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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송이야기] 인천은 지금 배당이의 앓이 중..
사법연수원 시절 배웠던 민사집행법 교재에 나오는 배당이의 소송은 실무에 나와서는 거의 접할 기회가 없어서 교과서에서나 존재하는 소송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2013년 인천에 와서 1년에 4건 정도 했던 배당이의 소송을 2014년에 들어와서는 12월 현재 벌써 17건이나 가지고 있다. 물론 거의 다 소액임차인으로 피고 측이다. 2013년만 해도 공과금 내역, 임대차경위 등만 입증해도 쉽게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2014년도에 들어서는 중개사 증인신청은 기본이고, 해당금고의 대출 당시 감정평가 자료 문서제출명령에 심지어 등기소 사실조회까지 많은 증거방법을 동원하여 힘들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도 종결이 나지 않는다. 

가장 큰 변화의 요인은 상대방 은행 측에 변호인이 선임되어 진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확실히 변호인이 선임되어 날아오는 소장은 은행의 직원이 작성하여 보내는 소장보다 법률적으로 설득력 있게 쓰여 있고 집요하다. 

인천에서 배당이의 소송을 제일 많이 한다는 모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밥 먹고 배당이의 소송만 한다는데(다른 유형의 소송은 하나도 못 하고 정말 배당이의만 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증거신청을 많이 하는지 하나의 사건을 들여다보면 우정사업본부, 기업은행, 주식회사 케이티, 에스케이텔레콤,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학익동 주민센터, 법원행정처에 사실조회를 하였는데 2000만 원짜리 소송치고는 꽤 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무슨 일이 생겨서 이렇게 배당이의 소송이 많이 발생한 것인지 영문을 모르던 올 초 봄경에는 한 배당이의 피고에게 “가장임차인 주장만 있던 배당이의 소송에 사해행위 주장이 새롭게 등장한 건 요새 트렌드다.”라는 말까지 하였다. 그리고 8. 21.경 평소와 다름없이 배당이의 피고 재판 첫 기일을 출석하였는데 뜬금없이 판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피고 재판이 오래 걸려 힘들더라도 나쁜 마음 먹지 말고 우리 법원을 믿고 기다려 주세요.” 당시 무슨 영문인지 몰라 ‘무슨 일이 있나 보다’ 생각만 막연히 품고 무심코 지나쳤었다. 

그리고 2개월여가 지난 11. 1. 한겨레 신문을 보고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그 당시 판사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게 되었다(물론 그 판사님은 기사에 나온 판사님과 동일인물은 아니다). 기사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천 깡통 주택의 비극, 장애인 가장의 죽음- 
벌건 대낮에 아내와 두 자녀를 둔 한 남자가 분신해 사망했다. 지난 7월 31일 낮 12시 50분께 2급 지체장애인인 손 아무개(49)씨가 자신이 세들어 살던 인천 중구 신흥동의 한 아파트 14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남편이 사망하고서 두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난 10월 15일 오후 2시 20분 홀로된 박씨가 인천지방법원 민사법정에 출석했다. 박씨와 남편 손씨는 인천 중구에 위치한 부천우리새마을금고가 제기한 임대차계약 무효확인 청구소송의 피고인이었다. 이날 박씨는 의외의 소식을 들었다. 원고 쪽인 부천우리새마을금고가 소송을 취하한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권순남 판사는 담담히 선고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판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힘든 일을 겪으셨는데, 잘 사세…요…” 

판사는 감정이 복받쳤는지,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그는 황급히 일어나 얼굴을 가리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재판에서 감정을 숨겨야 하는 판사가 복받쳐 오르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다음 재판까지 잠시 자리를 비운 듯했다. 

기사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소액 임차인을 상대로 한 배당이의 소송이 2012년 395건에서 지난해 529건으로 늘었다고 한다. 어떤 변호사님은 모 재판부에 들어갔는데 판사님이 단독판사들이 분배받아서 진행하는데 너무 많다고 자신이 오전에 진행한 배당이의 소송만 10건인데 도대체 배당이의 소송 때문에 다른 소송을 할 수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고 한다. 

10월 7일에는 인천지방법원의 민사담당 판사들과 인천지역의 공인중개사협회 간의 간담회가 열렸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 임차보증금은 무조건 보장된다’는 것이 법에 대한 오해이며 이를 대중에게 알려 향후 피해자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진 한겨레 기사(11. 7.자)는 누가 ‘깡통 주택’으로 이득을 챙겼는지, 어떤 욕망들이 얽히고설켜 구조적인 문제를 만들었는지에 관한 기사를 게재했다. 

일부 법무사들이 주택 시세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매매계약서를 조작해 금융기관에서 과도한 대출을 받아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처럼 깡통주택으로 이득을 챙기는 수법이 여러 가지이고, 이 과정에서 채권자인 은행과 세상 물정에 어두운 세입자가 피해를 입고 있다. 

필자의 사무실에 찾아오는 소액임차인에게 의심 살 상황인데 왜 계약을 했냐고 물으면 결과론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지만 공인중개사를 믿고 돈을 내고 집을 얻었으며, 대부분 세상물정에 어두웠으며 삶 자체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한 의뢰인은 상대방의 준비서면을 주며 이러한 사실관계가 의심이 되니 이에 대한 반박을 써 오라고 하자, 필자와 상의도 없이 법원에 의견서를 냈다. 깜짝 놀라 알아보니 의뢰인이 초등학교 중퇴라 글자를 쓸 줄 몰라 법무사에게 가서 새로운 내용도 상대방 준비서면에 대한 반박 내용도 없는 서면을 5장에 30만 원이나 주고 써서 법무사가 시키는 대로 그냥 법원에 냈다고 한다. 

한 의뢰인은 중개사 없이 중개한 것과 짧은 시간에 이사를 간 점 등이 의심스럽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주자, 그동안 숨겨왔던 아픈 이야기를 풀어냈다. 한때는 대표이사로 잘나가다가 회사가 망했고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빚쟁이에 쫓기는 가운데 조산으로 인해 태어난 아들은 인큐베이터에서 3개월 가까이 있어 30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로 인해 살림은 더욱 궁핍해졌었다고, 갈 곳이 없어 시골에 계시는 시부모집에 들어갔는데 아이가 서울대 병원을 다녀야 해서 어찌어찌 사기범이 살던 집에 들어갔지만 이마저도 경매로 넘어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낙찰자가 집에 찾아와 집을 비워 달라며 다음날까지 안 비우면 강제철거를 시키겠다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 하다가 우연히 싼 집 전세라는 광고를 보고 이 집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아픈 속내를 다 드러내고 보니 가난이 이렇게 부끄러운 죄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고 했다. 

배당이의 소송의 원고를 변호사가 진행을 하면서 승소율은 더 높아졌고 더 많은 은행들이 배당이의 소송에 참여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변호사가 타인의 불행으로 돈을 버는 직업이라는 말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간혹 가장임차인임이 밝혀진 사건을 보면 변호사가 진실을 밝히는 아주 필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액임차인이 정말 집주인 등과 짜고 계약을 했는지는 하늘만이 알 것이고 정말 짜고 계약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계약자가, 중개업자가, 집주인이, 법무사가, 대출은행이 협력해서 배당이의 앓이가 이제 그만 종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 배당앓이 중에 누군가 돈을 버는 동안 누군가는 생때같은 돈을 떼여 눈물을 흘려야 하기 때문이다.

수정됨_변호사님.jpg


이보영 변호사
사법시험 제46회(연수원 3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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