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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차 변호사의 고민, 무지함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2018년 4월,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순간이 엊그제처럼 선명한데, 어느덧 필자도 올해 5년 차 변호사가 되었다. 1년 차 수습변호사 시절에는 ‘5년 차 변호사’라는 말을 들으면, 나에겐 까마득히 먼 미래인 것만 같고, 5년 차가 되면 어느 분야든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고 통달한 변호사가 되어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웬걸, 막상 5년 차 변호사가 되어 보니 1년 차 때와 비교해 보았을 때 과연 나는 어떠한 발전을 한 것인가에 대한 크나큰 고민에 휩싸인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여전히 서면 하나 쓰는 데 며칠씩, 어떨 땐 몇 주를 고군분투하고, 이제 웬만한 법령 명칭은 다 들어본 것 같다 싶을 때쯤이면 “와... 이런 법령도 있었다고?” 놀라며 나의 무지를 탓하기도 하고, 법률자문을 할 때면 혹시나 내가 놓친 부분이 있진 않을까 최종적으로 내린 나의 결론과 답에 확신이 서지 않는 순간들이 여전히 부지기수다. 본인의 사건과 관련된 법리는 나보다도 훨씬 더 전문가인 의뢰인과 상담을 할 때면 내 어리숙함을 티 안 나게 감추기 위해 노력하고, 의뢰인 앞에서 행여나 말실수를 할까 두려워 여전히 상담 전후의 많은 시간을 부지런히 리서치하고 공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고민은, 위와 같은 고민과 고충들을 털어놓을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동료나 선배변호사들에게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기에는, 혹시 여전히 나만 뒤처져있는 것일까, 나에게만 있는 고충과 두려움은 아닐까, 같은 변호사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내가 굉장히 실력이 부족하고 소위 말하는 멘탈이 약한 변호사로 보이진 않을까 등의 여러 가지 생각에 말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법 관련된 문제는 뭐든지 내가 다 알 거라고 생각하는 비법조인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는 더더욱 이야기하기가 힘들다. 항상 누군가에게 ‘해결사’
가 되어야 하고 그에 걸맞은 서면으로 상대방과 싸워서 이겨야 하지만, 막상 나는 그 과정에서 나의 부족함에 대한 해답을 다른 누군가에게 구하기가 힘든 이 직업이 참 외롭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5년 차가 되었음에도 매너리즘이나 나태함에 빠지지 않고, 여전한 나의 부족함과 무지를 인지하고 군데군데 비어있는 구멍들을 메꾸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는 나 자신이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한 기본 자질은 잃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평생 해내야 하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절대 그 자리에 안주하고 멈춰있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정말 수많은 법령과 판례들이 있고, 그 법령과 판례들은 세월이 지나며 시시각각 바뀜을 반복하는데, 전문가 자격증 하나 가지고 있다고 배움을 게을리하면 결국에는 나만을 바라보는 의뢰인들에게 크나큰 손해와 상처를 안겨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변호사 일을 하면서 자신의 무지함을 감추고 속이려 하는 변호사분들을 간혹 본 적이 있는데, 변호사로서 무지한 부분이 있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자신의 무지함을 인정하지 않고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하리라, 배워나가리라 하는 마음을 먹지 않는 고집과 나태함이 부끄러운 것이다. 아직 5년 차 변호사밖에 되지 않은 필자의 짧은 소견이지만, ‘좋은 변호사’란 자신의 무지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내변호사를 하던 시절에는 타부서의 모든 직원분들이 나에게 해답을 구했고, 송무변호사를 하는 지금에는 내가 담당하고 있는 사건의 의뢰인들이 나만을 바라보며 간절하게 사건의 해결을 구한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10년 차, 20년 차, 그 이상 연차의 변호사가 된다고 해도 경험이 쌓여 조금은 더 능숙해질 순 있어도 언제나 ‘해결사’로서의 삶은 고되고 외로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호사로서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평생 배움’의 자세로 임한다면, ‘좋은 변호사’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 역시 앞으로 펼쳐질 기나긴 법조인으로서의 여정 속에서 배움이 귀찮아지고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질 때, 지금 이 원고를 탈고한 때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공해원 변호사
● 법무법인 서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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