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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취소소송과 후발적 경정청구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4두46485 판결


01 사안과 쟁점

 재산을 증여받은 수증자가 사망하여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한 상속개시가 이루어진 후 사해행위취소 판결에 따라 증여계약이 취소되고 상속재산이 증여자의 책임재산으로 원상회복된 경우, 수증자의 상속인이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이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하여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 납세의무를 면할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룬 판결이다. 일반적으로, 사해행위취소 판결의 효력은 상대적 무효, 즉 재산반환의 상대방인 수익자 또는 전득자에 대한 관계에서만 상대적으로 효력이 있을 뿐 그 밖의 자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한다.
 

02 판결 요지

 채권자취소권의 행사로 사해행위가 취소되고 일탈재산이 원상회복되더라도, 채무자가 일탈재산에 대한 권리를 직접 취득하는 것이 아니고 사해행위취소의 효력이 소급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00. 12. 8. 선고 98두11458 판결, 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4다23127 판결, 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2두815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재산을 증여받은 수증자가 사망하여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한 상속개시가 이루어졌다면, 이후 사해행위취소 판결에 의하여 그 증여계약이 취소되고 상속재산이 증여자의 책임재산으로 원상회복되었다고 하더라도, 수증자의 상속인은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이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하여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 납세의무를 면할 수 없다.
 

03 판례 평석

 상대적 무효설을 취하는 통설, 판례에 의하면, ① 채권자는 사해행위의 취소와 동시에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고(취소만을 명할 수도 있다), ② 사해행위의 취소 판결의 효력은 채권자와 피고인 수익자나 전득자 사이에서만 상대적으로 효력이 있으므로 채무자 또는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법률관계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고, ③ 채무자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피고적격이 없다고 한다.

 이때, 채무자는 사해행위취소 판결의 효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취소 판결, 특히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 권리가 다시 채무자에게 복귀하지 않는다. 다만 취소 판결에 따라 부동산 등기 명의가 채무자에게 회복되더라도 이 부동산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는 여전히 채무자의 것이 아니지만,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에 기하여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사해행위취소 판결이 있다 하여 채권자에게 해당 재산에 대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기 않기 때문이다. 강제집행을 통하여 얻은 금전은 우선적으로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만족시키는 데 쓰이고, 그 결과 채무자의 채무는 소멸할 것이다.

 대상 판결은 대법원 접수 후 6년이 지나서야 선고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었다가 소부에서 선고하기로 정리될 정도로 치열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사해행위취소 판결의 효력에 관한 기존 판례의 태도에 다소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상대적 효력설’은 민사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례로 상표등록취소심판의 보조참가인이 수익자 갑과 전득자 을을 상대로 한 별건 사해행위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확정 판결을 받고 상표등록취소소송이 대법원에 계속된 후에 그 판결을 집행하여 갑과 을의 상표등록이 말소된 사안에서, 그 효력은 상표등록취소심판 청구인에게 미치지 아니하여 청구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갑과 을이 여전히 상표권자로서 상표등록취소심판의 피청구인 적격을 갖는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후1435 판결).

 조세법적 시각에서, 대상 판결의 판시내용은 곧이 수용하기는 어려운 소지가 있다. 사해행위취소 판결 선고뿐만 아니라 그에 기한 강제집행까지 이루어졌다면, 수증자의 상속인은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됨으로써 당초 성립하였던 상속세 납세의무의 전제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범죄행위로 수익을 얻어 소득세를 부과당한 경우에 만약 형사 판결로 이러한 수익이 몰수 · 추징되었다면, 이는 이러한 위법소득에 원래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부과처분이나 신고가 있은 후에 벌어진 사정 변경이라 하더라도 그에 따라 담세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면 이를 이유로 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널리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대상 판결에서 원고는 채무자와 수익자의 상속인의 지위를 겸하였고, 사해행위취소 판결로 채무자인 원고 명의로 원상회복된 토지와 그 환가물인 공탁금출급청구권은 원고의 채권자들에게 배당되었다. 즉, 원고의 채무가 변제되었다는 점에서는 사해행위취소 효과가 채무자인 원고에게도 사실상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대상 판결의 원심이 “원고에게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이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원고가 아무런 경제적 이득도 없이 오로지 상속세 납부의무만을 부담하게 되는 등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수익자의 상속인이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인 경우에도 대상 판결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면, 담세력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사해행위취소 판결에 의하여 사해행위가 취소되고 일탈재산이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원상회복되어 강제집행까지 이루어졌다면 수익자는 사해행위의 목적물에 대한 재산적 가치를 실질적으로 누리지 못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탈재산이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원상회복되어 강제집행까지 이루어진 경우 수익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담보책임을 추궁할 수 있지만, 증여는 원칙적으로 담보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민법 제559조 참조).

 

김철 변호사
● 법무법인 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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