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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


힘들 때에 마음의 안정을 주는 클래식 음악

 우리는 살면서 즐거울 때도 있지만 힘들고 우울할 때도 직면하게 되는데, 이때 좋아하는 음악은 즐거움을 배가시키기도 하고 슬픔을 정화해 주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는 중학교 시절부터 클래식 음악이 그러한 역할을 해 주면서 30년 가까이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특히 많은 시험과 재판을 겪으면서 엄습하는 스트레스는 가요나 팝송으로 해소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클래식 음악이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내면의 안정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이 어렵고 따분하다고 느끼고, 필자 또한 클래식 음악이 대중화되지 못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 클래식 전문가도 아닌 필자의 짧은 생각이지만, 사람들이 좀 더 다양한 접근방법을 사용해 본다면 클래식 음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에 조심스레 대안을 제시해 본다.

음악사와 음악가로 접근하는 방법

 1889년 어느 날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악기점에서 13세의 소년 파블로 카잘스는 170년 동안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자던 악보를 발견한다. 이 악보의 곡은 오늘날 첼로의 구약성서로 비견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었고, 소년 카잘스의 이 발견은 마태수난곡을 발굴해서 초연한 멘델스존의 발견을 능가하는 위대한 것이었다. 소년 카잘스는 이 악보를 12년간이나 연구하고 나서야 공식적인 연주를 했고, 그에 의해 이 음악이 음반으로 나오기까지는 그로부터 또 47년이 더 걸렸다.

 귀족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출세가도를 달렸던 대문호 괴테와 달리, 베토벤은 썩어 빠진 귀족들의 세상을 갈아엎고 민중들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세상을 꿈꾸었던 작곡가였다. 따라서 프랑스 혁명 이후 왕정국가들과 싸우던 나폴레옹은 베토벤에게 실로 영웅과 같은 존재였고, 베토벤은 온 힘을 다해 나폴레옹에게 헌정할 위대한 곡을 작곡해 나갔다. 그래서 완성한 교향곡 제3번 악보의 서두에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바침’이라 되어 있었는데, 초연을 앞둔 베토벤에게 나폴레옹이 황제에 즉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을 듣고 크나큰 배신감을 느낀 베토벤은 악보의 서두에 썼던 문구를 ‘어느 이름 모를 영웅에게 바침’으로 바꾸었고, 이 교향곡 제3번은 그 유명한 영웅 교향곡으로 불린다.

 불별의 9 교향곡을 필두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교향곡과 바이올린과 피아노 협주곡, 피아노 소나타와 현악 4중주곡들을 작곡한 베토벤은, 생존 중은 물론 사후에도 후세 음악가들의 무한한 존경과 흠모를 받았다.1) 헝가리 무곡과 많은 협주곡으로 유명한 브람스도 일생 동안 베토벤을 흠모했기 때문에, 작곡에 있어서도 베토벤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20여 년간에 걸쳐 작곡된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은 베토벤 교향곡 제10번이라 불리는 걸작인데, 1악장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4악장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클래식 음악사에는 위에서 열거한 에피소드 이외에도 위대한 곡이 탄생하기까지의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 명곡이 만들어진 시대와 작곡가의 이야기를 알수록 감상자는 그 곡을 더욱 풍부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소나타나 폴로네에즈는 일면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그 내부를 파고들면 고국 폴란드를 잃은 처절한 슬픔과 고귀한 애국심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 <조스>의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감상함에 있어서는, 처음 미국에 건너가 아메리카의 광활한 자연과 활발한 도시를 보고 충격을 받은 드보르작이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기 위해 보헤미아 이주민들이 사는 촌락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영향을 받았던 배경을 이해하면 더욱 흥미롭다.

음반으로 접근하는 방법

 요즘은 좋아하는 곡이 있어도 음반을 사는 대신 음원을 다운받고, 명곡을 감상하더라도 유튜브로 듣고 마는 경향이다. 그러나 명곡을 담은 LP나 CD에서는 작곡가나 연주자의 삶과 그 냄새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고, 같은 곡이라도 다른 연주자가 발산하는 개성과 향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은 반드시 CD로 구입하는데, 아래의 몇 가지를 고려하면서 같은 곡을 여러 다른 연주자로 듣는 재미는 기대 이상으로 쏠쏠하다.

1) 음질의 극복
 앞서 언급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명반은 당연히 이를 연구하고 초연한 카잘스의 EMI 녹음인데, 녹음한 지 너무 오래되어 음질이 아쉽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푸르니에의 ARCHIV 녹음을 많이 듣는다(사진 1). 베토벤의 교향곡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제9번 합창의 역사상 최고의 명연주는 푸르트벵글러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1951년 EMI 녹음이지만, 이 역시 음질이 요즘 같지 않기 때문에 애호가들도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도이치 그라모폰 녹음을 자주 듣는다. 인류가 창작한 실내악곡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곡의 역사상 최고의 명연주는 블로흐와 빈 콘체르트하우스 사중주단의 1951년 녹음이지만, 아쉽게도 스테레오가 아니라 모노 녹음이라서 필자도 라이스터와 아마데우스 사중주단의 그라모폰 녹음을 추천하는 편이다(사진 2).

