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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박한희 변호사 인터뷰

Q.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박한희 변호사입니다. 주로 성소수자, 집회의 자유 관련해서 소송이나 정책적인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시험 6회이고, 로스쿨 졸업 직후 2017년부터 희망법에서 일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Q.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줄여서 희망법이라고 부르는데, 2012년에 만들어진 인단체이며, 인권침해적이고 차별적 법 제도나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 소송이나 입법정책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상근 변호사 8명을 포함해서 총 10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Q. 공익변호사로서 활동하고 계신데, 소신이나 신념이 없다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습니다. 변호사님은 어떻게 해서 희망법에서 일하시게 되었나요?

 저는 원래 공대를 나왔습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해서 건설회사에서 엔지니어링 일을 했는데, 정체성을 감추고 사는 것이 힘도 들고, 좀 더 뭔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져서 전문직 자격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로스쿨에 가면서는 저와 같은 성소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로스쿨 2학년 때 희망법에서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소송을 해서 외부 성기 수술 없이 성별 정정 결정을 받았다는 걸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고, 저도 희망법을 방문해서 진로 관련 문의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희망법에서 관련 활동을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아서 연구모임 등을 같이 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로스쿨 졸업 후 자연스럽게 희망법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Q.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님으로 유명하시던데, 혹시 부담스럽진 않으신지요?

 부담스럽죠(웃음). 그런데 사실 국내 최초라는 게 커밍아웃한 최초라는 것이라서,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밝히지 않고 활동하시는 다른 변호사님이 그전에도 얼마든지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려진 것뿐인데, 좀 부담도 많이 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트랜스젠더가 잘 드러나지 않아서 쉽게 찾아볼 수 없잖아요? 변호사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제가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트랜스젠더는 다 저렇구나’하고 일반화돼 버릴까봐 신경도 쓰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로스쿨 입학하시거나 변호사가 된 분 중에 트랜스젠더 당사자인 분들이 저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법조계에 성소수자들이 특히 많이 가는 것 같은데, 제가 커밍아웃 한 것 때문에 자신도 용기를 얻었다고 말씀하실 때 보람을 많이 느끼기도 합니다.

Q. 희망법에 계시는 변호사님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희망법의 목표는 인권침해적이고 차별적인 법 제도를 바꾸는 것이라서, 제도적인 개선사항이나 국가나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들, 공익소송이나 차별금지법 제정 등과 같은 입법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책연구용역 등 연구활동도 하고 있고, 공익인권법 실무학교라고 해서 변호사나 예비법조인을 대상으로 해서 교육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소송, 입법정책, 교육활동을 메인으로 하고 있고, 주로 장애, 집회의 자유, 성소수자, 기업인권의 4가지 큰 분야를 해 왔네요. 최근에는 젠더, 성평등 문제, 수용자 문제, 코로나19 관련 인권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정해진 팀이 있어서 상담 내용에 따라 팀별로 업무가 정해지고, 변호사가 개별적으로 단체들과 연대하고 있으면 연대 담당자별로 업무가 정해지기도 합니다. 그 밖의 일들은 각 변호사들의 관심사에 따라서 하기도 하는데, 코로나19 관련 업무도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서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딱 정해진 업무가 있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자유롭게 진행되는 편이네요.

Q. 코로나19 관련 인권활동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인가요?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라고 해서, 코로나19 확산 초창기에 인권단체들이 함께 모여서 만든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코로나19 관련 인권의 원칙에 관한 보고서도 내고, 코로나19로 사망하신 유가족들을 위한 추모 문화제도 하는데, 희망법도 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 연대단체로 함께 활동해 왔습니다. 주로 코로나19 방역정책 관련 이주민,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 이주민언어 접근성 문제, 장애인 코호트 격리로 인한 집단감염 사망, 성소수자 이태원 집단감염 시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혐오 확산 대응 등의 활동을 했었네요.

Q. 많은 일들이 기억에 남으시겠지만, 하셨던 일 중에 특별히 더 기억에 남거나, 보람 있었던 일이 있으신지요?

 최근에 끝난 소송이 하나 있습니다. 여성 성소수자 생활체육대회를 기획하고 있었고, 저도 그 기획단에 있었는데, 동대문구에서 체육관을 대관해서 진행하기로 확정됐다가, 성소수자 행사가 동네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고 동네 사람들이 동대문구에 항의 전화를 하니까 동대문구가 갑자기 천장 공사를 해야 한다고 핑계를 대면서 취소를 해버린 거에요(웃음). 이 일뿐만 아니라 그 동안 지자체가 성소수자 관련 행사에 광장, 체육관, 문화관 등의 장소 대관을 잘 해주지 않거나, 대관을 해주더라도 나중에 취소하는 사례가 많이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인권위 진정도 많이 했지만 이런 일이 재발하는 것을 확실히 막기 위해서 법원의 판결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서 법원에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대관 취소가 위법하기는 하지만 손해가 없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을 했는데, 결국 2심에서는 뒤집혀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당한 것 자체가 차별이므로 900만 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저는 이 소송에서 변호사로서 대리하기도 했지만, 기획단이니까 원고 당사자로서도 소송에 참여했어요. 이런 판결은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법원, 특히 1심에서는 잘 인정해 주지 않았는데, 저 개인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었고, 정책적으로도 좋은 선례가 남은 사건이었습니다.

