁재산을 원상으로 회복한다는 뜻이 아니라, 신탁재산이었던 원물을 다시 취득하여 신탁재산에 편입시키는 것이므로 “피고(수탁자)는 1,488,291,31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12. 29.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원고(시공사)와 피고 및 시행사 사이에 2011. 7. 11. 체결된 부동산 처분신탁계약의 신탁계정에 지급하라.”고 판결이 되었다.

03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적 검토

 첫째, 수탁자가 위탁자 또는 수익자 나아가 제3자를 상대로 신탁재산의 편입 또는 회복을 청구하려고 할 때 그 청구의 대상이 금전인 경우 특별한 약정이 없는 경우에도 민법과 그 특별규정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정한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이 금지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위탁자가 신탁계약 체결 후 정해진 기일 내에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지 않거나, 수탁자가 수익자에게 수익금을 잘못 교부하여 수탁자가 이를 회수하는 경우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의 지연이자가 당연히 가산된다. 물론 이 경우에는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와 달리 신탁재산에 원상회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수탁자에게 원상회복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결국 수탁자는 이를 고유재산이 아닌 신탁재산에 편입하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와 결론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둘째, 이와 같은 맥락에서 대법원은 수탁자에게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자에게 원상회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탁재산에 원상회복을 하기 때문에 민법과 그 특별규정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정한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데, 신탁재산에 법인격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한 신탁재산이 수탁자에게 직접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는 없고 결국 신탁재산에 대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 신탁목적에 따라 신탁재산을 위하여 청구하는 것이므로 이를 원상회복의 청구권자와 원상회복 이행의 상대방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의 지연이자가 가산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논리는 신탁의 본질을 간과한 지나치게 형식적인 논리라고 생각한다.

 셋째, 한편 민법상 원상회복의무를 규정한 대표적인 조항으로 채권자취소권(민법 제406조) 규정과 계약해제(민법 제548조) 규정이 있는데, 대법원은 채권자취소권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의 범위에 취소채권자의 채권액에는 사해행위 이후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발생한 이자나 지연손해금이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으며,3) 계약해제의 효과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548조 제2항은 명문으로 계약해제에 따라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민법 제548조 제2항에 따른 이자의 가산은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의 지연이자가 아닌 부당이득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연손해금의 성격을 가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정한 이율을 가산하는 법적근거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법원은 원물로서의 금전에 대한 원상회복청구에 있어서 부당이득으로서의 이자 가산은 인정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는 판단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수탁자가 부당하게 이득을 얻은 것은 없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현행 신탁법이 제43조 제3항을 신설하면서 수탁자나 제3자가 얻은 이득에 대해서도 이를 반환하는 규정을 신설하였고, 만약 수탁자가 신탁재산인 금전을 금고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금융상품에 예치하여 신탁기간 중에 이자가 가산되고 있다면 신탁재산에 이자상당액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상사신탁의 경우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부족으로 인하여 수탁자의 고유재산에서 신탁재산으로 자금을 대여하여 주거나 신탁채권자에게 대지급을 한 경우 수탁자는 자신의 내부 규정에 따른 이율을 가산하여 신탁재산에서 수탁자의 고유재산으로 이를 다시 환수하고 있다.4) 그러나 수탁자의 의무 위반 등으로 신탁재산의 멸실, 감소, 변경 등이 초래되어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이를 원상회복하여야 하는 경우 적어도 신탁계정 대 이율과 동일한 이율을 가산하여야 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지극히 이론적인 관점에서 동산으로서의 금전이 아닌 경우 해당 금전은 혼화되어 원물로서의 금전반환이 법리상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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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행 신탁법은 2011. 7. 25. 전면 개정되어 2012. 7. 26.부터 시행되었으며, 현행 신탁법 부칙 제2조는 ‘이 법의 효력의 불소급’이라는 표제하에 “이 법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의 규정에 따라 생긴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본 판례 평석의 대상이 되는 이 사건 신탁계약은 2011. 7. 11. 체결되어 구 신탁법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법원 후속 판결과 이에 대한 하급심 법원의 판결은 현행 신탁법 조항을 적용하였다.

2) 제1심 법원은 수탁자인 피고의 원상회복의무는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인데,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그 이행을 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탁일인 2012. 1. 30.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6%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은 이유 없다고 판시하였고, 제2심 법원도 이와 동일하게 판단하였다.

3)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72 판결 : 채권자가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자신의 채권액을 초과하여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고, 이때 채권자의 채권액에는 사해행위 이후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발생한 이자나 지연손해금이 포함된다(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64547 판결,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63912 판결,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42711 판결 등 참조).

4) 대법원은 “구 신탁법 제31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누구의 명의로 하든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이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유재산을 신탁재산이 취득하도록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아니하고, 위 규정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거래는 무효이다.”라고 판시하여 신탁계정 대 이자수취가 무효임을 확인하였으나(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62461 판결), 상기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 현행 신탁법은 예외규정을 두어 신탁행위로 달리 정할 경우에는 이자수취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였다(2011. 7. 25. 개정 / 2012. 7. 26. 시행). 하지만 개정 자본시장법(2011. 7. 25. 개정 / 2012. 7. 26. 시행)은 금융투자업자인 신탁업자의 경우에는 이러한 예외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였는데, 개정자본시장법은 입법의 실수로 제104조 제1항에 ‘신탁법’이라는 문구를 누락하였고, 2018. 3. 27. 개정(2018. 9. 28. 시행)된 자본시장법에서 ‘신탁법’이라는 문구를 삽입하였다. 그러자 신탁계정 대 이자수취의 문제점을 피하기 위하여 수탁자인 신탁회사가 고유계정에서 해당 신탁의 신탁계정으로 자금을 대여하지 않고 신탁사업의 비용지급이 이루어지는 최종 지급처로 수탁자인 신탁회사가 고유계정의 자금을 직접 최종 지급처로 지급하는 대지급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현행 신탁법 제34조 제1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고 있다.

 

오상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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