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적법하게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과반수 이상의 이사를 선임한 후 바로 이사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한다면(향후 해당 주주총회결의의 효력이 법률상 다투어질 가능성을 제외하고) 해당 분쟁은 일단락된 것일까.

 실제 사안에서는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통하여 새로운 대표이사가 선임되더라도 기존 대표이사가 법인인감을 날인해 주지 않는 경우 대표이사 변경등기를 하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기존 대표이사가 법인등기를 소지한 후 잠적한다면 그 자체로 일정 기간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

 이는 법인등기를 할 때 그 신청서류에 첨부되는 법인 총회 등의 의사록은 공증인의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공증인법 제66조의2 제1항). 공증인의 인증은 공증인이 법인 총회 등의 결의의 절차 및 내용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촉탁인이나 그 대리인으로 하여금 공증인 앞에서 의사록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확인하게 한 후 그 사실을 적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는데(위 제2항), 위 사실의 확인은 ① 공증인이 해당 법인의 의결 장소에 참석하여 결의의 절차 및 내용을 검사한 후 그 검사 결과와 의사록의 내용이 부합하는지를 대조하는 방법, ② 공증인이 해당 의결을 한 자 중 그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 이상의 자 또는 그 대리인으로부터 진술을 듣고 그 진술과 의사록의 내용이 부합하는지를 대조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위 제3항).

 종래의 실무례는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통해 기존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한 경우, 새로운 대표이사가 법인인감 개인(改印)신청을 한 후 주주총회 및 이사회 의사록, 대표이사 변경등기에 필요한 서류 등을 작성하여 위 법인인감을 날인하고 공증하여 변경등기 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상황에서 개최된 주주총회나 이사회 선임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가 많아졌고, 상대방이 주주총회 의사록 등을 공증한 공증인에 대하여 책임을 추궁하는 사례가 증가하게 되자 최근에는 공증인들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루어진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사록의 공증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실무례로 인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개최된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경우 기존 대표이사가 법인인감을 날인해 주지 않는 이상 변경등기 자체가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대표이사 또는 이사 등기는 대항요건에 불과하고,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적법하게 선임된 대표이사는 법률상으로는 대표이사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현실에서는 등기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이사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법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무적인 문제이므로,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의 해결을 위해서는 공증 실무와 관련된 법무부 유권해석이나 지침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실무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정비되기 전인 현재의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존 대표이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한다거나, 주주총회결의가 적법하다는 확인을 구하거나, 회사에 대하여 대표이사 등기에 필요한 협력 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적법한 주주총회나 이사회결의에서 선임된 대표이사의 ‘등기’를 위하여 이러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소송을 통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명확하다. 다만 기존 대표이사가 인감도장을 날인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권리구제 방법일 뿐이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고도 등기를 하지 못하여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대표이사 등을 변경하는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기 전에 공증인으로 하여금 주주총회와 이사회에 직접 참석하게 하여 해당 결의의 절차 및 내용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사실의 확인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실무상 출석공증인이 가능한지 등을 미리 확인하고 주주총회 장소에 공증인을 대동하여야 한다.

 실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결의요건 충족을 위한 의결권 확보 등의 실체적 쟁점 외에도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 이후 변경등기가 가능한지 등 절차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소한 준비의 차이가 실제 분쟁 상황에서는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

정지영 변호사 ● 김앤장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