Q. 반대로, 일하시면서 애로사항이나 힘들었던 일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 인권 관련 일을 많이 하는데, 관련 법률이 구체적으로 있지가 않습니다. 차별이 일어났을 때의 구체적인 구제방법이나 입증책임의 배분 등을 규정한 차별금지법이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의 동대문구 소송도 그렇지만 법원을 설득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국내 선례가 없다 보니, 법원에서도 처음 접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아직 법이 없으니 어렵다”는 이유로 인용을 잘 안 해 주려는 소극적 태도를 취합니다. 이렇게 소송뿐만 아니라 법 정책 등 여러 가지 쌓여 있는 부분을 한꺼번에 풀어나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지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단체 운영 차원의 어려운 점으로는 저희가 인권단체로서 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료로 변론하고, 개인의 풀뿌리 후원으로만 운영하다 보니 재정적으로 곤란한 부분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많은 분들이 후원해 주셔서 빠듯하지만 잘 운영해 나가고 있어요.

Q. 일은 재미있으신지요(웃음)?

 아직까지는 재미있습니다(웃음). 한 가지 일만 하지는 않거든요. 송무, 현장에서 행사 기획, 기자회견, 교육, 강의 등 다양하게 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멀티태스킹이 힘들기도 하지만, 하나만 계속하다가 지치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Q. 정부의 지원은 따로 없는지요?

 저희는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 많기 때문에, 정책적 차원에서 정부나 기업 후원은 받지 않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이해충돌이나 독립성의 문제도 있을 수 있어서요. 기업 인권 측면에서 직장 괴롭힘이나 산업재해 소송도 하고 있어서, 마찬가지로 기업의 후원도 받지 않습니다.


Q. 공익변호사가 되려고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변호사님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공익변호사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열심히 공부해서 실무 법학을 잘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경험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법적으로 잘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당사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기계공학 전공인데, 노동자의 사망 사건에서 경찰이 자살로 판단해 유족연금을 못 받아서 사고사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할 때 공장의 공정을 잘 알아야 했고, 제가 엔지니어로 일했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2심에서 뒤집혀서 승소했고, 피고 측의 상고 포기로 승소확정되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회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고, 또 필요한 것 같습니다.

Q. 지방변호사회나 변호사협회에 바라시는 점은 없으신지요?

 차별금지법 관련 말씀을 드렸지만, 서울지방변호사회 평등법 TF나 대한변호사협회 평등법 전문가 토론회 등 법조단체로서 같이 논의할 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의 동력이나 힘을 내는 데 도움을 많이 주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변호사회에서도 중요 사례에 있어서는 법조단체로서 기자회견이나 논평을 내주시는 것도 중요하니,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Q. 변호사님 및 희망법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라고 해서 시민단체가 만든 단체가 있는데, 희망법도 처음부터 연대해서 연구를 하거나 현장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인권과 관련해서 필요한 법이 많이 있지만, 그 중 차별금지법이 가장 기본이 되는데 혐오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런 혐오를 넘어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차별금지법이 넘지 못하는 벽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상황이에요. 지금 국회에서 발의되어 있는 차별금지법들은 대동소이해서 어느 법안이든 통과되면 좋은데, 국회의원들이 아직까지는 미적지근한 것 같습니다. 국민 여론조사는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은 아직까지 관련 법률이 없어서 관련 판례 및 예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성전환 수술을 받을 것, 정신과 진단서를 받을 것, 성인일 것 등 까다롭고 복잡해서, 이를 완화해 나가고자 입법, 정책적 차원에서 국회나 정당과 소통해서 관련 법률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희망법이 올해로 10년이 되었습니다. 10주년 기념사업도 진행하고 했는데, 돌아보면서 부족한 점 등을 재정비하고 있어요. 주로 해왔던 주요 분야들도 있지만 지금 시민사회에서 문제되는 새로운 중요 사안들, 특히 기후 위기는 모든 사람이 대처해야 하는 문제라서, 새로운 인권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 가지고 참여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좀 더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권문제에 대해서 찾아서 해보려고 계획 중에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인터뷰/정리 : 고정욱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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