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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에드버킷


 변호사와 판사, 검사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영화의 대표작들이 몇 개 있다. <변호인>, <부러진 화살>, <어 퓨 굿 맨>,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더 저지>, <12인의 성난 사람들>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할리우드 영화가 한 편 더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는 벌써 25년이나 된, 고전에 속하지만 법률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이다. 영어 그대로의 뜻은 ‘악마의 변호’이다. 충격적인 은유를 가장한 마치 실화 같은 영화로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변호사들의 모습도 이와 같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이다. 방부제 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무명 샤를리즈 테론, 알 파치노 등이 주연한 영화로 키아누 리브스와 샤를리즈 테론의 막강 리즈 시절을 볼 수 있고, 늘 최고였지만 그 당시는 유독 최고였던 알 파치노의 악마 같은 연기까지 감상할 수 있는 전설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개봉 당시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이며, 지금도 로스쿨 법조윤리시간에 빠짐없이 소개되는 영화이기도 한 변호사와 악마에 대한 이야기 <데블스 에드버킷>을 리뷰해 본다.

 미국 플로리다의 작은 도시에서 원래 검사였으나 출세와 돈에 쫓겨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는 변호사가 된 케빈 로맥스(키아누 리브스)는 불가능해 보였던 아동 성폭행범의 무죄 변론에 성공하며 검사 때부터 이어진 무패신화를 이어가는 것을 성공하고, 그 무렵 미국 뉴욕에서 최대의 거대 로펌을 거느린 투자회사 회장 존 밀튼에게 스카우트 된다.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인 케빈과 아내 메리 앤은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어마어마한 환대를 받고, 거액의 연봉 계약과 더불어 회장 본인이 사는 로열급 아파트까지 제공받는다. 플로리다 작은 도시의 프리랜서 변호사였던 케빈과 할부금이 미납된 차량을 회수하는 일을 하던 메리(샤를리즈 테론)는 이 엄청난 출세에 기뻐한다. 그러나 케빈은 로펌의 어느 여 변호사를 보자마자 묘한 매력을 느끼고, 메리는 직업도 없이 홀로 텅 빈 넓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상류층 특유의 허영심에 차 있는 이웃들 사이에서 점차 외로움을 느낀다. 초반에는 케빈이 바쁜 로펌 업무 와중에도 중간에 나와 아내가 집안 벽지 고르는 일을 도와주러 오는 등 관계를 잘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 회사 임원과 각종 정재계 요인들이 모인 파티에서 케빈이 업무로 아내 메리를 내버려 두고 사라진 일로 두 사람은 크게 다투게 된다. 케빈은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피해 왔던 아이를 가지자고 하는 등 그녀에게 좀 더 신경을 쓰고자 하지만, 메리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사내 다른 여 변호사의 환상을 보는 등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고, 아내 메리도 그것을 곧 알아차린다. 결국 케빈은 메리와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새로운 사건을 맡게 된다. 로펌의 VIP인 재계 거물이 아내와 아이, 하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케빈은 그의 재판을 준비하며 점점 그가 진범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자신에게 들어온 거물 의뢰인 만큼 포기하지 못하고 사건에 집착하게 되면서 아내에겐 점점 더 소홀해진다. 메리는 함께 쇼핑하던 이웃이 괴물처럼 보이고 피부 밑에서 손들이 꿈틀대는 환영을 보는 등 점점 더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며 케빈에게 더 이상 뉴욕에서의 삶이 싫다고 호소하지만 케빈은 고향 플로리다로 돌아가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이윽고 메리는 어린아이가 자신의 자궁을 들고 피투성이로 있는 악몽인지 현실인지 모를 환상까지 보게 된다. 케빈은 점점 아내의 상태가 악화되고 자신의 변호 대상이 살인자가 맞다는 직감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이미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거래를 한 까닭인지 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즉 이러한 케빈의 가정이야기를 들은 회장 밀튼이 지금 그 누구보다도 아내를 우선해야 하는 때라며 이번 건에서 손을 떼도 좋다고 선택권을 주었음에도, 아내가 괜찮아진 후 그녀를 원망하게 될 것이 두렵다며 오히려 거절할 정도였다. 결국 케빈은 살인사건 재판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에 성공하나, 메리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고 만다. 교회에서 메리를 발견한 케빈은 그녀에게서 밀튼이 자신을 강간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는데, 그것이 바로 그날이었다는 말에 더욱 절망한다. 그날 회장 밀튼은 하루 종일 자신과 함께 재판장에 있었던 것이다. 이에 케빈이 자신을 믿지 않음을 깨달은 메리는 자신의 나신을 드러내며 그가 내게 이런 짓을 했다며 울부짖고, 그녀의 전신에 피가 흐를 정도의 상처들이 나 있는 것을 보고 케빈은 그녀가 더 이상 자해하거나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올바른 길이 아님을 알면서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케빈의 영혼은 이미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는 내용의 독일 전설 속의 실존 인물로, 마술사이자 연금술사였던 요한 게오르크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한 소설의 주인공)와 다름없이 악마에게 영혼을 판 계약을 한 것이었다.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은 무시무시한 귀신이나 악령의 출현 없이 일상의 현실에서 자아낸 공포지만 더욱 으스스한 데다 화면을 압도하는 알 파치노의 광기에는 몸서리를 칠 정도이다 (알 파치노가 키아누 리브스를 처음 대면하는, 그의 집무실이 위치한 뉴욕 맨해튼 100층 건물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도록 하는 것은 꼭 성경에서 악마가 예수를 높은 절벽에 데리고 가 뛰어내리라며 자살을 유도하는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로 소름이 끼친다).

