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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김준모 위원장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위원장님. 먼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노조를 소개할 때마다 항상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입니다. ‘방송연기자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방송사업자와 교섭하는 유일한 단체’. 이는 노조를 설명하는 수식어이자 노조의 정체성을 압축한 표현입니다. 1988년 설립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이 정체성만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표현에는 보기보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선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은 우리 연기자들이 스스로를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활동하는 근로자로 생각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30여 년간 근로자에 대한 법적 판단이나 사회적 인식은 조금씩 바뀌어왔고, 연기자의 근로자성 판단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저는 조합원들이 조합 명칭에 걸맞은 정체성을 유지해왔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우리는 연기하는 노동자입니다”라는 노조의 캐치프레이즈는 무척 상징적입니다. 연기자의 실연(實演)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노동이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국내에서 연기자를 대표하여, 연기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협상할 수 있는 단체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유일합니다. 그렇기에 노조의 활동은 비단 조합원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연기자와 방송산업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곧 노조가 법·제도의 사각에 놓인 연기자 개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저지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Q. 방송연기자들을 위한 노동조합의 대표적인 활동들이 있다면 어떤 걸 소개할 수 있을까요? 특히 위원장으로서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활동이 있으시다면?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하는 단체입니다. 노조법이 보장하는 권한을 통해 방송사업자와 단체협약을 맺어 출연료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것이 노조의 주 업무입니다. 출연료 협상은 매년, 단체협상은 2 ~ 3년에 한 번씩 진행합니다.

 이와 더불어 다른 분야의 근로자들과 달리 사회보장제도나 기업의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연기자들을 위해 종합건강검진, 병원 치료비, 자녀 입학지원금, 경조사 지원금 등 복리후생사업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연기자들이 방송, 영화, 광고 촬영 시 출연료 미지급, 안전사고, 성폭력과 같은 각종 부당한 일을 겪을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병행합니다. 특히 출연료 문제는 임금체불과 달리 행정적인 해결 방안이 부족하기 때문에 노조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방송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노조 활동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과거 방송사가 연기자를 고용하며 직접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시절과 달리, 외주제작이 보편화된 지금은 방송사와의 협상만으로는 연기자 처우 개선에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스튜디오드래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방송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거나 출연 계약에 책임이 있는 제작사들로 협상 범위를 넓혀, 방송산업 전반에 걸친 촘촘한 노사관계망을 형성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기존 방송산업의 틀에 편입되지 않는 OTT 업체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OTT는 방송사업자로 분류되지 않지만 그들의 사업은 기존 방송산업의 시스템과 인력을 그대로 이용합니다. 이 때문에 OTT 콘텐츠 제작에 조합원을 비롯한 연기자들이 다수 참여하지만 OTT 사업자가 직접 고용의 주체가 아니기에, 교섭 진행에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 당면 과제입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마당축제에 참석한 조합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Q. 위원장으로 활동하시면서, 방송연기자에게 가장 절실하다고 느끼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제 임기 동안 조합 안팎의 상황은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들의 요구도 몹시 다양합니다. 다만 그 모든 요구는 결국 방송연기자의 생존과 결부됩니다. 대표적으로는 출연 기회 확대, 즉 일자리 창출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연기자들은 정년이 없지만, 그렇기에 평균적인 활동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연예 산업, 방송시장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연기자들이 나타납니다. 오래전에 활동을 시작한 연기자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구조에서, 한평생 연기에 몰두해온 이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입니다. 출연 기회가 오면 다른 업무를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겸업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닙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 연기 활동을 이어가는 연기자라 할지라도 생계 유지가 불가능한 소득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그마저도 앞으로 언제까지 연기를 계속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운과 능력이 있어 만성적인 고용불안정 상태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일부 제작사, 캐스팅디렉터의 횡포, 착취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연기자들의 불안정한 생활을 극복하기 위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Q.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8년 방송연기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임을 인정받은 대법원 판결이 법조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1) 판결 이후 방송 제작 환경이나 노동조합의 활동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2012년부터 시작된 법정 투쟁이 대법원 승소로 끝나기까지 약 7년 걸렸습니다. 노동조합과 연기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인 건 사실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원래 자리로 돌아온 셈이기도 합니다. 판결 이후 법정 투쟁을 하기 전 지속해왔던 방송사업자들과의 교섭을 재개하고 제자리를 찾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렇지만 소송을 진행했던 시간이 성장의 계기가 된 것도 맞습니다. 조합원들이 연기자가 노동자로 인정받은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깨달으면서 더욱 단결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노조의 존재와 영향력이 알려지면서 노조의 교섭 요구에 소극적이었던 방송사업자들이 교섭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협상에 임했습니다. 판결 이후 일어난 이와 같은 변화는 노조가 지금과 같이 자리 잡고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Q. 방송연기자를 위해 노동조합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OTT와의 관계 구축, 일자리 창출 등 노조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만, 최근 논의 중인 최저출연료 제도화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노조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방송실연자협회와의 공조를 통해 일반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과 같은 장치를 방송연기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출연료 등급표상의 6등급이 성인 최저출연료로 책정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자유계약의 명목으로 그보다 낮은 액수로 계약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다 보니 촬영을 위해 연기자가 지출하는 비용이 출연료 총액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사례마저 있습니다. 연기 활동으로 생계유지는커녕 직업인으로서 자긍심마저 훼손되는 것입니다. 이에 노조는 미국배우조합(SAG-AFTRA), 프랑스의 실연자권리단체(ADAMI) 등의 사례를 참고하여 합리적인 출연료 지급 체계로 개선하기 위한 단계를 하나씩 밟아나가고 있습니다.


