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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인물탐방] 사진작가 배병우, 김도균 인터뷰
본격적인 인터뷰를 싣기에 앞서 몇 자 적어 본다. 원래 인터뷰의 대상은 KDK로 통하는 김도균 작가였다. 김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공간에 숨어있는 기하학적 구성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는 소위 요즘 가장 '핫한' 작가이다. 김 작가를 만나기로 하면서 자연스레 최근의 마이클 케냐의 '솔섬' 사진과 관련한 항소심 판결의 이야기가 오갔다. 김 작가는 이 사건이 인터뷰의 내용에 포함될 것이라면, 응당 자신의 스승인 한국 소나무 작품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배병우 선생님을 같이 뵈어야 할 것 같다면서, 배병우 선생님과의 합석을 제안했다.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배병우 선생님은 이를 너무도 흔쾌히 수락했다. 아래 인터뷰는 김 작가과 배병우 선생님의 이야기를 문답식으로 풀어낸 것이다(이하 KDK 김도균은 '김'으로, 배병우 선생님은 '배'라 약칭한다). 

[각주: '솔섬' 사건은 영국 출신 작가 마이클 케냐가 2007년 강원도 삼척시 소재 속섬(당시 명칭은 '속섬'이었으나, 케냐가 사진을 찍은 이후 섬의 소나무군락이 유명해짐에 따라 '솔섬'으로 불린다)'을 촬영해 발표하였으며, 솔섬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2010년 사진공모전을 열었고 아마추어 사진작가 K씨의 솔섬 배경 사진이 당선되어 대한항공의 광고에 사용되었다. 그러자 케냐 측은 대한항공이 케냐의 허락 없이 케냐의 사진저작물을 모방한 공모전 사진을 사용하여 광고를 하였다며 저작권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였으나, 1, 2심에 모두 패소하였다. 아래는 문제가 된 케냐의 원저작물과 K씨의 사진이다.] 



1_케나의 솔섬.jpg
[마이클 케냐의 솔섬]

2_K작가의 솔섬(대한항공광고이미지).JPG
[대한항공의 광고 이미지] 각 수록
(출처: http://www.lawissue.co.kr/news/quickViewArticleView.html?idxno=16819)



임: 두 분을 같이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배: 반갑습니다. 김 작가가 케냐 얘기 꺼내는데 오늘 썰 좀 풀어야겠다 싶었습니다. 
김: 배 선생님께서 판결 얘기 듣고 실망이 크셨어요. 어차피 아직은 한국에서 사진이라는 매체를 둘러싼 저작권 논의가 충분하지 않아 소송에서 질 것이다 싶으면서도, 많이 아쉬워하셨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임: 그럼 먼저 사진이라는 게 어떤 건지부터 설명해 주시겠어요?
배: 질문 잘 하셨어요. 사진이 뭔지 알아야 얘기가 되거든요. 원래 사진이라 번역하는 단어 photograph는 빛(photo)과 그림(graph)을 합친 거예요. "빛 그림", 광화(光畵)가 제대로 된 번역이에요. 빛으로 그린 그림이 사진이고, 그래서 사진도 종류가 많아요. Photojournalism라고 하면 빛으로 빚은 논픽션을 말하는 것이고, Photo-novel이라 하면 빛으로 빚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에요. 외국에서는 제 소나무 사진을 두고 photo-poem, 빛으로 빚은 시라고 해요. 그리고 공통의 도구가 사진기인 것입니다. 
김: 네, 사진기는 그냥 도구예요. 붓이나 만년필 같은 도구에 해당합니다. 도구가 사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도구를 이용해서 빛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내는 거지요. 

임: 사진이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면, 작가의 창작은 어디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보면 될까요?
배: 그 그림을 만드는 첫 아이디어부터 창작은 시작된다고 봐야 돼요. 널려 있는 사물이라도 그것이 특별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작가가 그 피사체를 하나의 "이미지"로 새로이 발굴하는 것이거든요. ‘어떤 피사체를 고를까, 그 피사체를 어떤 구도에서 찍을까’가 출발점이에요. 그리고 그것을 두고 조리개를 얼마만큼 열고, 셔터 속도를 어떻게 해서 빛의 양을 조절할까, 어떤 필터로 어떤 느낌이 들게 할 것인가 등등 그 모든 작업에 작가의 창작의도와 노력이 들어가는 거예요.
김: 배 선생님은 주로 자연 속에서 일을 해요. 반면 저는 기하학적인 구도가 나오는 곳을 찾아 다니고요. 정말 고돼요. 무엇을 찍고 싶다는 그 생각이 제 발걸음을 그 피사체가 있는 곳으로 가게 하는 거지요. 

