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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서의 노동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내가 먹지 말라 한 나무의 열매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고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이는 하나님의 명에 반하여 선악과를 먹은 아담이 노동의 형벌을 받는 장면을 묘사한 창세기 3장 17절 말씀의 일부 구절입니다. 각자의 종교와 무관하게, 오늘날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변호사들에게 인간이 죄로 말미암아 평생 노동의 형벌을 수행하게 되었다는 이러한 성경구절은, 참으로 가슴에 와닿는 장면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직은 초보 변호사의 티를 완전히 벗진 못하였지만 변호사로서 업무를 시작한 지 어느새 만 5년 정도가 지나다 보니, 이제는 주위 변호사님들과 말씀을 나누며 직업인으로서 변호사가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 자연스레 얘기를 나누게 됩니다. 변호사가 되기 위하여 학업에 열중하던 법학전문대학원 재학 시절, 선배변호사님들께서 직업인으로서 변호사가 겪는 고충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시던 때에도 필자를 포함한 많은 동기들은, 막연히 법조인의 꿈에 부풀어 이러한 선배변호사님들의 조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기억도 납니다.

 실제로 변호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며 교과서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법리에 대하여 공부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실관계를 퍼즐처럼 맞춰 가기도 하며, 의뢰인들이 처한 법률 이슈를 해결해 주는 과정 속에서 변호사로서의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느낄 수 있던 기회는, 필자를 포함한 많은 변호사님들께서 한 번씩은 마주했던 순간일 것입니다.

 그러나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이, 직업인으로서 변호사가 갖는 많은 장점만큼이나 단점 역시 적지 않다는 사실을 조금씩 경력이 쌓이며 느끼게 됩니다. 변호사가 직면하는 가장 큰 노동의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물론 개별적인 성향과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어떤 변호사님께는 복잡한 법리 다툼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어려움이실 수 있고, 또 어떤 변호사님께는 의뢰인이 말해 주는 날 것 그대로의 사실관계와 좀처럼 정리되지 않은 증거들을 얼기설기 엮어 서면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가장 큰 고충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필자가 주위 변호사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변호사로서의 어려움은 다름 아니라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의 감정입니다.

 변호사들이 법정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풍경은, 중앙에 앉으신 판사님과 이를 중심으로 좌우 원고와 피고, 검사와 피고인이 대립하여 앉아 있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대칭 구조가 보여 주듯이 재판 절차는 필연적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보다 큰 만족을 얻는 일방 당사자와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한 상대방이 존재하게 됩니다.

 법률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사건을 맡겨 주신 의뢰인들께 때때로 원하는 결과를 안겨 드리지 못할 때면, 조금 더 노력했다면 혹은 더 많은 경험과 출중한 실력을 갖춘 다른 변호사님께서 사건을 맡으셨다면 조금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며 의뢰인에 대한 미안함에 잠 못 이루는 날도 겪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의 감정을 느끼는 대상이 비단 의뢰인으로만 국한되진 않을 것입니다. 의뢰인에 대한 성실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변호사이기에 당장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상대방과 대립 중에 있을지언정, 때때로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의 감정을 배제할 수 없는 순간도 마주하곤 합니다.

 나 홀로 소송을 수행하는 상대방에게, 금전채권에 대한 소멸시효나 공부와 현황의 불일치로 인한 대항력 문제 등 법률전문가가 아닌 분들의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하지 못할 법리로 승소 판결을 받을 때면, 승소의 기쁨에 앞서 상대방의 원망 섞인 눈빛에 서둘러 자리를 피했던 경험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노동 역시 노동의 형벌을 수행하고 있는 한 인간의 숙명인 것을 알기에, 조금씩 무뎌져 가는 감정 속에서 변호사로서의 삶에 적응해가는 것이 직업인으로서 변호사들이 겪게 되는 필연적인 모습이겠지요.

 

조선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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