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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중동의 허브 두바이에 한국 로펌을 세우다
중동의 허브 두바이. 그 두바이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두바이국제금융센터(Dubai International Financial Center, DIFC)에는 전세계 최고의 로펌과 금융기관이 즐비하다. 그 곳에 1년 여의 준비 끝에 법무법인 태평양 두바이 지점을 세웠다. 최초의 한국 펌이자 동양 펌이다.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영국과 프랑스 보호령 시절에 해당국의 법제를 상당히 많이 받아들였고, 미국의 전통적인 석유자원개발 전략지역이었다. 이를 감안할 때,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의 로펌들이 오래 전부터 이 곳에 진출한 것이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한국 로펌이 이 곳에 사무실을 연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DIFC 당국에서는 한국 로펌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면서도 반기는 분위기였다. DIFC 당국 수장이 면담을 제안하고, 태평양 개소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주기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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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FC를 대표하는 The GATE 빌딩. 15층 꼭대기에 태평양 사무실을 열었다.] 



동북아 지역 국가들은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각 해외 사업장에서 법률지원을 받을 만한 자국 로펌이 거의 전무한 형편이다. 한국 로펌 역시 최근 10년 동안 중국, 동남아, 러시아를 비롯한 CIS(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지역 등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동아프리카는 여전히 먼 곳이다. 다행히 한국기업들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고, 대형 금융기관이 함께 진출해 있으니, 이제는 한국 변호사들이 한국기업과 금융을 지원하는 보급 및 병참부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바이는 UAE의 안전한 정치·경제 상황, ‘제벨 알리’라는 중동 최대의 물류항, ‘에미레이트 항공’이라는 전세계 최고의 항공사를 기반으로 관광과 건설을 통해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는 두바이로 자본이 유입되는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자국에 자산을 보유하는 것보다 두바이에 부동산을 매입해 두거나, 투자가치가 있는 회사를 소유할 수 있는 지주회사나 Treasury Center를 만들어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막대한 자금이 들어오는 창구가 필요하게 되었고, DIFC라는 금융경제자유지역이 자금의 흐름의 통로가 되었다. 

중동 대부분의 국가는 프랑스법이 이집트로 넘어가면서 샤리아 원칙이 가미된 대륙법계 시스템을 근간으로 한다. 그런데 DIFC는 영국 법제를 따르고 있으며, 법률 시스템이나 분쟁해결 수단 등이 모두 영국의 제도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 상식적으로는 영미법제가 중동지역에 통용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도, DIFC는 연일 그 가치를 높여가고 있으며 중동국가들의 뉴욕, 런던, 싱가폴, 홍콩 같은 금융허브로 생각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이는 아마도 DIFC에서의 중재결정이나 판결이 중동국가에서 집행되는 것이 조금 더 쉽기 때문으로 보인다. 

DIFC는 두바이 법원과는 다른 독립된 법원을 가지고 있는데, 두바이 국왕이 이를 지원하는 방식은 매우 획기적이다. 국왕 세이크 모하메드는 전혀 다른 법제인 DIFC 법원에서의 판결을 두바이 내에서 강제집행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GCC convention이라는 지역협약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중동에서의 공정하고 신속한 판결’이면서 ‘국가 간 집행가능성이 가장 높은 판결’이라는 이미지로 홍보하고 있다. 그간 외국기업들은 법률적 예측 가능성이 낮은 현지 법원에서 모든 문서를 아랍어로 작성해야 하는 이중고를 해결하기 위해 아랍 변호사들을 전적으로 의지해야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quality control이 쉽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었는데, DIFC court라는 영어로 소송과 중재를 할 수 있는 분쟁해결기구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DIFC court / Arbitration center에서 처리하는 사건의 수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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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두바이 지점을 설립하면서 얻은 가장 소중했던 경험은, 중동의 색채를 가장 강하게 띄고 있는 Rulers Court(산하 Legal Affair Department)에서 설립 허가를 받은 후 DIFC라는 가장 선진화된 당국에 등록을 해야 하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상반된 시간이었다. 설립 허가를 받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어느 국가든 그렇겠지만 현지 인맥과 시간이 필요하다. 설립 허가를 받고 나서 DIFC에 등록하는 과정에서는, 현지 인맥을 이용하면 절차와 상관없이 등록절차도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내게 DIFC 등록을 위한 절차는 선진 시스템의 극단을 보여 주었다. 등록을 위해 DFSA 당국과 인터뷰를 하면서, 준비가 부족했던 스스로가 조금 부끄러웠다. 신청, 심사, 비용지불, 서류제출 등 모든 절차가 시스템을 통해 관리되고, 메일이나 특정 요청에 대한 회신도 아주 빠르다. DIFC 산하 금융감독원(DFSA)에서 요구하는 높은 준법수준에 깜짝 놀랐다. 

법령이 잘 정비되어 있고, 행정공무원의 재량을 최소화 하였으며, 업무 처리 방식에서도 영국인들이 ‘마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귀한 로컬(에미레이트인, 외국인 거주 비중이 90%에 육박하다 보니 현지인을 ‘로컬’이라고 부른다.) 상사 밑에서 영국인 실무자가 실무를 보고 있으니 영국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고, 특히 뇌물 등 부패방지 및 자금세탁방지 규정이나 실무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중동아프리카에서 6년째를 보내고 있다. 처음 중동으로 나올 때 많은 분들께서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칭찬과 염려를 동시에 보내 주셨지만 필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3년만 버틸 수 있다면 승산이 있고,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LG전자라는 친정어머니의 보살핌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반을 5년 동안 닦았다. 준비하는 과정은 매우 힘든 시기였지만, 필자가 선택한 길이 달랐던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와 보지 않았거나 와서 보기는 했지만 간과한 것을 선택해서 나의 길로 만들었다는 것이고, 혹 가능성은 발견했지만 새로운 도전에 위험부담을 느끼고 피했던 분들과는 달리 용기를 내어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후배들 입장에서는 필자가 가졌던 것과 같은 기회가 이제는 없다고 호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회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니, 새로운 세상과 기회를 보도록 노력하고, 그 기회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치밀한 노력과 인내의 시간을 즐기며, 결정적인 순간에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승부사 기질을 가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제 필자는 5년 여의 중동아프리카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과 교민들에게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지법에 대한 경험과 자료를 집적하여 중동 최초의 한국 로펌이 한국기업과 재외한국인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것이다. 

한국 법조계도 변화하고 있다. 대형 로펌들도 세계화와 개방화의 물결에 편승하기 시작했다.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한국 로펌들이 더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고, 청년변호사들도 조금 더 진취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했으면 한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공생할 수 있는 큰 판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중동아프리카로 오시는 분들에게는 필자가 도울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2015. 4. 15.


수정됨_서울변협 방문 사진.jpg

 
김현종 변호사 
사법시험 제47회(연수원 3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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