임: 배 선생님께서 방금 전에 널려 있는 피사체라도 작가가 발굴해서 이미지를 만드는 거라 하셨는데, 정확이 어떤 의미인가요?
배: 하하하 안 놓치시네. 저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요. "배병우는 나무 팔아 먹고 산다"고요. 맞아요. 저는 나무를 찍고 그것을 팔아요. 근데 그 나무는 나무로만 있으면 그냥 사물이에요. 남산만 가도 소나무는 널렸어요. 연인이 남산에서 사진 찍으면 그 배경은 90%가 소나무일 겁니다. 그런데 그 소나무들을 보다 보면 저는 우리나라가 느껴지는 거예요. 그 구불구불하면서도 하늘로 뻗는 모습을 보면, ‘굴곡지면서도 기개를 놓치지 않는다, 참 남성적이다, 우리 역사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소나무를 찍기 시작했어요. 
김: 배 선생님이 소나무만 한 20년 찍었을 거예요. 처음에는 다들 널린 소나무 찍는 걸 보고 사진을 접을 때가 되셨나 보다 생각했을 거예요. 
배: 맞아요. 사람들이 참 많이 빈정댔어요. 야지 놓는다고도 하죠? 그랬어요. 널린 소나무를 찍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제가 받았던 그런 느낌이 나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재미있는 건 외국에서 그 소나무들을 보면서 "참 한국적이다"라는 평을 먼저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널려 있는 소나무가 이미지가 되고, 그 이미지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 겁니다. 

3_SNM1A-203H_2011(배병우_소나무).jpg
[배병우 선생님의 소나무 사진] 

김: 누구도 그 전에는 소나무에서 그런 이미지를 찾아내지 못했던 거죠. 그런데 요즘은 새벽에 안개 낀 남산에 올라가 보면 숲 속에서 셔터 소리가 많이 들려요. 
배: 작가는 그 아이디어가 생명이에요. 널려 있는 것에서 유의미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이 고달프면서도 뿌듯함을 안겨 주는 거죠.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구요. 
임: 사실 저도 그랬구요.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소나무 군락을 보면 그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요. 선생님 보실 때는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배: 좋을 것 같습니까? 아닐 것 같습니까?
임: 뿌듯할 것 같아요. 
배: 당연히 좋죠. 제가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거잖아요. 따라하고 싶을 정도의 감동을요. 
김: 그런데 그 감동이 아주 싹 가실 때가 있어요. 
임: 언제일지 대강 짐작은 갑니다. 
배: 맞아요. 제 아이디어를 누군가 훔쳐갔다는 것을 느낄 때예요. 아까도 얘기했잖아요. "아이디어 하나"가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구요. 그런데 그 아이디어가 보호 받지 못하는 것을 떠나 누군가 훔쳐갔다고 느낄 때는 정말 화가 나요. 

임: 결국 이 얘기까지 오게 되었군요. 제가 두 분께 케냐의 솔섬 사진 사건의 1심 판결문을 보여드릴게요. (판결문을 어떻게 보는 건지에 대한 설명 생략) 한 번 읽어 보시고, 다시 얘기를 해 보면 어떨까요? 아직 2심 판결문을 구하기 어렵더군요. 
(김도균 작가와 배병우 선생님이 판결문을 읽는 동안 두 분께 받은 친필 사인 도록을 본다. 사진이 다르게 와 닿는다면, 아직은 거짓말이다) 
배: 아 슬프다. 화나고. 
김: 맥주 하나 더 시킬까요?
(다 같이 웃음. 씁쓸한 웃음이라는 편이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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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작가의 LU.SSD-12 이미지] 


배: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말할게요. 이건 말이 안 돼요. 이렇게 말하면 법 하시는 분들이 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편협한 하나의 대전제를 두고 결론을 정한 다음에 이것저것 들어서 결론에 꿰어 맞춘 거에 불과해요. 
임: 이 워딩 그대로 실어도 되겠습니까?
배: 아, 네. 그대로 실어요. 저 오늘 이 얘기 하고 싶어서 더 나온 거예요. 정말 오랜만에 쉬고 있었는데, 아 이 친구(김도균 작가를 지칭)가 케냐 얘기를 하니까, 어 나가야겠다 싶었어요. 
김: 오늘 선생님 드디어 담아두신 얘기 꺼내는 겁니다. 어제 프랑스에서 오신 건데… 
(다 같이 웃음)

