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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필 변호사 인터뷰

Q. 회보 인기 코너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호사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1961년 충청남도 부여군에서 태어나 1980년 대전고등학교, 1985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였고,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을 16기로 마친 후, 1987년 3월부터 각급 법원에서 22년간 판사로 근무하다가 2009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퇴임한 다음, 법무법인(유한) 바른에 구성원변호사로 입사하여 2019년부터 현재까지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가족으로는 처와 슬하에 1남 1녀가 있습니다.

Q. 변호사님은 1987년 판사로 임용되어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거쳐 2009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할 때까지 22년간 판사로 재직하셨는데,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제 아버님은 교직에 오래 계시다가 대전광역시 교육감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은퇴하시고 2004년 돌아가셨습니다. 다른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제 아버님 역시 공직을 천직으로 아시는 분이셨고, 이러한 아버님의 영향으로 저 역시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는 변호사로 진로를 바꿀 엄두도 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3월부터 1년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민사 단독, 소액사건 항소심의 특성상 법리에 따른 전형적인 소송보다는 많은 민원성 소송의 변론을 진행하고 처리하면서 심신이 지쳐 갔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소송을 제기하는 소송당사자들이 오죽하면 소송을 통하여 그러한 호소를 할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주변 상황에서 소송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만들어 주는 변론을 심판으로서 판단하는 법관으로 있기보다는 스스로 변론을 만들어 가면서 종국적으로 의뢰인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해보는 것도 보람이 있겠다는 생각을 차차 하게 되었고, 마침 저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10여 년간 법관 생활을 같이하였던 당시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변호사가 법무법인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를 하게 되어 변호사로 전직하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무슨 거창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법관으로서 조금 지쳐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길에 대한 욕구로서 전직제의를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Q. 변호사 생활이 판사 생활과 다르다고 크게 느껴지는 점은 어떤 것인지요? 혹시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된 것이 후회될 때는 없으셨는지요?

 잘 아시겠지만, 법관은 소송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만들어 주는 밥상을 가지고 어느 것을 먹고 어느 것을 버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결정하는 역할을 하지만, 변호사는 법관에게 가져갈 밥상을 잘 차리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변호사가 법관과 가장 다른 점은 밥상을 잘 차리기 위해 시장조사도 잘해야 하고, 밥상을 차리는 재료를 전달하는 소송당사자와 재료가 상하거나 독은 없는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진실을 찾아가는 역동적인 역할이라는 점입니다. 그 과정에서 사리에 맞지 않는 재료는 당사자를 설득하여 제거하여야 하고, 때로는 엉뚱한 재료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오는 당사자의 심리도 읽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하지만, 그러한 역할이 변호사가 걸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면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봅니다.

 정작 변호사로서 후회가 될 때는 오랜 준비,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변론한 사건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나아가 의뢰인에게 그 결과를 설명해 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의뢰인이 소송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고생하셨는데 결과가 그런 것을 어찌하겠냐고 오히려 저에게 따뜻한 말을 해줄 때 후회는 눈 녹듯 사라지고 다시 심기일전하여 상소심사건을 변론할 보람도 찾습니다.

Q. 처음 법조인이 되셨을 때 어떤 마음이셨나요? 지금의 생각은 어떻게 바뀌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법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법정 외에서는 소송당사자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이야기할 기회가 없기에 막연하나마 세상이 그래도 잘 돌아가고 살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변호사로서 처음 생활할 때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변호사로 지낸 시간이 길어지고, 여러 다양한 의뢰인과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다 보니 막연히 생각한 것보다 정말 세상이 무섭게 돌아가고, 내가 보는 외면적인 세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상상하지 못한 내면적인 세상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Q. 변호사가 되신 후에는 주로 어떤 종류의 업무를 하셨나요?

 저는 22년간 법관을 하다가 변호사가 되어서인지 법무법인 바른에서도 많은 송무사건을 맡았고, 주로 기업과 관련된 각종 민사 신청 및 소송사건, 형사사건을 담당하였습니다. 또한, 우연한 기회에 주요 클라이언트 기업의 공정거래사건을 담당한 것을 계기로 로펌 내의 다른 전문적인 변호사님들과 협업하고 배워가면서 공정거래사건도 다수 담당하였습니다.

