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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주지홍 교수


간단한 자기소개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민법, 통신법, 의료법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는 주지홍 교수입니다. 연세대학교에서 민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있다가 2006년부터 부산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언제부터 법학 교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중1 때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란 TV 드라마를 보고 킹스필드 교수 같은 법학자가 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학생들이 즐겨 찾는 교내 맥줏집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학생들은 데모를 통해 이를 저지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킹스필드 교수는 주인공 하트 학생에게 판례 정리를 숙제로 내주었는데, 그 사례는 문화재 가치가 있는 건물은 허물지 않고 보호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사례를 통해 건물은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데모나 힘을 통해 의사를 관철하기보다는 킹스필드 교수처럼 법학지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최고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어떤 법학자가 될 것이냐는 대학생 때 성경말씀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사야서 50장 4절에 “주 여호와께서 학자의 혀를 내게 주사 나로 곤핍한 자를 말로 어떻게 도와줄 줄을 알게 하시고 아침마다 깨우치시되 나의 귀를 깨우치사 학자같이 알아듣게 하시도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말씀처럼 아침마다 나의 귀를 깨우쳐서 학자같이 알아듣고, 학자의 혀를 가져서 곤핍한 자를 말로 어떻게 도와줄 줄 아는 교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귀가 어둡고 혀가 둔한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전공 분야를 3개나 갖고 있는 이유

 학교 다닐 때 공부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다른 과목에 비해 분량이 많고 법리가 복잡한 민법이 너무 어려워 김주수 교수님께 민총, 채총, 친상까지 모두 C를 받았습니다. 졸업 전까지 교수님께 무조건 A를 받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했는데, 결국 채각에서 A를 받게 되었고, 하다 보니 민법이 점점 재미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쉽게 싫증을 내는 성격인데, 민법은 아무리 연구해도 끝이 없어서 싫증 내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민법 교수인 제가 민법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게 다 소문이 나겠네요(웃음).

 박사 학위 취득 후 경희대에 있는 친구 권재열 교수의 소개로 우리나라 정보통신 분야의 싱크탱크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법학박사를 채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입사했습니다. 권 교수는 학교로 곧바로 가기보다는, 연구원에 가서 전문분야를 익히면 나중에 그게 학교에 가서도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적극 권유했습니다. 그곳에서 정보통신정책과 법제도에 관한 연구를 2년 정도 하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법제도연구센터가 만들어져 경제학이나 경영학 박사가 아닌 법학박사를 뽑게 되었습니다. 이때 전혀 생소한 분야인 IT와 통신정책 및 법제도 분야를 접하면서 초기에 고생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첨단 분야이고 최신 기술과 관련된 분야라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호기심 천국인 저의 성격에도 맞았고요. 실제 지금 일어나는 통신정책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담당 공무원 및 통신사업자분들과의 협업과 교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망중립성원칙, 상호접속료 산정, Service Level Agreement, 관로권, 보편적서비스 등 많은 재미있는 주제들이 있는데, 이러한 경험과 지식이 쌓여 그 결과물로 10여 권의 연구보고서가 출판되었습니다.

 의료법은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장치)에 관한 규제개혁 연구를 하다가 시작되었습니다. 식약처의 잘못된 규제로 인해 과징금을 받은 회사가 소송을 하는 데 법률자문을 해 주면서 흥미를 갖게 되어 연구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통신 분야 연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

 베트남과 미얀마 정부의 IT 관련 법제 및 전자정부 법제도를 정비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일입니다. 십여 차례 넘게 방문하여 그곳 공무원과 다양한 기업가들을 만나 컨설팅해 주고 직접 법을 만들거나 개정하는 작업을 도와주었습니다. 지난해에도 베트남 정부의 전자거래법 업데이트 작업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독일이나 미국과 같은 법률선진국이 아닌 IT 선도국가인 대한민국 대표선수로 개발도상국들에게 이런 전문적 법률도움을 주고 우리 법제를 수출하는 데 일조하였던 점이 무척 기뻤습니다. 이때 전직 정통부 장관이셨던 여러 분들과 IT 법제 전문가이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분들, 그리고 삼성, LG, 현대, 대기업 전문가분들과 같이 베트남을 방문하여 컨설팅하였던 기억이 새롭네요.