배: 여기 이 문구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하는바", 이 문구는 사진에 그대로 쓸 수 없는 거예요. 
임: 이게 사실상 저작권 침해 판단에 대한 기준이 되는 대전제인데 말입니까?
김: 임 변호사님, 이제 배 선생님한테 혼나실 차례 되신 겁니다. 
(다 같이 웃음)

배: 혼내는 거 아니에요. 하하. 저 기준은 사진에 적용할 수 없어요. 책에는 적용할 수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사진은 아니에요. 사진을 모른다는 거예요. 
임: 그 차이가 어떤 것인지 아직은 확 와 닿지를 않습니다. 
김: 배 선생님이 모르는 거를 두고 화내시지는 않아요. 
(다시 한 번 웃음)

배: 글이라는 건 써내려가고, 읽어내려가요. 창작과 독해에 각각 시간이 필요합니다. 절대로 즉각적일 수가 없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이야기의 아이디어는 시간을 두고 자기만의 표현으로 써내려간 것이고, 자기만의 표현과 구성을 시간을 두고 읽어 내려가는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겁니다. 창작에 대한 아이디어와 그 표현이 동시에 있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이디어는 반복이 될 수 있어요. 셰익스피어의 표현을 그대로 표절하는 것은 안 되지만. 
김: 사진은 그 반대죠. 
배: 그래요 사진은 피사체를 찾아내고, 그 피사체에 빛을 어떻게 조작해서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구도를 잡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조절하고 찍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판례가 말하는 '창작형식', 결과물은 즉각적이에요. 다시 말해서 판례가 말하는 사상, 감정 그런 보호 받지 못한다는 '아이디어'와 '표현형식'이 동시에 담긴다는 거예요. 
임: 대전제가 사진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군요. 
배: 거의 평생을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어 온 사람으로서는 이해를 못 하겠어요. 사진은 '그 아이디어' 자체가 보호 받아야 하는 매체에요. 사진으로 찍혀서 눈에 보이는 것 자체가 바로 아이디어의 구현이기 때문이에요. 
임: 저 대전제는 책에는 맞겠죠?
김: 책에는 맞아요. 아이디어 자체가 책은 아니잖아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기본 플롯은 유지하면서도 수많은 다른 작품이 가능하잖아요. 다른 표현방법과 구성으로요.
임: 영화도 올리비아 핫세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고, 디카프리오의 버전이 있고…
배: 그런데 사실 사진은 그게 안 돼요. 사진은 인용의 대상도 아니고 말이에요. 복제가 아니면 침해도 아니라는 게 돼요. 특히 판례가 말한 대전제의 논리를 따르면 말이에요. 
김: 우리는 업이 사진이잖아요. 사실 공모전에 입상한 솔섬 사진은 케냐가 찍은 곳에서 동일한 구도에서 찍은 거예요. 그 자리에서만 사진이 그렇게 나와요. 그 외에는 사실 부수적인 거라 할 수 있을 거예요. 
임: 인터넷에서 두 사진을 겹쳐 본 것을 봤던 것 같아요. 


5_겹쳐본 솔섬.jpg
[두 사진을 겹쳐본 프레임]
(출처: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184089)