Q. 그동안 업무를 하시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구체적인 실명을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민사사건으로는 모 건설회사 인수를 둘러싼 그룹 및 금융기관 사이의 다수의 가처분사건이 있습니다. 연말, 연시를 포함하여 거의 석 달 이상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그 사건에만 매달렸었습니다. 형사사건으로는 고위공직자의 뇌물 관련 사건으로, 여러 뇌물 공여자 측의 일치된 진술이 있음에도 피고인의 행적에 관련된 빌딩 관리일지, 음식점 장부, 신용카드 사용내역, 장소 간 이동 시간 통계자료 등 모든 자료를 샅샅이 찾아내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아 낸 사건이 있고, 공정거래사건으로는 경인운하 건설 관련 담합사건이 있습니다. 담합에 가담하였다는 클라이언트 기업 관련자의 지위, 담합이 있었다는 일자의 다른 행적을 밝혀내 공정거래사건으로는 드물게 담합사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정처분 및 과징금 취소의 확정판결을 받아 낸 사건이었기에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세 사건 모두 결과를 떠나 변호사로서의 역할과 보람을 가장 크게 느낀 사건이었습니다.

Q. 로펌의 대표변호사로서의 업무는 어떠신지, 로펌 운영에 있어서는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대표변호사는 로펌의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매일 매일이 긴장과 보고 및 판단의 연속입니다. 다만, 법무법인 바른의 경우 저 외에도 두 분의 경영 담당 대표변호사님과 네 분의 운영위원 변호사님들이 계셔서, 내부 규정에 따른 중요한 업무는 7인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기 때문에 수시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로펌을 구성하는 구성원변호사, 소속변호사, 고문 및 전문위원, 직원 등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조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구성원 사이의 융화와 이해관계 조정에 로펌 운영의 중점을 두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바른이라는 로펌의 명칭에 걸맞게 의뢰인과의 사이에 성실하고 바른 관계를 형성하고 정도(正道)를 걷는 로펌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후배변호사들이 몸담을 사무실을 선택할 때 기준으로 삼아야 할 점 내지 주의할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변호사님이 대표로 계시는 법무법인 바른의 장점도 어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급여 등 경제적인 면이 중요하지만, 장차 로펌의 구성원변호사나 개업변호사로서 책임지고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선배변호사들의 노하우와 전문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사무실, 업무적으로 힘이 들더라도 구성원 사이에 스트레스 없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 사무실이 또한 중요하다고 봅니다.

 법무법인 바른은 다른 로펌에 비하여 위와 같은 분위기를 잘 갖춘 로펌이고, 나아가 사건을 담당하면서 협업을 통하여 여러 다양한 분야의 전문 경험도 쌓을 수 있는 로펌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Q. 변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나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첫째는 성실성, 둘째는 정직성, 마지막으로 전문성이라고 봅니다. 전문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본인의 적성에 따라 쌓을 수 있지만, 성실성과 정직성은 변호사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으로 변호사로서 처음 길을 걸을 때부터 제대로 쌓지 않으면 결국 선배변호사나 의뢰인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됩니다.

Q. 평소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많은 법조인이 좋아하는 공통적인 운동이 골프라고 알고 있고, 요즈음에는 젊은 변호사들도 골프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저는 태생이 왼손잡이인데 제가 처음 법조인으로서 길을 들어선 1980년도 후반기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도 오랜 기간 동안 왼손잡이들이 골프를 칠 수 있는 여건과 장비가 없는 데다가 오른손을 위주로 골프를 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해서 저는 골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아예 젊을 때부터 지금까지 골프를 치지 않았고, 지금 나이에 새삼스럽게 다시 골프를 배우는 것도 포기한 상태입니다.

 다만, 사회에서 만난 후배와 함께 주중에 틈나는 대로 1시간 정도, 주말에는 토요일에 2시간 내지 3시간 정도 산둘레길과 한강길을 걸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사무실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그 덕분에 서울 인근에 위치한 대부분의 산둘레길, 서울둘레길 전코스, 서울도성길 전코스, 한강길을 빠짐없이 다녀왔습니다.

Q.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법조인으로 출발하는 나 자신을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으신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여건만 된다면 법조인보다는 여행가이드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사람을 만나고 구경하기 좋아하는데, 큰 경제적인 부담 없이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법조인으로서 출발해야 한다면 너무 법률적인 분야에만 얽매이지 않고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싶고, 그러한 다양한 경험이 결국 법조인으로서의 인격 향상과 판단 능력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후배변호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법조인이란, 어느 분야에 있더라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입니다. 그렇지만 일단 법조인, 특히 변호사로서 길에 들어섰다면 그러한 어려움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여기고, 이제는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주어진 운명 자체를 피할 수는 없지만, 본인의 노력에 따라 그 강도를 낮출 방법은 충분히 있습니다.
틈나는 대로 매몰된 사건에서 벗어나 본인이 좋아하는 것, 즉 운동, 여행, 맛있는 음식 먹기나 만들기, 법률 외의 새로운 지식의 경험 등을 통해 변호사로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어울리더라도 즐겁게 대화가 가능한 전문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인터뷰/정리 : 김추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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