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의 핵심은 인간관계다.” 성남FC 곽선우 대표 인터뷰
인터뷰/정리 : 김종규 본보 편집위원
이번 호 화제의 인물로 곽선우 성남FC 대표(개명 전 이름 곽균열)를 만났다. 곽선우 대표는 43세의 젊은 나이에 구단의 대표가 된 것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지만, 축구인으로서의 삶 이전에는 우리 회의 소속변호사로서 활동하신 분이라 더욱 관심이 가는 인물이다.
필자는 이번에 성남FC 대표 곽선우 변호사를 통해 향후 변호사들의 새로운 비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어떻게 K-리그 대표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터뷰를 준비했다.
곽선우 대표의 직무실은 성남FC의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 안에 위치해 있고, 대표이사의 직무실에서 만난 곽선우 대표는 스스로 아직은 풋내기라고 이야기 하였지만 젊은 CEO의 기풍이 풍겼다.
김종규(이하 김) : 안녕하십니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개막 등 바쁜 일정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언제 성남FC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셨는지 그리고 취임 이후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곽선우(이하 곽) : 작년 12월 23일 성남FC 임시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되었고 신문선 전 대표이사의 계약종료로 대표이사 대행으로 1월 14일부터 수행하다가 1월 말경 정식으로 대표이사 직에 임명되었습니다.
구단 경험이 전혀 없는 저로서는 모든 일이 너무 생소했지만 가슴이 두근대는 일이었습니다. 구단대표로서 처음 한 일은 저와 함께 구단 프런트를 이끌어 갈 직원들을 선발하는 일이었습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직원들을 새로 선발하였고 대부분 저처럼 구단 경험이 거의 없는 참신한 인재들로 선발하였습니다. 저는 구단 경영으로 지출형 경영방식이 아닌 수익창출형 기업경영방식을 추구하기에 일반 기업경험을 가진 직원들로 선발하게 되었고 새로운 직원들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그후 바로 아시안클럽챔피언스리그(ACL) 준비에 들어갔고 2월 24일 대망의 첫 ACL 태국 부리람 원정경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방콕에서 차를 타고 6시간이나 더 가야하는 생소한 부리람에 성남에도 없는 현대식 축구전용구장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고, 수천 명의 팬들이 자신들의 홈팀을 위해 조직적으로 응원하는 것을 보고 더욱 놀랐습니다. 결과는 우리 성남FC의 1:2 패였죠. 우리 선수들이 경기 1주일 전에 태국에 입국하여 현지적응을 충분히 마친 터라 이길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의 패배에 구단주를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의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부리람전 패배 일주일 후인 3월 3일 성남FC의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작년 J리그 3관왕 일본 최고의 팀인 감바 오사카와 ACL 2차전 경기를 하였는데 객관적인 평가를 뒤집고 우리 성남FC가 감바 오사카를 2:0으로 누르는 통쾌한 승리를 하였습니다. 특히 황의조 선수의 멋진 감아차기 추가골이 터졌을 때 구단주와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하던 그 짜릿함이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4일 후인 3월 7일, 절대 1강 전북 현대와의 K리그 개막전이 전주월드컵 경기장에 있었고 결과는 아쉽게도 2:0 패배였습니다. 그 후 1주일 후인 3월 14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K리그 홈개막전이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있었는데, 아쉽게도 0:0으로 또다시 승부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3일 후인 3월 17일, 광저우 푸리와의 ACL 원정경기가 있어 광저우 원정응원을 가야하는 현 시점에서 경기결과가 어떻게 될지 불안하기만 하네요. 이번 원정경기는 꼭 승리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편집자주: 성남 FC 광저우 푸리에 1:0 승)
성남FC 대표직으로 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승패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 곽대표님께서는 저와 마찬가지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회원이시기도 하셨는데요, 변호사가 축구단, 그것도 K-리그 클래식의 구단대표라는 직책을 맡게 되신 것이 한편으로는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설기도 합니다. 원래 축구와는 인연이 있으셨는지요? 가량 축구 선수였다거나.
