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커뮤니티 지난 연재
[특별연재] 중동의 중재자, 요르단
이번 요르단 방문이 나를 키워 준, 부모와 같은 LG전자에서의 마지막 출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암만행 비행기에 올랐다. 요르단은 이번이 세 번째 출장인데, 2012년 첫 번째 출장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당시, 법인 변호사 채용에 따라 법인 법무시스템을 set up하고, 현지 변호사들과의 귀중한 인맥을 맺었었다. 또한 관광지로도 유명한‘페트라’와 ‘다나’ 지역을 다녀오면서 큰 추억을 간직하게 된 곳이기도 하다. 


1.jpg



수정됨_2.png

2012년 페트라 방문, 자연의 위엄과 인간의 노력의 결실을 보는 것 같았다. 


수정됨_3.png

2012년, Dana 국립공원이 자리한 요르단의 한 마을에 들러 어린 아이들과 촬영한 사진,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요르단은 인구 6백만 명의 작은, 요르단계 아랍족과 팔레스타인계 아랍족이 거의 반반을 차지하고 이슬람교 수니파가 대부분인 전형적인 이슬람 입헌군주국이다. 지금의 국왕 압둘라 2세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43대 직계 후손이기도 하다. 서민들의 목소리는 조금 다르지만, 압둘라 국왕 즉위 후 통치기반 강화 및 국민화합을 도모하면서 지속적인 사회경제적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요르단 정부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아랍국가라는 기존의 평판에 더해 역내 개혁의 선도자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전 발발이 있었음에도 정치안정을 유지하며 중동평화를 위한 지속적인 중재 노력 및 서방-이슬람권 대립 해소를 위한 중재 노력을 전개 중이나 경기침체, 대외원조 감소 등에 따른 경제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이라크 사태 등 지역정세 불안과 이에 따른 관광객 급감 등 대외적인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견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높은 외채비율, 높은 재정적자와 실업률, 만성적인 빈곤은 요르단 경제발전의 제약요인이다. 중동지역에서 가장 문맹률이 낮은 나라 중의 하나이지만, 지방에서는 이슬람 또는 각 부족별 전통에 따른 독특한 문화와 인습도 상존한다.

요르단을 바라보는 중동지역국가들의 시각은 미묘하다. 1994년 이스라엘과 관계개선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으로부터 원조를 받아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이슬람세력의 ‘어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지만, 빈약한 자원으로 국가를 운영하면서 교육, 의료, 지식기반 산업에 투자를 하며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중동의 중재자라고 존중하는 입장도 있다. 요르단 변호사는 중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들 중에 나름 신의와 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는 것 같다. 

2013년 이라크 에르빌 방문 일정 중에 이라크를 관할하는 법인의 소재지인 요르단 암만을 방문한 것이 요르단의 두 번째 방문이었다. 이라크의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이라크 사업을 하는 업체들조차도 바그다드나 에르빌이 아닌 두바이나 요르단에 회사를 두고 거래를 하기 때문에 법률 사고가 터졌을때 대응하는 방식이 복잡하다. 단순한 채권사고를 수습하기 위해서 UAE, 이라크, 요르단 등 다국가 관할을 고려해야 하고, 실제 합의나 담보 등이 효율적으로 실행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관련 은행이나 정부기관과의 협의를 하면서도 정비되지 않은 법제 및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중동사람들의 인식에 재미있기도 하다가, 한국기업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다가, 그래도 전문가가 된다면 상당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요르단과는 인연이 있는 것인지, 예상치 않게 사해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꽤나 먼 거리였지만, 염도가 워낙 높아서 수영하는 데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이렇게 헤엄을 쳐서 이스라엘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을 가로지르는 사해 바다의 절경은 사진 찍는 것에 익숙치 않은 내게도 파노라마 사진을 찍을 용기를 불러일으켰다. 

4.jpg



수정됨_5.png

2013년 요르단 쪽 사해에서 찍은 석양, 바닷물이 너무 짜서 몸이 절여지는 느낌이었다. 

이번 세번째 출장은, 거래선과의 협상을 위한 것이었다. 다양한 이슈로 감정이 많이 상해 있는 거래선과의 협상을 위해 방문한 것인데다가, 최근 IS(‘다아쉬’라는 시리아 및 요르단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의 극악무도한 행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인지 여느 때보다도 더 주의를 해야 했다. 그러나 협상을 위해 미팅을 하게 된 곳은 2005년에 테러가 한 번 발생한 호텔이었다. 동일한 곳에서는 테러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고 협상에 임했지만, 협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협상에 실패하고 돌아왔지만 별로 마음이 아프지 않은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안도감 때문인 것 같다. 

IS는 2005년 요르단의 호텔 테러사건의 사형수로 수감 중인 이라크 여성을 석방하라는 요구를 하다 요르단 정부가 거절하자 일본인을 처형하였고, 그럼에도 변화가 없자 요르단 조종사를 불에 태워 죽이는 장면을 전세계에 배포하였고, 이로 인해 중동 정세가 또 한 번의 격동을 맞고 있다. 필자가 암만을 방문한 2월 7일에는 이미 이라크 사형수에 대한 형은 집행되었고, 미국인 인질까지 희생된 것이 알려지고 난 이후라 상황은 긴박했다. 요르단은 복수를 부르짖으며 시리아 내 IS 은신처를 연일 폭격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22개국 이상의 다국적 동맹군이 공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상군 투입이 임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는 외국군의 입국을 불허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으니,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전개될 것 같다. 

이들은 종교 혹은 알라(하나님)의 뜻이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필자가 바라보기에 이들은 정치 및 경제를 포함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것 이상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중동 아프리카지역에서의 아비규환을 보고 있자면, 정교일치의 사회가 사람들을 얼마나 호도할 수 있는지, 정치와 종교가 맞물릴 때 애국심과 순교의 정신이 하나로 승화될 수 있고, 머리 좋은 기획자들이 판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RPG 게임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리아 사태, 이라크 사태, 최근의 IS 등 이 모든 상황에는 소수 인간이 세계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과 이에 대응하는 종교의 옷을 입은 생존을 위한 정치권력 간의 다툼이 숨어 있다. 

진절머리가 나지만 이 싸움을 멈출 수는 없어 보인다. 힘의 균형이 있을 때에는 극단적인 일들이 벌어지지 않지만,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한쪽에서는 무자비한 권력을 행사하고, 약자는 그 무자비한 권력에 대응하기 위해 극단적인 게릴라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 전 세계의 패러다임이 ‘강한 힘을 가지고 세계를 재패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자’로 편향되고 있다. 또한 종교나 이념은 사회가 균형을 잡을 수 있을 한도까지는 나름의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균형이 깨진 사회에서의 종교와 이념은 치명적인 독이 된다. 

한쪽이 제패하고 나면 이런 싸움은 끝이 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거대하다.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예측 불가한 상황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빈틈이 생기지 않을 수 없고, 이 빈틈을 노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있는 이상 이런 싸움은 또다시 지속된다. 평화를 위해서“중용”혹은 “세력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2015. 2. 15.


수정됨_서울변협 방문 사진.jpg

김현종 변호사 
사법시험 제47회(연수원 39기)

김현종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