Q.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창립된 지 이제 34년이 되었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실 때, 앞으로 노동조합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개최된 대의원대회에서 조합 규약 개정안이 가결되었습니다. 기존 조합 규약은 ‘방송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방송연기자’를 가입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영상물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로 가입 대상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이는 방송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연기자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으며, 영상콘텐츠가 송출되는 채널 역시 텔레비전을 넘어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다양화되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변화입니다. 현재 노조에는 탤런트, 코미디언, 성우, 무술연기자, 연극인 등 총 5개 직군이 가입되어 있습니다만 과거에는 미국배우조합(SAG-AFTRA)과 유사하게 가수, 모델을 비롯해 방송에 참여하는 다양한 예술인들이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최근 영상콘텐츠 산업은 활발한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전문방송인이 아닌 이들이 케이블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 유명 배우나 가수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런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며 방송과 방송인의 경계는 더욱 흐릿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노조 역시 시대 흐름에 따라 개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양각색의 방송산업 종사자들이 노조의 이름 아래 모였던 것처럼, 지금보다 더 다양한 직군의 방송인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2021년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의 업무협약식.


Q. 위원장으로서 방송연기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법률전문가인 여러분께서는 잘 아시겠지만, 방송연기자는 노조법상 근로자라고 인정받은 것이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는 다시 말해 연기자가 개별 근로자로서 보호받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연기자들은 노동조합이라는 조직된 힘을 통해서만 권리를 지키거나 얻어낼 수 있습니다. 미국배우조합의 경우 조합을 통해서만 계약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숍 제도를 정착시켰습니다. 그처럼 사용자들에 대해 막강한 교섭권을 가질 수 있는 토대는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연기자들의 단결력입니다. 연기자 여러분께 노조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시길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Q.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분들에게 하고 싶으신 얘기가 있으시다면?

 최근 몇 년간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직을 둘러싼 법적 해석과 판단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는 프리랜서로 분류되는 연기자들에게 무척 중요한 이슈입니다. 전향적이고 진보적인 판례가 속속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여전히 연기자들은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전속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최저임금, 사회보장제도를 비롯해 법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권리는 연기자들에게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는 연기자에 국한되는 문제도, 방송업계에만 존재하는 문제도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한 축을 지탱하는 각 분야의 종사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를 바람직한 현상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 여러분께서도 이 현안에 관심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 인터뷰/정리 : 신상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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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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