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새해를 맞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변호사단체 선거철이다. 1월 중에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장 선거가 실시된다. 그렇지만 이 글이 회보에 실릴 때에는 결판이 나고 새로운 집행부가 결성될 것이다. 뜬금없이 선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변호사 선거의 최대쟁점이 ‘사시존치’, ‘변호사 숫자 줄이기’이기 때문이다. 선거판을 좀 들여다보면 젊은 사시 출신과 로스쿨 변시 출신 변호사들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변호사 미래가 맑고, 밝다면 그들이 반목하지 않을 것이다. 면밀한 검토없이 로스쿨 제도를 만든 것은 정부요, 선배들인데 싸움은 죄없는 후배들이 하고 있으니 인간사가 참으로 부조리하다.
이 와중에 회보편집위원회에서 소위원회를 꾸렸다. 변호사의 미래를 가늠해 보는 모임이다. 논란이 되는 현재 제도와 그 당위성의 문제는 차치하고 10년 후 또는 50년 후 변호사란 직업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상상하고, 가늠해 보자는 모임이다. 객관적인 예측과 상상을 위하여 외부인사도 위원으로 모시기로 했다. 용한 점쟁이가 있으면 그분이 외부위원으로 제격인데 아쉽다. 소위의 작명도 중요한 것 같아 위원들이 중지를 모아 “미소위”로 정했다. 미소가 넘치는 변호사미래예측 소위원회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든다. 이름 탓인지 변호사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역시 아주권에서는 광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름도 중요하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소위원장인 내가 먼저 ‘회원칼럼’에 운을 Ep기로 하였다. 변호사. 예전에는 의사와 함께 확실하게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직업, 가장 인기있는 배우자의 직업이었는데, 지금은 나만 해도 대학생인 아들에게 과연 권해야 할지 고민이다. 지금 현실이 그렇다. 일전에 금융권에서 잘나가는 선배를 만나 변호사가 이제 사양산업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더니, 웃으면서 이렇게 응대하신다. “박변! 변호사가 사양산업은 아니지.. 100년 전에도 있었고, 100년 후에도 건재할 테니 사양산업이라고 할 수는 없지. 사양산업이 아니라 변호사들의 수익마진이 줄어드는 것이야. 수익이 준다고 기간산업이 사양산업이 되는 것은 아니지. 엄살 피우지 마라.”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그래 우리 변호사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이렇게 믿기로 하였다.
그런데 몇일 후 다시 의심이 들었다. ‘변호사가 정말로 사양산업이 아닐까?’ 이런 회의감 말이다. 종합병원의 의사 겸 대기업의 의료산업자문을 하는 똑똑한 친구 때문이다. 구글과 같은 회사 때문에 도대체 검색되지 않는 것이 없고, 그것도 컴퓨터 앞에 앉을 필요없이 스마트폰으로 모든 정보가 검색되고 확인되는 시대가 되면서 지식의 독점으로 먹고 살던 직업들은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변호사와 의사는 해당사항이 없는 줄 알았더니 아니란다. 스마트폰은 예상보다 빨리 스마트해지고 있다. 그래서 친구 말은 전문직종에서도 판도가 바뀐단다. 예전에는 피 안 보고 의료지식으로 먹고사는 내과의사가 강자였는데 앞으로는 기술을 가진 자, 즉 수술 잘하는 외과의사만 살아남는단다. 법률가도 그럴 거란 것이다. 그래? 그럼 우리는 어떤 변호사가 살아남을까?
수술 잘하는 의사처럼 재판 잘하는 변호사가 살아남나?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정은 미국과 달리 소송절차나 소송기술이 강조되는 것이 아니니 도대체 소송 잘하는 변호사가 어떤 변호사인지 헷갈린다. 소송 잘하는 변호사란 판사, 검사 출신 변호사와 동일한 개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면 나머지 대다수의 변호사들은 판사, 검사 출신에게 밀리고, 스마트폰에 밀리고... 소송대리권을 달라고 졸라대는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에게 밀리고.... 이거 정말로 한국의 변호사는 사양산업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미소위의 선장으로서 장미빛 청사진으로 변호사의 미래를 처음 가늠해야하는데 우울한 소리만 하였다. 이제 내가 액땜을 하였으니 청출어람 청어람하는 후배님들이 그래도 변호사의 미래가 밝고, 이런 블루오션이 펼쳐질 것이며, 우리 업계가 사양산업이 아니라 유망 기간산업이라는 수많은 논거를 좀 제시하여 선거의 후유증이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우울한 변호사들에게 힘을 좀 실어 주었으면 좋겠다.
박형연 변호사
사법시험 제29회(연수원 19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