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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송이야기] 국민참여재판 이야기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중국에서 20년 이상 목수일을 하던 중국 국적의 한 남자가 코리안드림의 꿈을 안고 입국하였다가 체류기간이 만료되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었다. 이후 그는 건설현장을 떠돌며 일용직으로 목수일을 하였고, 그러던 중 어느 건설현장의 팀장으로 있던 피해자를 만나 그 밑에서 1년 이상 일을 했다. 그곳 일이 끝난 후 또 다른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던 그는 다시 함께 일하자는 피해자의 연락을 받고 피해자 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피해자는 약속했던 일당 중 일부를 그에게 주지 않았고 급기야 그는 5일 만에 일을 그만두고 공사현장을 떠나고 말았다. 그가 피해자로부터 받지 못한 임금은 20여 만 원이었다.
어느 날 그는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여 밀린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였다가,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고 싶으면 와라. 만약 나를 찾아오면 경찰에 신고하여 강제 출국시키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오랜 기간 서로 잘 알고 지낸 사이임에도 피해자가 밀린 임금을 안 주는 것도 모자라 불법체류자임을 악용하고 있는 것에 화가 난 그는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갔다. 밀린 임금을 받을 목적이었을 게다.
그런데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아침에 자다가 눈을 떠 보니 그가 미리 준비해 온 망치를 들고 침대 옆에 서 있더란다. 그가 돈을 내 놓으라며 망치로 수차례 팔을 내리치고 지갑에서 돈 15만 원과 신분증을 꺼내갔단다. 그리고 자신이 경찰에 신고를 하려 하자 그가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던지며 망치로 부쉈다고 했다. 결국 그는 강도상해로 구속 기소되었다.

구속되어 있던 그를 통역인과 함께 구치소에서 만났다. 눈망울이 사슴 같았다. 말투며 하는 행동이 정말 착해 보였다. 피해자의 주장과 달리 그는 매우 억울해했다. 피해자가 문을 열어 주며 그에게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고, 사정이 어려우니 며칠만 더 기다리면 밀린 임금을 주겠다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했으며, 돈 15만 원도 피해자가 바닥에 던져줬다는 것이다. 망치도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란다. 피해자가 불법체류 이야기를 하며 갑자기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놀라서 마침 현장에 있던 망치로 팔을 몇 번 밀고 휴대전화를 내리쳤다고 했다. 피해자도 목수였다. 그의 말에 신뢰가 갔다. 

재판장이 국민참여재판 얘기를 먼저 꺼냈다. 피해자 역시 중국 국적의 조선족이었기에 해 볼 만한 사안 같았다. 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변호사님이 하자는 대로 하겠단다. 
처음 해 보는 국민참여재판이라 주변에서 자문을 구하려 하였으나, 국민참여재판 경험이 있는 분을 찾기 힘들었다. 국민참여재판이 일반재판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사선변호인은 국민참여재판을 선호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국민참여재판 경험이 있는 국선전담변호사님에게 연락하여 자문을 구하였다. 

국민참여재판이 있던 날 법정 입구에는 국민참여재판이 있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었고, 평소와 달리 방청석은 배심원후보자들과 방청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변호인석에 앉아 있으니 마치 무대 위에 올라간 배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국민참여재판의 첫 번째 절차는 배심원선정절차이다. 이미 공판준비기일에서 배심원의 수를 9명, 예비배심원의 수를 2명으로 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후보자들에 대하여 검사와 변호인이 각각 질문을 한 후 답변 내용에 따라 불리할 것 같은 후보자에 대한 기피신청을 하고, 기피신청으로 인하여 부족해진 배심원후보자 수만큼 다시 무작위로 배심원후보자를 선정한 후 기피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선정절차를 진행한 끝에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을 최종선정하였다.
배심원이 선정되면 바로 공판절차에 들어간다. 검사와 변호인이 각자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스크린에 띄워놓고 사건의 쟁점과 입증계획을 배심원들에게 설명하였다. 국민참여재판의 특징 중 하나는 검사와 변호인이 진술할 때 법정 중앙에 설치된 연단에 서서 배심원들을 마주보고 한다는 것이다. 배심원들을 얼마나 논리적, 감정적으로 잘 설득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이 끝나고 최종 변론 시간이 다가왔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피해자 진술의 모순점, 법이 사회적 약자에게도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 등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배심원들을 설득하였다. 

저녁 6시가 다 되어 변론이 종결되고, 배심원들은 곧바로 평의절차에 들어갔다. 오전부터 방청석에 앉아있던 방청객 중 상당수가 자리를 끝까지 지켰는데, 평결을 기다리는 약 두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인사와 격려를 해 주었다. 그 중에는 고등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도 있었고, 로스쿨을 다니는 학생도 있었으며, “저 아저씨 강제 추방당하는 거냐.”고 안타까워하던 초등학생도 있었다. 
그림자배심원으로 선정되어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대학생이 다가오더니 검사의 주장보다 변호인의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고 하면서 그림자배심원 15명 중 14명이 강도의 점에 대하여 무죄의견이라고 말해 주었다.
배심원들의 평결도 그림자배심원의 의견과 동일했다. 강도의 점에 대하여 9명 전원이 무죄 의견이었다. 다만 유죄로 인정된 상해의 점에 대하여 징역 1년 6월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이는 그대로 판결에 반영되었다.

매우 아쉬웠다. 그가 우리 국민이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심원들이 양형 의견을 낼 때 재판부의 의견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래도 방청객들은 와서 축하해 주었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는 반응이었다. 국민들이 원하는 재판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사건 검색을 해 보니 그는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를 받았거나 감형되어 석방된 것 같다. 판결이 선고되자 고개를 떨어뜨린 채 말이 없던 그로부터 고맙다는 말 한 마디 못 들었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디선가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있을 그가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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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변호사
사법시험 제45회(연수원 35기)
법무법인 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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