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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서의 마음가짐

 변호사가 된 이후에는 법대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사정들이 속속들이 보이고, 당사자들의 애환도 생생하게 공감된다. 기록으로만 보는 사건과 당사자와 동일한 눈높이에서 경험하는 사건 중 어느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인 듯하다.

 법대에서 기록을 통해 바라보는 사건은 고요하고 정적이어서 웬만해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법리와 생각의 틀을 뛰어넘을 만큼의 구체적인 개별성과 역동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방음시설이 된 유리벽을 넘어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거리감과 무정함이 있다. 거리를 두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줌으로써 사사로움을 벗어난 공정한 판단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제도적 의의가 있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은 의뢰인의 입장에서 그 억울함과 그냥 지나치기 쉬운 디테일에도 귀를 기울이고, 팩트를 재구성하고 그 의미를 찬찬히 음미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유레카와 같은 중요 단서들을 만나기도 한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당연해서 어쩌면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을 변호사의 낯선 시각을 거치면서 그 진가를 발견하게 되고, 그 단서들 덕분에 재판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변호사는 이처럼 한 쪽 당사자의 구체적 사정은 생생하게 알 수 있지만, 다른 당사자의 입장은 잘 알 수 없고, 한쪽 당사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변호사가 바라본 진실은 객관적이거나 공정하다고만 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또한 어느 정도 사사로움이 개입되어 있음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만약 판사가 변호사와 같이 ‘양쪽 당사자’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과 억울함을 충분히 이해한 이후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판단을 내린다면, 그 사실관계가 진실에 가장 가까울 것이고, 그 판결의 설득력은 높아질 것이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기대하는 재판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이상적인 재판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판사는 변호사가 전달하지 않는 이상, 당사자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들을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당사자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도 사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변호사는 당사자들이 하고 싶어 하는 많은 하소연 중에 법률적으로 의미 있거나 중요한 사항을 선별하고, 그러한 사정에 구체성과 생동감을 입혀서 전달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러한 역할을 얼마나 정성 들여서 충실하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결국 변호사 각자의 역량과 노력에 달려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억울하고 가려운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인 전달을 위하여 필요한 사실들을 선별하고, 선별된 사항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법리적 지식 외에 정성과 진실함이 기반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재판의 결과는 누구든 장담하기 어렵고, 분명 이겨야 하는 당사자이지만 그와 상반되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한다. 이 경우 이러한 판단을 한 법원을 탓하기 쉽지만, 그 이전에 법원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변호사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는지 돌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오늘도 내가 맡고 있는 사건에서 당사자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하여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듣고, 공감하고 있는지, 그중 중요하고 핵심적인 사실을 선별하고 유레카를 발견하기 위하여 얼마나 정성을 가지고 사건을 음미하고 있는지, 의뢰인의 억울함과 절실함을 서면과 변론에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지 돌아본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사업의 성패나 인생이 걸려있고, 이로 인해 밤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분쟁을 직업의 영역에서 일상적이고 루틴하게만 처리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본다. 진실이 제대로 발견되고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질 수 있도록, 동시에 누군가의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시원한 도움을 주는 변호사가 되기 위하여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본다. 

정지영 변호사
● 김앤장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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