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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송이야기] 행정심판도 하긴 합니다
"행정심판은 이기지 못한다." 너무도 많이 들은 이야기였기에 행정심판은 잊혀진 소송이 된다. 더욱이 전치주의가 더 이상 강제되지 않아 행정심판을 접할 기회는 더더욱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의 개요
지난 가을 자문을 해 주던 회사에서 급히 연락이 왔다. 설마 했는데 영업정지 3개월이 나왔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회사는 전통문화재 등에 대한 보존처리를 주 업무로 하는 업체로서, 정확히는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전문문화재수리업(보존과학)자이다. 

영업정지가 내려진 사유는 의뢰인회사에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문화재인 탱화에 대한 보존작업을 낙찰받아 이를 수행하면서 보존작업의 일부 공정을 다른 사람에게 하도급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의뢰인회사도 하도급을 준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의뢰인회사가 받은 행정처분의 내용을 보니, ‘불법하도급’ 이외에도 ‘등록증 등의 대여’도 눈에 띄었다. 


왜 행정심판인가
의뢰인회사의 요구사항은 최대한 빨리 어떤 방법으로든 영업정지기간을 최소화하여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겨울은 영업 비수기이니 영업정지를 다투어서 실패하더라도 겨울에 3개월 정지가 집중되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의뢰인회사가 요구한 시간상의 제약 때문이라도 소송으로 가는 것은 불안했다. 막연히 기억 속에 남아있던 행정심판의 신청 시부터 재결까지의 기간제한이 떠오르면서 행정심판과 영업정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해 보기로 하였다. 


무엇을 어떻게 다툴 것인가?
단순한 하도급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처분청은 ‘불법하도급’ 및 ‘등록증 등 대여’로 동시에 의율했다. 엄연히 개념이 다른 두 개의 처분사유가 하나의 행위에 대하여 경합하고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은 관련 판례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투는 과정에서 위 법이 건설산업기본법의 초기 제정형태를 그대로 차용해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건설산업기본법 관련 사안에서는 등록증 대여가 문제된 것이 많았다. 의뢰인회사는 스스로 입찰에 참여했고, 직접 보존작업을 수행하는 등 공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여 ‘등록증 등의 대여’에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불법하도급의 경우,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비추어 최초 적발 시 영업정지 기간이 무조건 3개월로 해석되어야 하는가가 문제였다. 처분청은 당연히 기속행위로 보아 ‘1차 적발 3개월’이라는 입장이었고, 시행규칙상의 감경조항은 의뢰인회사와 달리 하도급이 일부 허용되는 ‘종합문화재수리업자’에 대하여서만 적용된다는 입장이었다. 재량을 찾아내고, 그 재량이 의뢰인회사의 경우에도 적용되며, 처분청의 처분은 그 재량을 일탈?남용하여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결론에 이르러야 했다. 결국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다시 한 번 건설산업기본법의 판례들이었다. 

이러한 내용들을 담아 처분을 다투면서 집행정지 신청을 하였다. 의뢰인회사가 처분으로 인한 중대한 손해를 입게 됨을 입증하기 위해 의뢰인회사의 수년간의 월별 입찰건수와 조달청 사이트의 입찰공고를 조사해서 첨부하였다. 


결론
다행히도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여졌고, 법에 명시된 기간 내에 행정심판이 인용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재결 이후 유사업체가 동일한 사안에서 45일의 영업정지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건 초기에 집행정지까지 37일간 영업정지가 되었던 터라 처분청도 다시금 재처분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운이 좋게 선례가 쌓여있지 않는 영역에서 사건을 맡아 행정심판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긴 하였지만, 처분청의 답변서와 보충서면을 바라보면서 행정심판은 하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머릿속에서 잊혀진 행정심판을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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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혁 변호사 
사법시험 제49회(연수원 39기) 
법무법인 메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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