배: 나무가 3년 동안 더 자란 거 말고는 달라진 게 없어요. 잘 자랐어. 소나무.
김: 사진이라는 게 말입니다. 찍힌 필름을 동일한 걸 사용하거나 동일한 디지털 파일을 사용한 게 아닌 다음에는 정말 똑같은 사진은 나오질 않아요. 제가 배 선생님 밑에서 배울 때 종종 따라 하기를 해요. 모방이죠. 어디 가서 같은 사진 찍어와 보라는 얘기를 듣고 해 봐요. 그런데 절대 똑같지 않습니다. 아무리 비슷한 날씨 조건 등이 갖추어져도 뭔가 하나는 달라요. 
배: 재미있는 얘기해드릴까요? 나도 내 것을 똑같이 다시 못 찍어요. 사진은 찰나의 시간이 그 한 장에 박히는 거예요. 그 찰나에 내 아이디어와 모든 작업이 한순간에 보여질 수 있는 형태로 말입니다. 사진은 그래서 표현물 자체가 제 아이디어인 거예요. 임: 아까 케냐의 솔섬과 공모전에 입상한 솔섬은 판결이 언급하기로는 상호 다르게 여백을 두고 치우친 점, 계절이 다른 점, 찍은 시각이 다른 점, 빛의 방향 등이 다른 점에도 불구하고, 이는 저작권침해를 구성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배: 저도 제가 시간 차이를 두고 같은 데서 찍은 사진을 두고 이 정도 차이는 말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소나무를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서 찍는 것은 제 아이디어거든요. 도균이가 컨테이너를 찍어요. 기하학적인 구도로. 그건 김작가의 아이디어에요. 널린 소나무와 컨테이너지만 사진작가는 거기서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걸 찍어서 만드는 거예요. 
임: 그렇다면 솔섬도 그 각도에서 발견하고 이미지화시킨 것 자체가 보호 받아야 된다는 것이군요. 
배: 맞아요. 그 얘기예요. 사진에 대한 저작권 논리를 아까의 대전제로 접근해서는 이 답이 나오지를 않아요. 오히려, 작가가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죽이는 거예요. 내가 아름다운 혹은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구도를 찾아서 이미지화시켜 놓은 것을, 누구나 거기 가서 다른 시간대에만 찍으면 다른 것이니, 출품을 해도 되고, 광고에 써도 된다고 하면, 우린 너무 억울한 거죠. 저작권이 창작의 노력과 그 산물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징을 반영해서 사진작가의 노력과 그 산물, 그리고 그 바탕이 된 아이디어를 보호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김: 그 이미지가 그냥 나오는 게 사실은 아니에요. 배 선생님도 널린 소나무에서 한국이라는 정서, 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20년이 걸렸어요. 


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책을 쓰는 것에 비해 사진을 찍는 것은 쉽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배: 얘기 길어지니까 좋다. 한 잔 더 합시다. (다 같이 웃음) 
김: 혹시 어제도.
배: 그건 어제 얘기구. 자, 다른 얘기 좀 할게요. 예술가라는 게 말입니다. 창작을 하는 사람이지만, 경제적으로는 '기생'에 가까워요. 예술가는 경제적으로 누군가에게 종속되는 대신 즐거움을 판다는 겁니다.
김: 옛날이나 지금이나 '기생'이라는 표현, 그것만큼은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예술의 경제적 본질인 것 같아요. 
배: 그래서 예술가는 시대가 만들어내는 거랍니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는 교황의 시대와 메디치가가 만들어낸 것이고, 셰익스피어 역시 엘리자베스 시대가 없었다면 힘들었겠죠. 그런데 그런 기생 같은 예술가는, 경제적으로는 몰라도 본업 자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거예요. 여기서 감동은 충격이라는 단어가 될 수도 있어요. 
김: 미국의 팝아트도 미국의 패권이라는 시대와 경제가 만들어낸 충격이었던 거랑 같다고 보면 돼요. 
배: 맞아요. 우리는 그런 존재예요. 그리고 사진, 이거 쉽지 않아요. 손가락을 까딱하는 것은 쉽죠. 그런데 사람들이 말입니다, 제가 찍은 사진을 돈을 주고 사요. 왜 그러겠어요? 지금 설마 손가락 까딱하고 쉽게 돈 벌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또 한 번 웃음) 피사체를 본다는 것은 멀리서 가까이서 여기서 저기서 다 살피는 거예요. 
김: 맞아요. 처음에 사진을 배울 때 정육면체를 두고, 한 면만 나오게 찍어라, 두 면만 나오게 찍어라 이렇게 그 물체를 익히는 훈련을 해요. 그렇게 훈련을 하고 밖에 나가서 찍는 것도 해요. 
배: 사진이라는 게 사실은 엄청난 노동입니다. 밖에 있는 자연물을 찍는다는 것은 육면체 돌리는 거하고 달라요. 내가 돌아야 돼요. 돌고 돌아서 찾은 피사체에 원하는 빛이 오기를 기다려야 돼요. 노동하고 차이가 있다면, 전 공기 좋은 데 다닌다는 거하고, (한숨) 빛이 안 좋으면 하루 종일 자야 해요. 소나무 찍으려고 얼마나 산을 타는지 몰라요. 그렇게 찾아내서 찍은 것에 조금씩 가치를 알아봐 주니 그게 사직작가의 기쁨이지요. 
임: 그런데 판결에 "자연경관은 만인에게 공유되는 창작의 소재로서 촬영자가 피사체에 어떠한 변경을 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두 개의 사진이 모두 같은 촬영지점에서 풍경을 표현하고 있어 전체적인 컨셉트가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문구가 있어요. 그렇다면 이건 어폐가 있다는 뜻인지요?
배: 제 작가 인생을 두고, 이 말은 이제 사진작가는 창조적인 예술 분야에서 제외한다는 말로밖에 안 들려요. 
김: 자연경관을 찍는 것을 그냥 손가락 까딱하는 정도의 수고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말은.
배: 자연경관을 찍었다고 해서 자연경관이 그대로 나옵니까? 절대 아니에요. 제가 지금 하는 작업이 있어요. 프랑스에서 초청을 해서 파리에서 한 160km 정도 떨어진 데에 있는 샤또(성)와 그 주위 자연을 찍어 달라는 작업을 하는 거예요. 작업 조건은 "제 스타일대로 해 달라는" 거랍니다. 이 사람들은 아는 거예요. 그냥 떡하니 있는 자연물이든 인공물이든 그것이 카메라를 통해 하나의 사진이미지로 나오기까지의 작업이 창조적인 산물이라는 걸요. 어느 포인트에서 어떻게 찍으면 그 성, 샤또가 멋있게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되겠죠. 그 장소는 명소가 될 수도 있구요. 솔섬 사진 찍는 포인트처럼. 그럼 그 이후에 그 자리에서 찍는 건 저와 다른 날씨, 다른 시각에서 찍으면 절 따라 하지 않은 건가요? 그건 아닐 거라 생각해요. 그 자리와 그 시점(視點)을 찾는 행위도 창조적인 작업의 일환인 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사진에 명백히 반영이 되어있구요. 


