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만화책 이야기를 한다. 아직 완간되지 않고 여전히 집필이 계속중인 만화책이다. 재밌다. 그리고 꽤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아가 작가의 개그 본능까지 찾을 수 있다. 또한 시중에 흔히 보이는 유럽 찬양 일색의 책도 아니다. 이야기를 해야겠다.
작가론
작가가 그린 만화의 제목만 보아도 묵직하다. 십자군 이야기, 히틀러의 성공시대, 한나라 이야기, 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 게다가 신춘문예에 동화로 당선된 경력까지 있다. 인문학적 소양이 충분한 사람이지 않을까? 그러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학과 졸업을 한 인문학도가 작가의 학력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한때 우리나라를 휩쓸었지만 위 저자의 글쓰는 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유럽적 시각이다. 대학 내내 탈피해야 했던 유럽 중심적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나 김태권 씨의 시각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유럽과 이슬람 문명을 두루 바라보는 시각, 또한 유럽 문명의 침략 중심의 폭력성을 조용히 비판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글과 그림을 세상에 낼 때 충분히 공부를 하고 생각을 해서 글을 내는 분으로 생각한다. 고마울 뿐이다.
작품론
의미 없는 전쟁, 십자군 전쟁
대량 살상 무기가 있다고 시작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 전쟁. 그러나 그런 것 없다. 그냥 이라크 사람들을 죽이고 끝났다. 베트남 전쟁은 안 그런가. 사람만 죽어나간 의미 없는 전쟁. 먼 옛날 십자군 전쟁은 더 그러하였다. 언제나 전쟁의 명분은 있지만 전쟁이 무엇인가. 사람 죽이는 것이지. 인간의 욕심을 위해서. 그러한 전쟁이 수 백년간 지속되어 왔고 크리스트교와 이슬람 문명의 충돌은 그렇게 지속되어 왔다. 중요한 것은 크리스트교도와 교황, 지배자들의 욕심에 의해서. 또한 이 전쟁은 크리스트교도 내부적으로도 약탈과 살육을 감행하였다는 것이다. 명분은 예루살렘이라는 성지탈환이지만 실질은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전쟁이라는 것. 어느 전쟁인들 명분 없는 전쟁이 없겠냐마는 전쟁의 본질은 사람을 죽이고 또 죽인 다음에 정복자의 욕심을 채우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광기 그리고 권위에의 복종
더욱이 이 책에서는 인간의 광기 그리고 권위에의 복종에 대해 별도로 지면을 할애하여 이야기를 한다. 전쟁의 본질이 인간의 광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이야기하거나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 밀그램 전기 충격 실험과 같은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낸다. ‘전쟁이라는 것은 미쳐야 하는 것이니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전범 아이히만은 매우 평범한 사람이었고,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었으며, 밀그램 전기 충격 실험의 대상자들 또한 매우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즉 인간을 광기로 몰아넣는 것은 어떤 이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성실하고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는 평범한 사람들 또한 그 광기의 물결에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무섭다. 인간 스스로가 히틀러나 괴벨스에 아주 자연스럽게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
이슬람 세계에 대한 정확한 시선
최근 세계 곳곳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의한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은 근본적으로 타 종교에 대하여 관용을 베푼다. 모든 종교의 근본이 그렇듯이. 그리고 크리스트교와 이슬람 문화는 원래 같은 신과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미군은 꾸란을 모독하고 있고 이슬람 세계에서는 크리스트교인이 탄압받고 있다. 위 두 문화의 오래된 충돌은 십자군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종교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 싸움의 시작은 유럽에서 시작하였다는 것이며, 아주 평범한 사람들도 농민 십자군처럼 언제든 폭도로 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피해를 입은 이슬람 세계에서도 이들에 대하여 보복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가며
유럽인의 시각에서 서술되고 있는 여러 책들의 시각에서 벗어나 사안을 여러 각도로 살펴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질 다음 이야기의 전개 방향이 궁금해진다.
김형준 변호사
사법시험 제45회(연수원 35기)
법무법인 대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