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김용민 의원님. 의정활동으로 바쁘실 텐데 시간 내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법연수원 35기를 수료한 16년 차 변호사입니다. 작년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 후 총선에 출마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고, 현재는 전공을 살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제가 작년에 총선에 출마했으니까 15년 정도를 변호사 생활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증권회사 사내변호사와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이후 법무법인 개업변호사로 오래 활동하면서 법무법인도 설립해서 운영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은 급하게 정치에 입문하게 되면서, 법무법인에 남아 있는 동료변호사들은 지금 저를 원망하고 있지요(웃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활동이나 천주교 인권위원회 활동 같은 시민사회 활동도 했습니다. 2011년경에 변호사 개업을 했고, 개업하면서 하고 싶었던 것이 시민사회 활동이었는데, 그때 민변과 천주교 인권위원회 활동을 시작했던 거죠. 민변에 가서 맡은 첫 사건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인 유우성 사건이었고, 그 사건 이후에 시국사건을 많이 맡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금융변호사였는데, 그 사건 이후부터 형사사건을 맡게 되어서 형사전문변호사가 된 거죠(웃음).

Q.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결혼은 했고, 중학생과 초등학생 아이들 두 명이 있습니다.

Q. 자제분이 커서 변호사가 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건지요?

 (웃음) 당연히 시킬 겁니다. 지금도 저는 아이들에게 변호사가 괜찮은 직업이라고 얘기하지만, 아이들은 변호사는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시간을 많이 뺏긴다고 싫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변호사로 일할 때 매일 야근하는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시키고 싶어요. 보람이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도 많이 할 수 있거든요. 국선전담변호사 할 때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었는데, 국회의원이 되고 나니 아이들은 아빠를 더 못 본다는 불만들이 있네요.

Q. 유우성 간첩 조작사건 변호인으로 유명하신데, 사건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유우성 씨라는 탈북자 출신의 서울시 공무원이 있었는데, 유우성 씨가 공무원 활동하면서 탈북자 정보를 북한으로 넘겨 간첩행위를 했다는 혐의사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사건이 커졌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시점에 이 사건이 터져서 정국 국면 전환용 조작사건 의심이 많이 들었던 사건이었고, 결과적으로 국정원에서 사건 조작 사실이 드러났고, 중국의 공문서까지 위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정원 직원들이 구속 기소되어 마무리되었습니다. 유우성 씨는 결국 무죄를 받았지만 삶이 많이 어려워져서 안타까웠는데, 그 와중에 최근에는 유우성 씨가 기소유예 되었던 외국환거래법 위반사건이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다시금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공소권 남용이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공소권 남용이 인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례로서 형사사법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사례가 아닌가 싶어요. 그 사건은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했는데, 그때 다수의견이 보복 기소로 공소권 남용임이 인정되었습니다.
 

Q. 그 외 변호사 시절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업무가 있으셨는지요?

 마무리를 못 지어서 좀 아쉬운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반정부 문화예술계 인사에게 불이익을 준 데 대한 국가배상청구 사건이었죠. 김어준 씨와 주진우 씨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인 박근혜 5촌 살인사건도 있었네요.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무서웠던 사건이었습니다. 관련 사건에서 변호인들이 린치를 당했던 일들이 기록에도 나타나고, 저도 실제로 미행을 당하거나, 3번 연속해서 타이어가 펑크가 나기도 해서, 생명보험도 가입하고 그랬습니다(웃음).

Q. 국회의원으로서의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업무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성과를 냈던 사례로 기억에 남는 건 공수처를 출범시킨 것이죠. 처음 만들었던 법에 따라 출범시켰어야 했는데, 처음 법이 너무 까다로워서 처장 후보 추천이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검사 자격 요건도 너무 까다로워서, 제가 개정안을 냈고 요건을 대폭 낮추어서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정안은 당내에서도 욕을 많이 먹었는데, (웃음) 결과적으로는 제가 낸 개정안대로 통과되어서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아쉬웠던 사례는, 세무사법 개정안입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변호사협회에서 하는 위헌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필요하면 변호사법 개정을 해서 빈 공간을 메꾸는 방안도 논의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어쨌든 직역의 싸움으로 비치는 것은 가장 부담스럽고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국회의원 지위상 어느 한쪽 직역을 편드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헌법 가치에는 맞아야 하니까, 헌법 제37조 제2항에 맞게 추가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변호사 서비스가 질적으로 저하되거나 과잉경쟁으로 기본권을 서로 침해하면서 법률시장이 혼탁해져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요. 법률적 예방적 조치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고, 정부에서도 변호사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어서, 변호사인 의원들과 상의해서 다양한 직역을 개척하고, 다양한 분야에서도 변호사가 활동할 수 있게 하는 논의를 해 나갈 계획입니다.

Q.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취미는 무엇이신지요?

 남양주에는 좋은 산이 많고 산책할 곳도 많습니다. 시간 문제로 등산은 못 하지만, 산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Q. 상당히 힘든 길을 걸어오신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음악을 많이 듣습니다. 음악을 듣기 시작한 것은 일 때문이기도 한데, 우연히 아는 지인에게 LP 판들을 선물을 받아서, 장비는 없고 판을 전시만 하다가 장비를 마련하면서 듣기 시작했습니다. 시국사건들을 많이 하면서 국정원 직원을 변호하기도 했었는데, 그분들이 음악을 틀어 놓고 일을 하면 도청하기 어렵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알려 주셔서 음악을 틀어 놓고 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웃음). 주로 클래식을 듣고, 가요나 팝도 좋아하지만 가사 없는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가사가 있으면 자꾸 흥얼거리게 되어서 일에 집중이 안 되어서요(웃음).

