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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향 양성우 변호사 인터뷰

Q.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지향에서 소속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양성우 변호사입니다. 현재 8년 차 변호사이고, 로펌에서는 주로 기업법무를 비롯해 건설, 부동산 관련 소송과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 ‘위안부’로 피해를 입은 할머님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계시는 ‘위안부’ 소송은 누가, 누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가요?

 ‘위안부’ 소송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과 그 유가족들이 원고가 되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입니다. 원고분들이 얼마 남지 않은 삶의 끝자락에서 일본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크게 3가지 이유였습니다. 

 첫째는 일본국, 일본군이 자행한 반인륜적 범죄를 확인하고 이를 역사에 기록하고자 함이었고, 둘째로 일본국의 법적 책임을 명확하게 밝힘으로써 다시는 이러한 범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 반성을 새기고자 함이었으며, 셋째로는 일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1965년 청구권협정이나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 합의, 즉 2015년 ‘위안부’ 합의에 의해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이 아님을 대한민국 법원에서 확인받기 위함이었습니다.

 현재 남아 계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10명도 채 되지 않은 상황으로 모두 평균 94.6세의 고령이십니다. 이 소송의 원고분들도 처음 11분이었는데 지금은 이용수 할머니 한 분만 남아계신 상황입니다. 이분들 생전에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 소송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확인하고 일본국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어떻게 해서 그러한 소송을 진행하시게 되었나요?

 이 소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일본군 ‘위안부’문제대응TF에서 시작한 소송으로, 단장이신 이상희 변호사님을 비롯해 여러 변호사님들이 초기에 진행하셨는데, 평소 저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한국군의 베트남 피해 학살 사건 등 과거사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TF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처음 TF에 참여한 때는 일본 외무성이 소장 등 소송서류를 계속 반송하고 있어 송달 자체가 되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실제 제1회 변론기일이 진행된 것은 지난 2019년 11월 13일에서야였습니다. 즉, 소장이 처음 접수된 2016년 12월 28일로부터 약 3년이 지나 재판이 열린 것이었죠. 이마저도 원고들이 계속해서 공시송달 절차를 통해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는데, 일본 정부는 재판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Q. 손해배상 소송의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지요?

 국내에서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총 2건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1년 1월과 4월 위 2건의 소송에 대하여 엇갈린 판결을 선고했는데, 1월 판결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 반면, 4월 판결은 국가면제라는 법리를 적용, 외국 국가(일본)에 대한 국내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소각하 판결을 했습니다. 더 아이러니한 건, 위 1월 승소 판결의 원고분들이 후속소송으로 피고 일본국을 상대로 한 소송비용신청과 재산명시신청 사건의 경우에도 그 결정이 엇갈렸다는 것입니다. 소송비용신청사건 재판부의 경우 1월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이 외교적 충돌 등의 문제가 있어 추심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반면, 재산명시신청사건 재판부는 1월 판결 재판부의 법리를 인용하면서 일본국에 대하여 재산상태를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라는 재산명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물론 일본 정부는 위 결정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Q.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과 마찬가지로, ‘위안부’ 소송에서도 국제면제라는 국제관습법 관련 법리가 주요 쟁점이라고 들었습니다. 관련해서 최근에 일본 변호사까지 우리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쟁점이 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일본 정부가 이 사건 소송에서 주장하는 국가면제는 국내 법원이 외국 국가에 대한 소송에 관하여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적 원칙입니다. 주권을 지닌 국가 간에는 서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고 외교 등의 방식으로 해결하라는 것으로, 이 원칙이 적용되면 법원은 심리하지 않고 각하 판결을 할 수 있습니다. 일본 측은 이 원칙을 믿고 지금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해 온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면제는 만고불변의 원칙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이 부분인데, 국가면제에 관한 통일되고 일관된 국가 관행은 없습니다. 대다수 국가 역시 19세기 말부터 상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등 각국에 따라 국가면제 개념이 상대적으로 변화해 왔고, 최근 들어서는 강행규범 위반 등의 이유로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들이 새롭게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설명드린 4월 패소 판결은 2012년 ICJ 결정을 근거로 본 소송에 국가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는데, ICJ 결정을 이 사건 소송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ICJ 결정이 나온 지 이미 10년 이상 경과하였고, 이 기간 동안 국가면제에 관한 상황이 상당히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ICJ는 판결 당시 국가면제를 부정한 나라는 기껏해야 이탈리아와 그리스 정도에 지나지 않고 다른 6개국은 국가면제를 적용했다는 점을 근거로 국가면제를 인정하였지만, 이후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이 중대한 인권침해, 강행규범 위반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부정하면서 현재는 찬반이 거의 동수 가까운 상황으로 바뀐 상태입니다. 이외에도 국제인권법의 발전으로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에 대해서는 국가면제를 부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2015년 한일합의의 효력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 부분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인터뷰 지면상 생략하겠습니다(웃음).

