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법률판례 놓치면 안 되는 실무례
상가건물 독립정산제에 관하여(1)


들어가며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른 재건축사업의 경우 아파트 소유자들과 상가건물 소유자들 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주택단지에 세대별 일정 면적의 상업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필수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아파트 주변 상권이 점차 발전하고 교통의 발달로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아파트단지 내 상가건물을 구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되었고, 이에 종전 상가건물의 처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재건축조합원의 절대다수를 구성하는 아파트 소유자들에 비하여 10% 미만에 불과한 상가 소유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쉽사리 관철할 수 없게 됩니다. 분쟁이 발생한 정비구역들을 살펴보면, 종전에는 아파트단지 중심부에 상가건물이 위치하였으나, 재건축사업에서는 다수 아파트 조합원들의 결의로 정비구역의 측면에 상가부지를 신축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종전 상가건물의 감정가액을 얼마나 인정할지도 관건입니다. 고층의 단일한 상가
가 설치되는 오늘날에 비해, 종전 상가건물의 경우 단지 내에 저층 형태로 제각기 독립된 건물로 설치되어 있어 그 소유자들 간의 이해관계도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자 상가 소유자들이 별도의 독립한 이익을 관철하는 방법이 실무에서 등장하였는데, 바로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입니다.
 

상가 독립정산제의 의의 및 성격

 재건축조합(또는 추진위원회)은 상가 소유자들과 아파트 소유자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하여, 사업 초기에 상가 소유자들과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을 체결합니다. 대법원은, ① 아파트와 상가를 분리하여 개발이익, 비용을 별도 정산하고, ②‘상가협의회’라 불리는 상가 소유자들로 구성된 기구가 상가에 관한 관리처분계획안의 내용을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조합과 상가협의회 간에 합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정의하였습니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두3385 판결 참조).

 ①부분은 전체 정비구역 내 조합원별 부담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조합의 비용 부담’ 및 ‘조합원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고, ②부분은 조합총회에 상정하여 승인받아야 하는 관리처분계획안 중 상가 부분의 작성을 조합의 이사회가 아니라 상가협의회에 일임한다는 내용인바 ‘조합 임원의 권리·의무’, ‘임원의 업무 분담 및 대행 등’ 및 ‘관리처분계획’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재건축조합 총회에서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고 정관에도 근거 규정이 마련되어야만 재건축조합의 내부적 구속력을 갖게 됩니다. 재건축조합의 정관에 약정이 반영되면, 상가 등 부대 복리시설의 권리가액 산정은 아파트 소유자들의 이해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됩니다.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단계에서의 문제

 문제는, 실무상 상가 독립정산제가 활용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분쟁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재건축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상가 소유자들이 마련한 상가관리처분계획안을 어디까지 수용·반영하여야 하는지 기준이 명백하지 않습니다.

 상가 소유자들이 재건축조합의 관리처분계획 수립 이전에 상가에 관한 관리처분계획안을 수립하여 이를 적법하게 재건축조합 측에 알리고 전체 조합원들로부터 추인을 얻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주(定住)의 기능만을 목적으로 하고 면적별로 시가가 일정하게 형성되어 온 아파트와 달리, 상가건물의 경우 그 구조와 용도, 평형, 입점 점포의 업종 등이 다른 데다가 재건축사업을 개시하기 전까지 상권이 제각기 형성되어 왔으며, 상가 소유자들 일부는 신축 상가가 아닌 아파트 분양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상가 소유자들 간 의견의 일치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가 소유자들 간 의견의 불일치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참지 못한 아파트 조합원들은 상가 관리처분계획안의 수립을 기다리지 않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게 됩니다. 이때 상가 부분을 ‘상가협의회와 협의 예정’이라고 하여 공백으로 두기도 하지만, 재건축조합이 별도로 상가 부분에 관한 관리처분계획안을 마련하여 분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과거 하급심 법원은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을 재건축조합과 상가 소유자들 간의 사적 계약으로 보고, 재건축조합이 독자적으로 상가에 관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는 행위는 계약 위반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35281 판결’은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이 조합원 총회의 결의에 따라 승인되고 정관에 반영되었다면 그 내용이 재건축조합 내부적으로 구속력을 가진다고 하면서도, 이후 상가 독립정산제 외 일부 배치되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이 수립된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 부분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상가 독립정산제는 본래 ‘조합의 비용 부담’에 있어 상가 부분을 별도로 산정함을 허용하는 것이므로, 총회결의를 통해 수립한 관리처분계획에 상가 독립정산제와 일부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면, 새로운 총회결의로써 종전 총회결의의 내용을 일부 철회·변경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첫째로 총회결의가 상위법령 및 정관에서 정한 절차와 의결정족수(정관 변경에 관한 가중정족수인 조합원 2/3의 동의)를 갖추었고, 둘째로 총회결의의 내용이 상위법령 및 정관에 위배되지 않으며, 셋째로 관리처분계획을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이 종전 내부규범(상가 독립정산제)의 존속을 신뢰한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우월한 경우에는 관리처분계획이 유효하다고 본 것입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에 반하여 관리처분계획이 수립되었더라도 당초 약정을 통해 상가 소유자들에게 신뢰가 부여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조합이 수립한 관리처분계획이 유효하다고 판시하기도 하였습니다.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8두34732 판결’은, 재건축조합의 전신인 추진위원회와 상가 소유자들 간에 체결된 ‘상가 독립정산제 약정’의 대내적 구속력이 인정되더라도, 상가 소유자들과 시공사가 상가의 권리가액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의 권리가액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면, 권리가액에 대한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까지 상가 소유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권리가액이 관리처분계획에 반영되도록 할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추진위원회가 약정 체결에 앞서 상가 소유자들에게 그러한 권리 부여에 관한 신뢰를 부여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본 것입니다.

• 본 글은 ‘상가건물 독립정산제에 관하여(2)’라는 제목으로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

 

이힘찬 변호사
● LKB 부동산건설그룹(도시정비팀)

이힘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