Q. 변호사였던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후회되는 점은 없으신지요?

 아직까지 심각하게 후회되는 점은 없는데, 불편하고 힘든 것들은 있죠. 뭘 해도 국민의 절반으로부터 욕을 먹어야 해서요(웃음). 그리고, 정치인이 되다 보니까 얼굴이 알려져서 편하게 어디를 다니면서 밥을 먹거나 술을 한잔할 수도 없어서, 사생활이 없어지는 것 같아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이 점은 연예인하고 비슷한데, 욕은 연예인보다 많이 먹어서 굉장히 조심스러워요(웃음).

Q. 가족분들은 변호사와 국회의원 중 어느 쪽을 더 좋아하시나요?

 아이들은 아직 잘 구별을 못 하는 것 같고, 아내는 변호사 할 때가 낫다고 해요(웃음). 국회의원이 되고 쉬는 날이 없다 보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생활이 없어진 점도 불편하다고 하네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가요?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계속 이어 나가실 생각이신지요?

 그렇죠. 정치에 입문한 이상 품었던 꿈들을 현실에서 실현을 시킬 때까지는 계속 활동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공직을 맡지 않는 상황이 되더라도 정치의 영역에서 계속 활동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Q. 재야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시다가 뜻한 바 있어 정치인의 길을 걸으시는 모습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후배변호사들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롤 모델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변호사 숫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국회 업무나 정치 쪽으로도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많아지는 것 같은데, 이런 분들에게 조언해 주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정치나 입법부 영역에서 변호사들이 필요한 중요한 일들이 많습니다.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많이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변호사들이 정치에도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국회의원과 변호사들이 많이 맞아떨어지거든요. 변호사는 의정활동에 상당히 훈련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국회의원은 누가 안 가르쳐 주고,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는데, 개업변호사들의 업무와 닮아 있거든요. 개업변호사들의 사건 수임도 그렇고 전문 분야를 찾는 절차와 과정이 닮아 있는 것이죠. 법을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에 상당히 빨리 적응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법의 해석, 흐름, 재판 실무까지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입법의 전체적인 흐름을 다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정치를 잘 할 수 있을 것인지는 전혀 별개의 영역이지요(웃음). 보좌진으로 합류해서 경력을 쌓으며 정치에 입문하는 것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치 입문을 하고 싶으신 변호사님도 많을 것 같은데, 제가 조언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당 지도부로서 고민하고 있는 지점은 정당에서 예측 가능하게 인재를 키워내는 방안입니다. 정당 입장에서 볼 때에는 인재가 필요한데,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이 어떤 길을 걸어가면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길을 보여 주고, 그 안에서 경쟁하고 공천을 받아서 정치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정당개혁도 논의하고 있는데, 그런 길을 발굴해서 가속화시킬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지방의회 의원으로 시작해서 입문하는 사례들도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바마, 메르켈 등도 그런 사례이죠. 민주당도 그런 시스템을 고민 중입니다. 저도 여기 와서 일을 해 보니까 지방의회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더라고요. 실제로 지방의회 의원으로 출마하시는 변호사들도 생기고 있던데, 주저하지 마시고 많이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정치를 잘 할 수 있는지는 좀 다른 문제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웃음)

 국회라는 곳이 모든 갈등이 용광로처럼 녹아내리는 곳이라서, 기존에 정해져 있는 틀을 넘어서서 그 윗단에서, 상단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법조인들이 사업 못 하는 것과 좀 비슷한 느낌이죠(웃음). 좀 더 높은 단계에서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갈등을 하게 되는 거죠. 자기의 신념과 가치관을 접고 현실과 타협해야 될 때가 있어서, 그런 용기가 있냐는 문제가 될 때가 있어요. 성과를 내야 되는 영역이 있어서 반드시 성과는 내야 하니, 내 신념을 조금 꺾고 현실과 타협할 용기가 있느냐가 정치의 또 한 영역인 것 같습니다.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입기도 하는데, 성과를 고려하지 않으면 비판만 하고, 문제제기만 하는정치가 될 수도 있거든요.

Q. 끝으로, 새로이 법조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해 나가는 젊은 후배변호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예전에 변호사라고 하면 사회에서 존경받으면서 먹고사는 걱정은 없었는데, 그런 것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생활의 전선에 뛰어들게 되는 상황에 놓인 거죠. 그러면서 변호사의 사명이 소홀히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깁니다. 먹고살기 바쁜데 변호사로서 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겠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적어도 사회에 기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변호사 일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제가 개업변호사로 일할 때 공익활동을 병행하면서 사무실을 어렵지 않게 운영했었는데, 저와 비슷한 시기에 개업한 동기들이 그 비결을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사실, 맡은 사건을 진짜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비결이라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가 맡은 사건을 진짜 열심히 하면 의뢰인은 물론, 어떤 경우에는 상대방도 나에게 사건을 맡기기도 하거든요.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죠. 어렵다, 어렵다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자기 사건을 진짜 열심히 하는 것만큼 좋은 영업전략은 없습니다. 주변에서도 그렇게 일을 하는 변호사는 걱정을 좀 덜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도 변호사일 때 법조 선배들은 왜 후배변호사들에게 신경을 안 쓰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청년변호사 간담회 같은 자리를 만들어서 고충도 같이 듣고 입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아요.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되는 입법적 불비도 같이 논의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차원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다양한 교류를 기획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회에서 꼭 좀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웃음).
 

● 인터뷰/정리 : 고정욱 본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