 또한 10여 개국이 넘는 많은 개발도상국의 정보통신공무원들과 IT 기업가들이 KOICA와 KADO 초빙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통신정책과 법제도에 대해 9년간 강의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후 우연한 기회에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장치)소송에 자문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의료법에 흥미를 느끼게 되어 그 후 의료법에까지 연구범위를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법률시장의 이슈와 변호사 업무의 변화

 주위 변호사분들께서 정말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단기적, 장기적으로 어떠한 환경 변화가 닥쳐올지에 관해 이야기하고, 변호사로서 이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단기적으로 첫째, 코로나 이후 법률시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생길 것으로 예측됩니다. 노동법 분야에서 재택근무로 인한 사이버보안, 노동자 감시 문제, 좋은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코로나로 인해 회사에서 재택근무가 많이 늘어났었는데, 코로나 종료 이후에도 하이브리드 형태로 업무를 하게 돼서 빌딩 임차료를 절약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회사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재택근무가 상시화되고 사이버보안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됩니다. 재택근무로 인해 회사 서버와 온라인상 연결됨으로써, 실제로 고객정보 등 보안이 필요한 민감한 회사 서버 내의 데이터가 해킹에 노출됩니다. 보안조치가 되어 있는 클라우드에 회사 데이터가 보관될 수 있는데, 이 역시 이러한 사이버보안 문제가 증가됩니다. 법률상 이러한 일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판사는 최종 결정권자가 IT전문가가 아닌 법률가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절차적 적법성을 중시하게 됩니다. 즉 매뉴얼과 규정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매뉴얼대로 절차를 취했는지 등 절차적 적법성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중시하게 됩니다.

 또한 노동자 감시 문제가 대두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제대로 일을 하는지 감시하는 것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결과 위주의 평가로 인사관리의 중요성이 옮겨가게 됩니다. 출장이 줄어들고 줌(Zoom) 등을 통한 원격회의가 늘어나 회사의 경비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시공간적 감시가 느슨해져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기 쉬워 회계 부정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증대됩니다. 우리나라는 노동법이 엄격해 금액이 크지 않은 영수증 부정처리 등을 이유로 해고할 경우 부당해고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청렴을 중시하는 다국적기업들은 법률비용 및 패소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러한 경우 엄격하게 해고 조치를 취합니다.

 둘째, 회사법 분야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이사회나 연차주주총회를 갖지 못했을 때 회사와 대표이사의 책임 문제가 발생될 수 있습니다. 원격근무가 가능해지고 활성화됨에 따라 시공간적 제한이 극복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국적기업의 경우 로컬에서의 머리와 허리 역할을 하는 임원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업무집행 자리만 남게 됩니다. 좋은 일자리가 점점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미 다국적기업의 경우 회계나 IT 부서는 중국이나 인도로 통째로 옮겨가고, 이에 따라 데이터의 외국으로의 전송이 문제됩니다. 특히 제약회사 같은 경우 민감한 의료정보나 데이터가 외국으로 이전될 때 일일이 데이터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셋째, 계약법 분야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외국 정부의 봉쇄조치로 인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거나, 원자재 가격, 서비스 가격이 급등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됩니다. 이때 계약의 이행불능 면책 주장 또는 수정 요구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가 문제되는데, 특히 계약서 문구 작성 시 사업자는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포함시키겠지만, 외국에 비해 사정변경원칙에 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법원의 태도로 인해 사업자가 이러한 위험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래의 변호사님들께

 판례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단지 판결 요지만을 외우지 말고, 대립되는 두 이익 가운데 법원은 어떤 균형점을 취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근거는 무엇인지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더 올바른 균형점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균형점을 취할 때 세 가지 원칙을 생각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첫째, 경제법칙에 부합되는가, 둘째, 개인의 개성 및 창의성을 증진시키는가, 셋째, 인간의 자유와 기본권을 증진시키는가.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첫째, 어떤 이데올로기나 이념이 우선시되면 안 되고 경제법칙에 부합해야 한다. 둘째, 개인의 개성 및 창의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당사자의 의사 대신 판사가 새로운 균형점을 제시하거나 전체적 이익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해야 한다. 셋째, 인간의 자유와 기본권을 증진시켜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에도 최소한도의 제한 및 규제가 바람직하다. 이러한 3가지 원칙을 자신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각 영역에 비추어 보면 새로운 균형점이 보일 것입니다. 그것을 성실하게 추구하면 학자의 혀와 학자의 귀를 가진 훌륭한 변호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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