 결국 케빈은 거짓 증언을 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 증인을 세워 재판에서 승리했으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틈도 없이 아내를 만나러 가고, 어느새 며느리의 병문안을 왔던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케빈이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메리 앤은 케빈의 로펌 동료가 내민 거울을 보게 되고,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케빈의 동료는 악마의 형상으로 비추는 것을 보고서 비명을 지르며 그녀를 후려친다. 이 소란에 케빈이 달려오지만 이미 패닉에 빠진 메리는 문을 의자로 걸어 막아 버리고, 깨진 거울 조각을 집어 들고는 케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유언으로 남긴 채 목을 그어 자살하고 만다. 메리가 죽은 후 충격을 받은 케빈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의 원인을 이해한 듯이 밀튼을 찾아가 결판을 지으려 한다. 하지만 케빈이 알게 된 충격적인 진실은, 밀튼이 악마 같은 변호가가 아닌 진짜 악마라는 것이고, 케빈이 바로 밀튼의 아들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을 유혹하던 매력적인 파트너는 자신의 이복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의 모든 권력을 얻을 수 있는 변호사가 되어서 자신과 함께하자는 아버지이자 악마인 밀튼에게 저항하는 방법으로 케빈은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 직후, 자신이 옛 고향에서 마지막으로 변론했던 성추행 교사의 법정에서 다시 깨어나게 되고 깨달음을 얻은 케빈은 그 변론을 포기하고 자신의 이력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지만 인간으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그런 그를 지켜보던 지방 신문의 기자가 그의 용기를 칭찬하며 심도 깊은 인터뷰를 요청하고, 케빈은 기쁜 마음으로 그 인터뷰에 응하기로 하지만 조금 후에 그 기자는 밀튼의 모습으로 변하고 밀튼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사관과 신사>, <백야>를 만든 테일러 핵포드의 연출 변신이 눈여겨볼 만하지만 연기자들의 카리스마를 빼놓을 수 없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무엇보다 당초 망한 영화로 이름을 날린 영화 <스피드2> 대신 이 영화를 운 좋게 선택했다는 키아누 리브스는 재난을 피해 대선배 밑에서 연기 한 수를 제대로 배운 셈이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다음과 같은 단어를 담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명예, 돈, 탐욕, 허영심과 그에 상응하는 평화로운 가정의 파탄’이 그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중간중간 대사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돈이 있으면 행복해야 하는데 전혀 행복하지 않아요. 무슨 시험 같아요. 모든 게 시험 같다고요.”(영화 속 메리의 대사) 특히 밀튼이 말한 “허영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죄다.”라는 대사는 정곡을 찌른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 같은데, 그 사이에 ‘사랑하는 내 가정’이 파괴되며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절대 신은 다 주지 않는다는 무슨 불문율의 공식과도 같은 것이다. 특히 알 파치노가 열연한 밀튼 역을 보면, 악마는 ‘절대 강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으로 하여금 두 길을 주고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을 항상 즐기는 것이다. ‘명예, 돈, 허영심과 그로 인한 소중한 것을 잃는 것’이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이 선택을 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밀튼(알 파치노)은 말한다. “내가 언제 그렇게 하라고 했니? 니가 다 스스로 선택해놓고선...” 이게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악마의 변호(Devil’s Advocate)’인 것이다. 2022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 다시 봐도 예전 영화의 올드함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이 영화를 보면서, 변호사로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잔잔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겠다.

 

성중탁 교수
●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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