곽 : 저는 원래 축구와 인연은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처음 축구와 인연이 된 것은 지인의 부탁으로 2010년 FC서울 빙가다 감독 후임으로 토니뇨 세레죠 감독을 대리인으로서 FC서울 감독직으로 추천하면서부터였습니다. 그 일로 인하여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예전에 재밌게 봤던 <제리 맥과이어>라는 영화를 떠올리며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환상은 무모한 열정을 불러 일으켰고, 돈키호테처럼 앞뒤 안 가리고 스포츠 마케팅 사업에 빠져들게 된 거죠.
2011년에 ‘다르마 스포츠 & 로’라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역삼역에 차리고 사업을 시작하였으나 생각과는 달리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던 그 해 5월경,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습니다. 지인의 조언에 의해 승부조작 선수들에 대한 무료변론을 진행하였고 그 와중에 동업자와의 의견충돌로 제가 만든 회사에서 제가 나오게 됩니다. ‘클린스포츠연대’라는 회사를 만들어 승부조작 선수들에 대한 갱생프로그램으로 장애인들과 히말라야 트레킹을 갔다 왔고 네팔 현지 프로축구팀과 승부조작 선수들로 구성된 팀과의 자선경기도 기획하였습니다. 하지만 기획했던 모든 사업들은 모두 실패했고 승부조작 선수들은 끝내 복권되지 못한 채 선수생활을 마감하였습니다.
2012년 저의 고향인 안양에 축구단 창단 열풍이 조성되었고 반대 세력이 있었지만 안양시장님의 의지로 안양FC 창단작업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다르마 스포츠 & 로’ 대표 시절에 안양FC 창단 컨설팅을 해온 터라 ‘안양FC 시민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창단을 위한 시민공청회, 체육단체 간담회, 1만인 서명운동, 창단기원 콘서트 등 다양한 시민운동을 진행하였고 결국 안양FC 창단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저는 초대 FC안양 사무국장에 지원하였으나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다르마 스포츠 & 로’ 시절의 동업자가 초대 사무국장으로 임명되었고, 2년 후 FC안양의 재정난이 가중되어 작년 6월 FC안양 살리기 TF팀이 구성되었을 때 제가 팀장을 맡아 FC안양의 경영상 문제점을 진단하고 향후 경영방향에 대한 일을 진행하였습니다. 다시 2대 FC안양 사무국장에 지원하였으나 또다시 실패하고 다소 방황하고 있던 중에 성남FC에서 법률 및 마케팅 분야에 대해 비상임 이사로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하여 성남FC에 오게 되었고 신문선 전 대표이사의 갑작스런 계약종료로 대표이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정말 인생은 ‘새옹지마’인 것 같습니다.
김 : 곽 대표님의 구단 CEO로서의 일정은 그동안 변호사로서 일과는 다른 생소한 분야인데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으신지요?
곽 : 처음 해 보는 구단 경영인데 어려움이 당연히 많지요. 특히 제가 대표로 취임했을 때 기존 직원들도 절반 정도가 바뀌는 상황에다가 그나마 남아 있는 직원도 대부분 경력 1년 정도 되는 직원들이어서 업무보고를 해 줄 직원도 없었고, 올해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놓지도 않아 더욱 어려웠던 것 같고 그 어려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전 프런트 직원들이 열정 하나만으로 이를 헤쳐 나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성남FC는 동네 구멍가게만도 못하다느니 조기축구회 수준의 구단행정을 하고 있다느니 하며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저희 구단이 아마도 가장 공정하고 깨끗한 구단행정을 하고 있고 가장 인간적인 분위기 속에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업무미숙에 대한 부분은 시간과 열정이 해결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김 : 곽 대표님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사전에 인터넷 등을 리서치 해 봤는데, 성남FC 대표이사의 행적이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언론노출을 꺼리시는지요?
곽：언론노출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노출을 할 이유가 그다지 없는 것 같습니다. 성남FC뿐만 아니라 다른 K리그 구단 사장들도 언론노출되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팬들이 관심있는 건 주로 선수단이지 프런트 쪽은 아닙니다. 그리고 성남FC 대표로 취임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언론에 관심을 받을 만한 일을 한 게 없습니다. 있다면 초보 구단대표라서 실수한 행적들이겠죠. 실제 성남FC 프런트의 홈경기 진행 경험미숙에 대한 기사가 몇 차례 나왔는데 성남FC만 거론됐지 제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만 실은 제가 다 책임질 일이었습니다.
