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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미술] 실크로드를 가다 - 제14편
11. 훈자 2 - 산적의 후예들 

푸른 눈에 연갈색머리, 흰 피부, 유럽인 같이 생긴 훈자인들은 자신들이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원정 시 잔류한 그리스 원정군의 후예라고 믿고 있지만,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훈자에 사람이 처음 살기 시작한 것은 11세기부터이며, 그들은 현존하는 어떤 언어집단과도 명백한 연계가 없는 고립어, 부르샤스키(Burshaski)를 구사하는 훈자쿠트(Hunzakuts)족이고, 인도·아리안계의 소수민족으로 원조(元祖) 산악민의 후예일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11세기 이후 동일한 가문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험준한 산의 고개를 장악하고, 난공불락의 산채에 앉아서 수백 년 동안 길기트와 카슈가르 사이의 실크로드를 왕래하는 카라반들로부터 통행세를 징수하고, 원정을 나가 대규모 카라반을 포획하여 살인강도, 약취유인, 인신매매로 잘 조직된 산적질을 하여 먹고 살았다.
훈자 왕국은 대대로 이어오는 ‘미르(mir)’라는 왕에 의해 통치되어 왔다. 1891년 영국의 침략으로 세계사에 등장하게 되었고, 1974년 파키스탄 정부에 실질적인 통치권을 이양하면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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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72 훈자의 왕궁 발티트 요새
ⓒ IbneAzhar

울타르 계곡의 언덕 꼭대기에 옛날 미르의 궁전이었던 발티트 요새(Baltit Fort)(도판72)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이 건물은 13세기에 짓기 시작하여 15세기 초 토번(티베트)의 일부였던 발티스탄의 공주가 미르에게 시집을 올 때 혼수로 재건축해 준 성으로, 흰 벽에 붉은 목조 발코니 등 티베트 건축의 양식을 따른 3층 53실의 복잡한 건물이다. 지층의 네모난 바닥을 들어 올리면 그 밑에 캄캄한 감옥이 있고, 2층에 미르가 어전회의를 주재하던 접견실·침실·거실·썬룸·뮤직룸·발코니·부엌과 식품저장실, 경비실과 무기고가 있고, 5대조까지의 ‘미르’와 종교지도사인 아가칸 Ⅰ~Ⅳ ‘이맘’의 사진(도판73)과 의상이 걸려있다. 3층 슬라브 위에는 목조 발코니와 훈자 계곡을 향한 포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카리마바드의 농촌풍경(도판74)과 훈자계곡, 그 너머 라카포시의 장대한 경치가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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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73 이스마일파의 최고 지도자 ‘이맘’Ⅰ ~ Ⅳ
ⓒ IbneAzh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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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74 카리마바드의 농촌풍경, 계단식 논 
ⓒ 박진순『실크로드의 영혼들』(2006, 어드북스)


카리마바드의 동쪽에 돌출된 두이카르(Duikar, 약 3,000m) 암봉에 오르면, 카라코람 최고의 전망대라는 이글스 네스트(Eagle’s Nest)가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고산 설봉들이 훈자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그 가운데 훈자강과 훈자계곡, 옛날의 왕궁이었던 알티트 포트(Altit Fort)와 카리마바드의 광대한 파노라마가 전방위로 펼쳐진다(도판75). 

훈자인들은 8세기 시아파에서 분파된 소수 지파인 이스마일파 이슬람교를 신봉한다. 최고 지도자인 ‘이맘(Imam)’은 후손에 의해 승계되며, 현재의 49대 이맘은 아가 칸 4세(Aga Khan Ⅳ)다. 그의 조상은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 기술한 13세기 중엽 북부 페르시아의 알라무트 지역에서 암약했던 요인암살단 아싸씬(Assassins)의 우두머리였다고 한다. 
이스마일리들은 계율이 관용적이고 교육수준이 높으며 개방적이다. 여성이 얼굴을 가리지 않고 교육을 받으며 생산 및 상업활동에도 종사한다. 훈자인들은 만나면 먼저 웃고 인사를 하며, 이방인에게 아주 호의적이고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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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75 이글스 네스트에서 본 훈자강, 알티트 포트(옛왕궁), 올드 알티트 마을
ⓒ Rayk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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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도 변호사
고등고시 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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