사진 1(좌) / 사진 2(우)


2) 표준적 해석과 혁명적 해석2)
 바흐가 불면증에 시달리던 공작을 위해 작곡했다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이 세상에서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것은, 이 곡에 대한 표준적 해석을 제시한 굴드의 노력 때문이었다(사진 3). 그런데 굴드의 표준적 해석에 이견을 제시하는 많은 연주들이 나왔고, 그중에 가장 추천되는 것 중의 하나가 앙타이의 연주로 디아파종 만점을 받았다. 이런 식의 비유가 통할 수 있는 명곡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모차르트가 작곡 중 사망하여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가 완성한 레퀴엠에 관해서는 발터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불멸의 녹음이 있다. 그러나 발터의 녹음은 모노의 음질이라 평론가들이 말하는 표준적 해석의 명연은 칼 뵘이 비엔나 필하모닉을 지휘한 1970년 그라모폰 녹음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런데 최근 고전파 음악의 명곡들에 대하여 혁명적인 해석을 하면서 유명해진 쿠렌치스가 모차르트 당시의 원전악기를 사용하여 내놓은 레퀴엠 연주는 음악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고, 지금도 여전히 베스트셀러로 자리하고 있는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

사진 3(좌) / 사진 4(우)


3) 희귀음반의 소장
 여기서 희귀음반이라 함은 역사적인 명연임에 불구하고 제작연도가 오래되어 폐판이 되었거나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희소한 것들을 말하는데, 음악적 가치는 높지만 연주가 잘 안 되어 그 곡 자체에 대한 다른 음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포함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애호가의 소장을 위한 수집은 아마도 CD보다는 LP로 명연을 구입하는 경우에 더 적절할 듯하나, 이제는 희귀음반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20여 년 전만 해도 필립스나 데카 등 유명 레이블에서 직접 많은 음반을 생산해 냈고 그 물량이 활발하게 거래되었으나, 최근에 온라인 음원의 발달과 음반 구입 시의 많은 비용 때문에 유명 음반사들은 제작을 접었고 이제는 상당수의 명반을 중고시장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상태가 좋은 LP 명반의 경우 어마어마한 가격에 거래되기도 해서, 요한나 마르치가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의 오리지널 LP는 5천 불을 주고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사진 4). 그래서 필자는 고가의 LP를 구입하기보다는 오리지널 명연을 녹음한 CD로 대체적인 만족을 하고 있는데, 다행히 CD의 가격은 예전보다 떨어져서 명반을 구입하는 부담이 조금 덜어졌다.

새로운 음반을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시기를

 클래식 음악에 접근하는 방법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데, 그중 중요한 또 하나는 전문가들의 가이드북이나 평론서 등 책을 통해 명반에 접근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3) 결론적으로 음악회를 가는 것 외에도 조금만 더 다양한 방법으로 편하게 접근해 본다면,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즐기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이상의 내용으로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느끼시는 분이 계신다면, 우선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가 평론가 매튜 라이와 함께 쓴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과 박종호 선생님이 쓰신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을 추천드리고 싶다. 하나의 걸작이 탄생하기까지의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그래서 유명해진 곡에 대한 표준적 해석, 또 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 신예 연주자들의 뜨거운 현장을 느끼는 그 순간부터 클래식 명곡과 그 음반을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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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토벤의 교향곡에 필적하는 걸작으로 꼽히는 미완성 교향곡과 피아노 즉흥곡 외에도 불멸의 3대 가곡집을 작곡했던 슈베르트는 죽어서 베토벤 옆에 묻히는 것이 소원일 정도였고, 31살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던 그는 지금 빈 시립 중앙묘지의 베토벤 묘 옆에 잠들어 있다.

2) 한때 신림동에서 유행하던 표현이 있는데, 유명한 교과서 두 권의 비교를 정파와 사파로 비유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행정법의 정파가 김동희 교수님 교과서라면 사파는 류지태 교수님 교과서이고, 민법의 정파가 곽윤직 교수님 교과서라면 사파는 이영준 변호사님 교과서라는 식이었다. 이 비유를 클래식 연주에도 가져오는 것이 적절할 지는 모르겠지만, 변호사님들이 한 곡에 대한 음악가들의 다양한 연주를 표준적 해석과 혁명적 해석으로 이해하시기에는 좋을 것 같다.

3)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고에서 더 자세히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필자는 작곡가의 소개보다 곡 자체와 명연에 대한 소개서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허중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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