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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상 이혼의 파탄주의 도입에 대한 논의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판결


01  사건의 개요

 원고(夫)와 피고(妻)는 1976. 3. 9.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그 사이에 성년인 자녀 3명을 두고 있다. 원고는 2000. 1.경 집을 나와 원고의 딸을 출산한 소외인과 동거하고 있다. 피고는 원고가 집을 나간 후 혼자서 세 자녀를 양육하였다. 직업이 없는 피고는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월 100만 원 정도의 생활비로 생계를 유지하였는데, 2012. 1.경부터는 위 금원마저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피고는 원심 변론종결 당시에 만 63세가 넘는 고령으로서 위암 수술을 받고 갑상선 약을 복용하고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원고의 아내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며 혼인을 계속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원고는 피고에게 생활비를 지급한 것 외에도 피고와의 사이에 출생한 자녀들의 학비를 부담하였다. 원고는 신장 장애 2급의 장애인으로서, 당뇨와 고혈압 등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투병 중이며 동거 중인 여성이 그를 간호하여 집에서 복막 투석을 받고 있다. 피고는 위 동거 여성과 사이에 낳은 미성년 딸을 양육하고 있다.
 

02 판결 이유

가. 다수의견
 다수의견은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민법 제840조 제6호를 근거로 한 이혼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유지하였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배척하는 논거로 첫째, 이혼에 관하여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이혼법제는 우리나라와 달리 재판상 이혼만을 인정하고 있을 뿐 협의상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와 협의를 통하여 이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을 위하여 재판상 이혼 원인에 있어서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하여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둘째, 우리나라에는 파탄주의의 한계나 기준, 그리고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 등에 관해 아무런 법률 조항을 두고 있지 않아,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는 점, 셋째,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은 중혼관계에 처하게 된 법률상 배우자의 축출이혼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는데, 여러 나라에서 간통죄를 폐지하는 대신 중혼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파탄주의를 도입한다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점, 넷째, 여성의 사회 진출이 대폭 증가하였더라도 우리 사회가 취업, 임금, 자녀 양육 등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고,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들었다.

나. 소수의견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이혼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 사회 · 경제적 환경의 변화와 아울러 이혼법제 및 실무의 변화 등을 함께 종합하여 볼 때,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라는 이유만으로 민법 제840조 제6호 이혼 사유에 의한 재판상 이혼 청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는 상당히 감소하였으므로 종전의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03 파탄주의 도입에 대한 의견

 유책주의 이혼제도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열위에 있던 처에 대한 부의 일방적인 기처, 축출이혼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고, 현행 민법이 도입된 당시에는 유책주의를 통해 혼인 파탄에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었고, 전통적인 가족관 혼인관이 변화하여 이혼을 더 이상 터부시하지 않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유책주의 이혼제도는 그 시대적 소임이 다했다고 생각된다.

 유책주의를 고수함으로써 이미 혼인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난 경우에도 법률혼관계를 유지하도록 법이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유책배우자는 물론 상대방 배우자와 그 자녀 등 가족구성원 모두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유책주의는 무책배우자가 경제적 약자인 경우, 부양청구권이 상실됨으로써 일방적인 희생을 당할 수 있음을지적하고 있으나, 이미 혼인이 파탄되어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부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에 법률로써 혼인 계속을 강제한다고 하여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혼인을 해소하면서 유책배우자로 하여금 위자료 및 상대방 배우자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의 부양료 등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또한, 유책배우자라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있으며,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을 고려해 볼 때, 이미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에 기초한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사라지고 혼인이 회복할 수 없을 단계에 이르렀다면, 이미 형성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법률적인 신분관계를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유책배우자가 새로운 가정을 꾸려 아이까지 얻었다면, 파탄된 기존의 혼인관계보다 새로이 형성되어 유지되고 있는 사실혼 및 그 자녀의 복리를 보호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할 것이다.

 

김신호 변호사
● 법무법인 동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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