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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국민참여재판 소송 수행기


 작년 겨울, 국민참여재판에서 변호인으로 소송을 수행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사건 해결의 열쇠 찾기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의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었는데, 피고인들은 적극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받길 희망했습니다. 기소의 주된 요지는 ‘피고인들이 유튜브 방송에 제20대 총선 사전투표의 문제점에 대한 허위 내용의 동영상을 게시하여, 이를 시청한 선거인들의 사전투표에 참여할 자유를 방해함으로써 위계 · 사술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사전투표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배부한 사전투표에 대한 설명자료들, 이를 비판하는 측에서 제시하는 자료들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증거자료에는 본건과 유사한 사안의 판결문들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사전투표의 자유를 방해한 것이 인정되어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례들이었기 때문에 변호인으로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이며, 이 사건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고민 끝에 이 사건의 쟁점을 3가지로 정리하였습니다.

1. 피고인들이 유튜브에 게시한 동영상 내용은 허위가 아니다.
2. 피고인들의 발언은 투표에 관한 행위 그 자체를 직접 방해하는 행위가 아니다. 시청자들의 자율적인 판단과 선택에 따라 사전투표를 하는 것이 가능했으므로 사전투표에 참여할 자유를 방해하는 구체적인 위험이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
3. 피고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정당행위이다.

 국민참여재판 날짜가 정해지고, 다섯 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치면서 검사와 피고인 측에서 여러 의견서와 증거자료를 제출하였고, 국민참여재판에서 주로 다루어질 쟁점은 ‘과연 피고인들의 행위로 이를 시청한 선거인들의 사전투표에 참여할 자유가 방해되었는가’ 하는 법리적인 부분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이미 유죄로 확정 판결이 내려진 선례가 많지만, 법리적인 부분을 설득력 있게 잘 풀어낸다면 배심원 몇 명은 기존 판례를 뒤엎고 우리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법정에서 변론할 내용의 대본을 작성하고, 발표자료를 만들며 준비해 나갔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다

 일반적인 공판 절차와 국민참여재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배심원 선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배심원을 어떻게 선정하느냐에 따라 재판의 최종 결과가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검사와 변호인은 배심원 선정 질문, 기피 절차 진행 과정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습니다. 10시부터 시작된 배심원 선정 절차는 12시가 돼서야 끝이 났는데, 저와 변론을 함께 했던 동료변호사님이 국민참여재판을 9번이나 수행했던 베테랑이었기 때문에 피고인 측에 불리하게 판단을 내릴 만한 배심원 후보자들을 잘 배제하며 배심원 선정 절차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 본격적인 공판이 시작되었습니다. 피고인 측 모두절차에서는 배심원들이 쉽게 이 사건을 이해하고,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시각에서 사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판례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서증조사에서는 ‘피고인들이 유튜브 방송에서 발언한 내용이 허위인가’에 집중된 증거자료들이 제시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방청석과 피고인석에서 소란이 발생하였는데,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점을 염두에 두고,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변호인의 능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저녁 8시에 양측의 최후 변론이 시작되었습니다. 피고인 측의 변호인으로서, 국민참여재판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기존 판례의 입장을 뒤집고 배심원들이 좀 더 엄격하게 법률을 해석해서 판단을 내려 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법리 설명에 집중하여 최후 변론을 하였습니다.

 저녁 11시에 변론을 종결하고, 배심원들의 평의가 시작되었습니다. 12시 20분에 판결 선고가 내려진다는 연락을 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변호인석에 앉아 결과를 들었습니다. 배심원 평결 결과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발언 내용이 허위임이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들의 발언 내용이 선거인들의 투표에 관한 판단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인지, 투표에 관한 행위 그 자체를 직접 방해한 행위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판단한다. 선거인이 누구인지, 어떤 것을 방해받았는지 특정되지 않았고, 추상적인 위험으로 보인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실현의 측면에서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엄격히 해석해야 하므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 재판부도 배심원의 뜻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유사한 선례에 따라 유죄로 판단할 수도 있는 사건이었으나, 배심원들이 적극적으로 복잡한 법리를 해석하고 구체적으로 사안에 적용하여 기존 판례의 입장과 다른 새로운 판단을 내린 것이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을 돌아보며

 배심원 선정과 재판 준비를 하는 데 일반사건에 비해 변호인의 업무가 상당히 가중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준비과정에서 힘든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국민참여재판 당일에 배심원들 앞에서 변론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심도 있게 고민하며 진지하게 사건을 대하는 배심원들의 눈빛과 태도에 매료되어 ‘국민참여재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변호의 맛’을 경험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인 것은 분명했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최근 발간한 ‘국민참여재판 성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참여재판 접수 건수는 865건, 실시 건수는 96건으로 실시율이 12.4%에 그쳐 2008년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도입된 후 역대 최저치라고 합니다. 변호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 많은 국민들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어 일반 국민들의 건전한 상식과 의견이 재판과정에 반영될 수 있기를, 궁극적으로 국민의 사법신뢰가 회복되기를 바라 봅니다.

 

장지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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