 그리고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활동해 온 일본인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님이 전문가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해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국가면제 적용의 부당성을 여러 관점에서 치밀하게 논증하시면서 이 사건이야말로 국가면제를 제한해야 하는 전형적인 사례임을 강조해 주셨는데, 여러모로 의미 있는 증인신문 시간이었습니다.


Q. 대리인인 변호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소송일 것 같습니다. 소송 전략은 어떠신지요?

 소송 전략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한데요(웃음), 저희 대리인단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외 논문을 계속해서 스터디하고 이를 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전문가 증인신청이나 전문가 의견서를 통해 이 사건에의 국가면제 적용의 부당성, 일본이 주장하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틀의 문제점 등을 변론하고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국가면제의 적용은 헌법 제10조, 헌법 제27조 등 우리 헌법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고, 이 사건 소송에서 국가면제를 제한하더라도 국제법 위반이 아님을 앞으로도 적절한 방식으로 변론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위안부’ 소송은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제기되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일본과 미국 법원에서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는 전부 기각되었습니다. 특히 일본 법원의 경우 하급심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 사례도 있었는데,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일본이 전후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틀로 인해 개인이 소송으로 배상청구권을 다툴 수 없다는 독자적인 논리를 만들어 최종 기각함으로써, 이후에는 관련 소송이 전면 봉쇄되는 결과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 원고분들께서 마지막 수단으로서 국내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참고로 일본 정부는 아직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성노예는 사실에 반하고 강제연행에 관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Q. 일본 관련 소송의 경우 정치적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들어간다는 비판도 일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물론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의 사법화는 큰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반대로 법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정치적, 외교적 문제로 치부하여 피해자들의 권리를 외면하려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이 사건 소송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세심하고 진지한 고찰 없이 오로지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국익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그 책임을 입법부와 행정부에 떠넘기는 것이야말로 사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 아닐까요?

 참고로 유엔인권이사회, 유엔자유권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고문방지위원회, 국제노동기구를 비롯한 국제기구들도 지금까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 진상규명 및 배상 등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도 이 문제를 국내의 정치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Q. 그 밖에 이태원참사나 최말자님 재심 사건 등도 진행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최말자님 재심 사건은 다소 생소한데, 어떤 사건인가요?

 최말자님 사건은 56년 전에 자신에게 성폭행을 시도하던 남자를 방어해 혀를 깨문 것이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아 중상해죄로 처벌받은 사건입니다. 저희 법인의 김수정 변호사님이 법인 내에서 대리인단을 꾸려 최말자님의 행위가 정당방위였음을 주장하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여 진행 중에 있고, 저도 대리인단에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보면 국가 권력의 남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건으로 보이는데, 최말자님 재심 사건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당시 판결이 내려진 1965년에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존재하였고, 여기에 양성평등이 다 명시되어 있었지만, 법원은 이를 무시하고 피해자의 존엄과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말자님 재심사건은 시대가 바뀌었으니 판결을 바꿔 달라는 게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 이를 바로잡아달라는 요청으로 봐야 합니다. 당시 판결을 내린 재판장은 ‘어차피 험한 일을 당해 결혼하기 어려울 테니 두 사람이 결혼할 생각이 없는가’라는 막말로 최말자님에게 2차 가해를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언론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법원이 자신의 과오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위와 같은 사건을 할 때 힘들지 않으신가요?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앞서 소개한 사건들은 저뿐 아니라 대리인단에 소속된 많은 변호사님들이 함께 수행하고 있고, 힘든 기간에는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기에 크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Q. 그 밖에 하고 계시는 일반송무 업무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향후 계획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저희 법인의 기업법무센터에 소속돼 스타트업 자문이나 기업 관련 소송을 하고 있고, 이 분야에서 어떻게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인지 고민 중입니다.

 아울러 제가 틈틈이 공익사건을 수행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 7년간 송무변호사로서 시간을 보내왔고 앞으로도 송무변호사로 살아갈 것이기에 부끄럽지 않은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게 작은 포부이자 계획입니다. 


Q. 일하시면서 애로사항이나 단점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가정생활이나 여가생활에 시간을 많이 못 내다보니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있는데,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나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많이 내야 할 것 같습니다. 


Q. 지방변호사회나 변호사협회에 바라시는 점은 없으신가요?

 위원회나 커뮤니티가 있지만, 각 역할이나 내용, 참여 방법 등을 잘 모르는 회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인터뷰/정리 : 고정욱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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