임: 선생님 생각에 솔섬 사건은 어떻게 해결되었어야 하나요?
배: 저라고 그런 문제 안 생겨봤겠습니까? 법원까지 안 갔을 따름이지요. 전 대한항공이 그 사진이 케냐와 무관하다고, 전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진 제목 자체도 솔섬이에요. 솔섬으로 유명해지기 이전의 명칭인 속섬이 아니라. 따라 찍고, 같이 좋아하고 감동을 공유하는 건 작가로서 기쁜 일이에요. 그런데 그 작가의 창조적인 가치를 무시하고 이런저런 점을 들어 다르다고 하면서 슬쩍 가져다가 돈 버는 데 사용하는 거, 그건 아니라는 거죠. 
김: 사실 모방은 창조로 이르는 길이에요. 그래서 작가들도 자기를 모방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영광이죠. 
배: 그래서 오마쥬라는 것도 있고, 패러디라는 것도 있는 거예요. 차라리 <'케냐의 솔섬'에 대한 컬러 오마쥬>, 이건 솔직하고, 바람직한 거예요. 
김: 음악도 그런 거 많아요. 브람스는 자기가 하이든의 특정 소절에서 영감을 받아서 아예 제목을 "하이든의 주제에 대한 변주곡"이라고 명명하고, 자기 것이라고 해요. 그거 자기 것 맞아요. 브람스 것. 
임: 결국에는 창작자로서의 고유의 아이디어, 사진의 경우에는 사진 자체가 즉각적으로 그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것이고, 따라서 아이디어 자체를 보호하는 방향이 사진저작물과 관련한 저작권이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건가요?
배: 맞아요. 저 얼마 전에 정말 모욕적인 일을 하나 겪었어요. 우리나라 저기 어디 바다와 접한 멋진 곳이 있어요. 거기 전(前) 군수가 그곳 홍보를 하고 싶은데, 그 풍광을 '배병우'라는 스타일로 담아줄 수 없겠냐면서 제안을 했어요. 
김: 그 얘기군요. (한숨)
배: 응, 맞아. 그래서 잘 진행이 되고 있었어요. 내려가서 살펴보고 둘러보고, 언제 어떻게 진행할지 구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군수가 바뀐 거예요. 그런데 새로 온 친구(군수를 말함)는 없던 걸로 하자는 거예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거 공모전 하면 더 좋은 사진 많이 나와요."라면서 제가 도록을 보여 주려고 하는데, 다른 일정이 있다면서 휙 나가 버리는 거예요. 
김: 잔 부딪치시죠. (다 웃음)
배: 아 나 그때 생각하면, 정말 그 사람 참… 그래요. 이건 작가에 대한 모욕이에요. 사실 이게 지금 우리의 수준인지도 모르겠어요. 


