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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법령이 아닌 약정에 따른 공탁의무의 발생 여부
법령이 아닌 약정에 따른 공탁의무의 발생 여부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52526 판결-


1. 사실관계와 쟁점 

가. 소외 갑은 피고로부터 토지를 매수하였고 매매대금 중 일부를 지급하였다. 그 후 소외 갑이 부도로 나머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피고는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 소외 갑의 채권자들은 채권단을 구성하고 소외 을에게 채권확보를 위한 결정 및 집행에 관한 사항을 위임하였다. 소외 을은 피고와 계약 해제로 인한 매매대금반환채권을 양도받기로 합의하였고 그 중 일부금액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채권단에 속하지 아니한 다른 채권자들 역시 매매대금반환채권 중 일부금액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렇게 되자 소외 을은 피고와 ‘피고는 법률적 하자가 없다는 조건 아래 지급일 기준으로 하여 특정금액에서 진행중(또는 진행된) 소송비용 등을 정산한 차액을 법원에 공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나. 원고는 위 합의서는 피고가 해당금액을 법원에 공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고 원고는 약정에 따라 피고는 당연히 법원에 공탁을 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법률의 규정이 아닌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공탁청구권 또는 공탁의무가 발생하는지가 쟁점이 된다(채권양도에 관한 쟁점도 있으나 본 평석에서는 지면관계상 별도로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2. 판결요지
원심은 피고들이 약정에 의하여 공탁의 방법에 의한 지급을 약속하였고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 제3항의 집행공탁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다는 이유로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였다. 즉 공탁은 반드시 법령에 근거하여야 하고 당사자가 임의로 할 수 없는 것이므로, 금전채권의 채무자가 공탁의 방법에 의한 채무의 지급을 약속하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이러한 약정에 기하여 공탁할 것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채무자에게 민사집행법 제248조에서 정한 집행공탁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는 경우라도 다르지 않다.

3. 평석
공탁(Consignation)은 법령의 규정에 따른 원인에 의하여 금전, 유가증권, 기타의 물품을 국가의 기관인 공탁소에 임치하여 공탁소를 통하여 타인이 그 물품을 수령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통설에 의하면 공탁은 법령에서 공탁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공탁할 권리를 허용하는 법령의 규정이 있을 때만 할 수 있고 당사자가 임의로 공탁소에 공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와 같이 공탁의 요건 중 공탁할 수 있는 권리, 공탁을 하여야 할 의무를 각 규정한 법령을 ‘공탁근거법령’ 또는 ‘공탁할 법령조항’이라 한다.
변제공탁에 관한 민법 제487조를 보아도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아니하거나 받을 수 없는 때, 변제자가 과실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채무자가 공탁을 통하여 채무를 면할 수 있고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3항에서도 ‘금전채권 중 압류되지 아니한 부분을 초과하여 거듭 압류명령 또는 가압류명령이 내려진 경우’에 제3채무자는 공탁의무를 진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당사자의 임의로 공탁할 수 없다는 뜻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채권채무관계의 당사자 사이에서 채무자가 공탁을 하기로 하는 약정을 맺고 그에 따라 채무자가 공탁소에 공탁을 하여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지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공탁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다툼이 있을 수 있고 대상판결도 이 점을 다루고 있다. 결국 계약에 의하여 공탁청구권이 발생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통설에 따르면 이는 법령의 규정에 의하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에 공탁을 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 ‘당사자의 임의’는 문자 그대로 당사자 일방의 의사대로 법령의 근거 없이 공탁하려는 경우로만 한정하고 계약 자유의 원칙상 공탁소에 공탁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탁은 기본적으로 채무자의 면책을 위한 제도라는 점, 현행 공탁법 및 공탁규칙은 법령의 규정에 따른 공탁만을 다루고 있는 점(공탁법 제1조), 공탁실무상 법령의 규정을 적시하지 않은 공탁은 무효라고 보고 있는 점(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3다12311 판결 등 참조) 등을 종합할 때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한 공탁청구권은 발생할 수 없고 설사 발생한다 하여도 상대방에게 그 이행을 청구하거나 강제이행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대상판결에서도 ‘공탁은 반드시 법령에 근거하여야 하고 당사자가 임의로 할 수 없다’고 하여 약정에 의한 공탁청구권의 존재를 부정하였다. 공탁도 그 성질상 실체법적 질서로 규율되기보다는 절차법에 의한 통제를 받는 점에 비추어 보면 약정에 의한 공탁청구권은 인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법령에 의한 공탁의 요건에 해당된다면 당사자가 공탁을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사안에서도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약정에 기하여 공탁을 청구한 것인데 피고가 원고의 청구와 무관하게 스스로 권리공탁, 의무공탁을 하여 면책받을 여지는 있다. 대상판결에서도 민사집행법 소정의 공탁요건이 갖추어져 있다 할지라도 당사자가 약정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공탁할 것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공탁은 약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약정불이행이 있다 할지라도 강제이행(민법 제389조)을 구할 수 없고, 약정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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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철 변호사
사법시험 제49회(연수원 40기)
법무법인 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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