당분간 언론노출이 되지 않으면 제가 제 할 일을 어느 정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웃음)
김 : 곽 대표님은 변호사 시절 불법승부조작을 한 축구선수들을 변론하신 이력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 불법승부조작에 대하여 강한 비판과 뭇매를 맞을 때였는데 언론의 지탄에도 불법행위를 한 선수들을 변호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곽 :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시 저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을 하고 있었고 승부조작사건이 저희 회사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 스포츠 마케팅 회사와 법률업무는 관련이 없기에 변호사인 저는 저희만의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죠. 단순히 승부조작 선수들에 대한 변론을 맡아서 수임료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향후 승부조작 선수들에 대한 갱생프로그램, 연맹이나 각 구단과 연계하여 승부조작 방지교육 등으로 공익적이면서도 충분히 사업성 있는 일이라 판단되었습니다.
물론 저의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저의 생각에 반대한 동업자와 결별하게 되었고 혼자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여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이상과 현실에 대한 괴리를 맛보면서 사업실패의 쓴 맛을 보게 되었죠. 그래도 승부조작선수들과 갱생프로그램 차원에서 같이 히말라야 트레킹을 갔다 온 건 평생 기억에 남을 일입니다.
김 : 곽 대표님 변호사와 K-리그 구단대표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안 되겠지만,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십니까? 곽 대표님의 오랜 꿈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너무 어리석은 질문을 한 것 같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변호사라는 지위가 현재의 구단대표라는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얘기해 주십시오.
곽 : 축구구단 대표가 오랜 꿈은 아니었어요. 스포츠 마케팅 사업을 하다 보니 생기게 된 목표였지요. 변호사 일도 공익적이고 생동감 있는 일이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 성남FC 대표직이 더 흥분되고 역동적인 자리인 것 같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분명 도움된 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성남FC와 인연을 맺은 것도 법률적 업무와 관련되었고, 작년에 성남일화 시절 법률적 업무미숙으로 인하여 FIFA에 제소되는 등 법률적 문제가 많아 구단 내 법률전문가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제가 임시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되었거든요.
김 : 지금 변호사들이 과잉공급되어 변호사 시장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곽 대표님의 경우 변호사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신 것 같습니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곽 : 제가 후배 변호사들에게 모범적인 케이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적인 케이스도 아니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돈키호테처럼 한번 밀어붙여 보는 것도 80여 년을 살아야 하는 우리 인생에 있어 하나의 의미있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가 과잉공급되어 어려운 현실 탓을 한다면 본인 인생에 대한 경영판단이 틀린 것을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경제상황이 어려워도 살아남는 기업들은 분명 있습니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남들이 찾지 않는 분야에 대해 시장성을 검토하거나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남들과 차별성 있는 같은 일을 하면 분명 경쟁력은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인 것 같습니다. 제가 성남FC의 대표로 오게 된 건 제가 가진 축구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 때문이 아니라 지난 5년간 제가 만나왔던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이 자리로 인도하였다고 확신합니다.
<제리 맥과이어> 대사 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인데요, “비지니스의 핵심은 인간관계다.”
김 : 다시 한 번 바쁘신 일정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이번 시즌 성남FC의 목표는 리그 몇위 정도인지요? 그리고 팬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도 해 주십시오.
곽 : 경기 승패에 대한 부분은 제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리그 순위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다소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경영 총 책임자로서 성남FC의 목표는 평균관중 1만 명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작년 성남FC 평균관중이 3,755명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목표를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재명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 K리그 흥행의 상승세, 시민구단 최초의 ACL진출, 성남FC 프런트 직원들의 젊은 패기 등을 고려한다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ACL 감바오사카전 7,813명, K리그 전남전 6,521명으로 두 번 연속 관중 1만 명 달성에 실패했지만 22일 K리그 수원전은 반드시 1만 명 돌파를 할 것입니다.
팬들께는 직접 탄천종합운동장에 찾아 주셔서 직접 관람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직접 보시면 생각보다 재밌거든요. 맘껏 소리지르고 골이 터졌을 때 짜릿함도 느껴 보시고, 졌을 때 아쉬움에 같이 온 친구들과 술 한잔도 하시기도 하고요. 이 모든 것이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가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