임: 그 "수준"이라는 것, 어떻게 평가하시는 건가요?
배: 절 슬프게 하는 건 말이죠, 창작이 무엇인지, 예술이 무엇인지 이에 대한 사유나 관념이 부족해서 창조행위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게 수준이라는 거죠. 자연물이라, 풍광이라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 그거 얼마나 편협한 생각입니까? 고흐가 밀레의 그림을 많이 따라 그렸어요. 그런데 고흐는 밀레를 모사한 게 아니에요. "고흐가 밀레를 그리다"라는 창작인 거예요. 거기에는 고흐도 있고 밀레도 있어요. '그려진 거 다시 그리는 거니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이 없다', 고흐한테 이렇게 말할 수 있나요? 자연물을 찍는 데에도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이 있고, 그 다양성을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사람과 작업에 대한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 사진도 사실 마찬가지에요. 카메라는 도구예요. 그 도구로 같은 것을 찍어도 느낌은 천차만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창조의 수단이 되는 것이죠. 
배: 창조의 수단으로 내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이면 보호해 줘야죠. 그게 저작권이라는 거 아니겠어요? 나는 법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작가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싶어요. 소나무 찍는 거 쉽죠. 그런데 그걸 한국적인 이미지로 만드는 건 쉽지 않아요. 이미지에 정서를 담아내야 되요. 한국적인 정서를. 20년 걸리더라구요. 


임: 판결을 떠나 한국사회에서 사진예술을 바라보는 인식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김: 사진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사진기 없는 집은 이제 거의 없잖아요. 사실, 크레파스나 물감 없는 집도 거의 없을 거예요. 원고를 쓸 컴퓨터도 누구에게나 있죠. 이제 도구는 대중적이에요. 도구와 아이디어가 만날 때의 가치, 그 창조성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죠. 
배: 그렇게 말하면, 우리만 보호해 달라는 거 같잖아… (다 웃음) 그건 아니에요. 다같이 공유할 수 있으면 좋아요. 그래도 선이라는 게 있다는 거죠. 양심에 손을 얹고 누구 것 베껴서, 아님 베낀 거, 따라 한 거 알면서 끝까지 ‘자기 거다, 난 몰랐다’라고 하면서 그걸 돈 버는 데 쓰면 나쁘잖아요. 


임: 나쁘죠. 그렇죠. 마지막으로 창조적 가치라는 것에 대해 정리를 해 주신다면?
배: 예술문화라는 건 대를 물려야 되요. 단시간에 돈을 쏟아 붓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그건 당장 무슨 주식처럼 뻥뻥 터지는 게 아니에요. 길게 가야 되죠. 그런데 그런 예술이나 문화니 하는 것도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 주느냐가 관건이에요. 제가 판결문을 보고 느낀 건 아직까지 '법'이라는 분야에서는 사진예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거예요. 프랑스에 사진작가가 없어서 저한테 샤또 찍어 달라고 했겠어요? 그들은 외국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온 낯선 이가 찍는 새로운 샤또의 모습을 보고 싶은 거예요. 그 가치를 인정하는 거,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사회, 그런 사회가 바람직한 거 아니겠어요? 
김: 보급화된다는 것이 꼭 그 도구가 만들어내는 가치와 연관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뉴욕에 볼펜으로만 그림 그려서 유명한 작가가 있어요.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지요. 창조적인 방법으로서. 그를 통해 구현하는 아이디어가.


임: 대담인지 강의를 들은 것인지, 이거 정리하려면 머리 좀 아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말씀 너무너무 감사드리구요. 마지막으로 저희 서울지방변호사회보에 해 주실 말씀 있으신지요?
배: 저 지금 기분이 좋아요. 전 안 좋은 거 빨리 잊으려고 해요. 그래야 다시 제가 하는 일에 몰두해요. 그런데 지금 좋은 건,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잖아요. 단시간에 바뀔 수 없어도, 변호사님들 중에는 대법원의 "대전제"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바뀌어야 된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 분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 좋겠어요. 사진작가도, 극작가도, 미술가도 자기의 아이디어와 자기의 표현으로 다같이 살아가야 하잖아요?
김: 저도 참 오랜만에 선생님하고 이렇게 얘기한 거 같아요. 이런 자리를 만들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사진예술이라는 분야에 대한 더 깊은 관심이 결국 완고한 태도에 변화를 가져오는 첫걸음일 것 같아요. 
임: 두 분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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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아마도 본보 편집위원으로서 너무 욕심을 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거장의 거침없는 일갈과 사이사이 허락하는 유쾌함과 편안함, 그 제자의 스승에 대한 존경과 청출어람을 위해 스승처럼 한 길을 가려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판결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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