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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장의 블루오션, 경영 · 상속 컨설팅


 변호사는 세무사,1) 변리사의 자격을 가지면서도 공인노무사, 법무사, 손해사정사, 행정사, 가맹거래사의 업무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만능’ 전문자격사이다. 그만큼 변호사가 소화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은 넓고 변호사가 되기 위해 습득해야 할 지식도 방대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변호사들 대부분은 이러한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송무’와 ‘자문’이라는 전통적 변호사 업무 영역에만 매여 산다.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신규 변호사 수와 달리 10년 넘게 늘지 않고 있는 사건 수,2) 타 직역과의 갈등, 잦은 재판 지연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악재로 변호사 시장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변호사들은 이 힘든 상황을 그저 견뎌 내고만 있는 것이다.
 

10년 차 변호사, 경영 · 상속 컨설팅의 세계에 스며들다

 201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여 어느덧 변호사 경력 10년 차를 넘어서고 있는 나 역시 여느 변호사들과 다를 바 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 당장 수임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내년, 내후년은 어떨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이유로 60, 70대까지 노안에 시달리며 서면을 써 낼 자신도 없었다. 법말고는 아는 것도, 별다른 자산도 없는 내가 큰돈을 들여 어설픈 투자를 하거나 다른 사업을 한다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껏 변호사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내 입장에서 대안은 반드시 필요했고, 결국 많은 고민 끝에 나는 지난해 3월 경영 · 상속 컨설팅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되었다.
 

경영 · 상속 컨설팅이 변호사시장의 블루오션인 이유

 ‘경영 컨설팅’이라고 하면 흔히 ‘자문’과 혼동하기 쉽지만, 양자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의뢰인이 궁금해하는 것’을 법률가 입장에서 풀어내는 ‘자문’과 달리 ‘경영 컨설팅’은 ‘회사와 경영인의 재무적 건전성’을 담보한다는 고유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높은 세율의 종합소득세 부담을 고민하는 개인사업자가 있다면, 사업체를 법인사업자로 전환하도록 돕는다. 개인사업자가 납부하는 종합소득세는 당기순이익 10억 원만 초과해도 45%의 엄청난 세율이 적용되지만, 법인사업자가 납부하는 법인세는 2억 초과 200억 원 이하의 당기순이익에 대해서도 불과 20% 정도의 세율이 적용된다. 법인사업체의 경우에는 정관상 임원퇴직금 규정을 정비해 경영인이 근속한 기간만큼 월 급여 2배수 비율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오너경영인에 대해서는 가족들에게 법인 지분을 사전 증여해 경영인 사후(死後) 가족들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 준다. 배당을 해 본 경험이 없는 오너 경영인에게는 급여 이외 배당 수익을 통해 가계 소득을 높이는 방안도 있음을 알려 준다. 으레 이런 일은 기장 대리하는 세무사가 알아서 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통상 세무사는 기장 대리나 세금 신고 대리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더 많다. 더욱이 이는 회사와 경영인 개인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기에 당사자는 세금전문가인 세무사보다는 전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변호사의 혜안(慧眼)을 더 존중한다. 다만, 이러한 니즈를 충족할 변호사 수가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상속 컨설팅’ 영역도 변호사가 블루오션으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 변호사들은 상속이라고 하면 통상 ‘소송’에 방점을 찍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상속 분쟁을 피하고자 일찍부터 상속을 준비하는 자산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50, 60대만 되어도 누구나 자유로이 인터넷을 활용할 줄 아는 시대에 시중에 널린 것이 상속설계 관련 정보이기에 이제는 변호사도 상속 · 증여세는 물론 양도소득세, 보유세 등 상속 관련 세법 지식은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직계 존속 중 한 분이 사망하신 이후 ‘2차 상속’은 어떻게 대비할지, 보다 근본적으로 상속세는 어떻게 해야 줄일 수 있고, 상속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까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이러한 큰 그림을 가장 잘 그릴 수 있는 전문직은 변호사지만, 변호사들의 경우 이에 대한 인식도, 준비도 많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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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재 2021. 7. 15. 2018헌마279, 2018헌마344(병합), 2020헌마961(병합) 세무사법 제3조 등 위헌확인 사건으로 2018. 1. 1.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을 수 없게 되었다.
2)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11년 2.8건에서 2019년 1.26건으로 급락하였다.

 

조태진 변호사
● 법무법인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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