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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구제조치에 관한 교통약자 이동권 대법원 판결


 최근 장애인단체 지하철 시위와 이에 대한 설전이 이어지면서 장애인 이동권 이슈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노력은 오랜 기간 입법운동, 공익소송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왔다. 입법 투쟁 끝에 2007년에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처벌 외에도 법원이 차별행위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판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었고(제48조 제2항), 이에 근거한 다양한 공익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관련하여 2014년 3월 광역 · 시외버스에 저상버스 도입과 승하차 편의 제공 등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되었고, 8년여간의 쟁송을 거쳐 지난 2월 대법원 판결이 이루어졌다(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21742 판결).

 먼저 본 사안에서 원고들의 버스 탑승 시도가 없었다는 본안 전 항변에 대하여 대법원은 “비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인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하고,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의 존재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요구함으로써 장애인이 이러한 권리보호의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무익한 노력을 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으며, 원고들이 신체적 장애 때문에 버스 탑승을 포기, 단념하였다면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이 있다”고 하여 소의 적법성을 인정하였다.

 본안 청구에 관하여는, “관련 법령 규정상 교통사업자는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 위반은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차별행위에 해당하며, 일정한 재정 부담이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를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님”을 판시하며, 피고 버스회사들이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차별행위임을 인정하였다.

 다만, 구제조치에 관하여 “법원은 차별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판결을 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나, 적극적 조치의 내용과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때 폭넓은 재량을 가진다”고 하면서도, 피고 버스회사들에게 즉시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도록 명한 원심 판결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였다.

 한편, 저상버스 미제공에 관하여는 관련 법령 해석상 시외버스나 광역형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교통사업자에게 저상버스를 제공할 의무까지 인정하기는 어려워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였다.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법원의 구제조치 규정이 도입된 지 15년이 경과하였지만, 실제 청구 및 인정 사례는 많지 않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법원 구제조치 판단 재량의 한계를 명확히 한 만큼 승소가능성 측면에서 장애인의 소송 제기가 더욱 위축될 우려도 있다. 장애인 권익 보호의 중요성을 설득해 가는 변호사들의 노력과 역량이 더욱 요구된다고 할 것이고, 적극적인 구제조치 청구로 인용 사례를 축적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희숙 변호사
● 재단법인 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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