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터뷰는 지극히 사적인 범주의 분들을 모시게 되었다. 아침 라디오 방송인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하면서 알게 된 두 분의 방송작가이다. 방송작가, 학창 시절 로맨티스트의 감성이 남아있을 때 동경해 본 직업이기도 하다. 2개월 조금 넘게 매주 월요일 아침에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두 작가의 삶을 인터뷰해 보고 싶었다. 권진숙 작가는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등을 거쳐 현재 작가생활 14년차이고 심연주 작가는 '김현정의 뉴스쇼' 등을 거쳐 현재 11년차 작가로 시사관련 베테랑 작가들이다.(이하 권진숙 작가는 '권'으로, 심연주 작가는 '심'으로 약칭한다).
권진숙 작가 photo by 장량재
심연주 작가
임: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인터뷰를 하는 입장에서 '당하는 입장'이 되니 어떤가요?
심: 언니(권진숙 작가를 칭함)가 다 할 거예요, 언니 '말빨'이 좋아요.
권: 심작은 인터뷰 들어오면 입을 다물 거예요. 그렇지?
[심은 입을 꾹 다문다]
임: 사실 두 분께서 이번 주까지 '전망대('한수진의 SBS전망대'를 지칭)' 작가로 근무하시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제가 인터뷰를 부탁드린 거예요. 특별히 같이 그만두시는 이유가 있나요?
심: '번 아웃'입니다. 이제는 사건, 사고가 나기를 기다리는, 바라는 것도 좀 힘들구요.
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휴식이 갈급하죠. 정말이지 이제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서요.
아이템 선정은 어떻게 하는가?
임: 아침방송이 아무래도 힘들죠? 아이템 선정도 아침방송이기 때문에 더 힘든 면이 있나요?
권: 일단 아침방송은 24시간 뉴스를 살펴야 해요. 정말이지 24시간 뉴스 바뀌는 걸 체크해야 되거든요.
심: 그 전날 잡아 둔 아이템이 갑자기 바뀌기도 하거든요. 스마트폰을 24시간 들고 있어야 해요. 뉴스도 체크하고… 음… 족쇄기도 하구요.
권: 보통 아이템 선정은 전날 방송을 마치고 하게 돼요. 그래서 일단 오후까지 변동이 없으면 내일 오전 방송은 픽스된 아이템으로 가는 거죠.
심: 그런데 밤 사이 바뀌는 경우가 있어요.
임: 맞아요. 오늘 아침도 어제 제가 심 작가님하고 통화할 때는 경찰이 세월호 추모 집회에 지나치게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게 주제였는데, 자고 나니까 태극기 태운 거로 바뀌었어요.
심: 그러니까요. 그렇게 바뀌는 거예요. 오늘 방송한 거는 그래서 다음 탑에 오르지 못할 거예요. (웃음)
임: 벌써 지난 이슈가 된 거군요.
권: 그런 셈이죠…
임: 아이템 선정은 어떻게 하게 되나요?
심: 오전 방송 끝나고 신문지 뭉치를 들고 팀이 다 같이 브레인스토밍을 해요.
권: 그때 대강의 아이템들을 잡죠. 나는 이게 좋아 보인다, 이건 어떤가 뭐 그렇게 회의를 하면서 아이템을 선정하고, 인터뷰를 통해서 진행이 이루어지기에 관련 인터뷰 대상자를 섭외하는 거죠.
임: 의견이 안 맞는 경우들도 있나요?
심: 딱히 그런 일은 없었어요. 전망대 팀은 손발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물론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나중에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는 아이템이라면 의견 차이가 생길 때도 있지만, 계속 얘기하면서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것 같아요.
권: 드라마에 나오듯이 작가하고 피디하고 원고 던지면서 싸우는 일은 없어요.
임: 그럼 볼 만할 텐데, 그렇지는 않군요.
임: 얘기 나온 김에 방송사고라고 해야 할까요? ‘정말 이런 경우도 있었다’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심: 어디어디… 정치인 얘기가 될 것 같아요. A씨.
권: 아 A씨. 이분 자존심이 엄청 센 분이세요. 그런데 이분 인터뷰가 관련 내용에 대한 다른 분의 인터뷰가 나간 다음이었던 거예요. 후순위였던 거죠. 앞분 인터뷰 끝날 때 쯤 전화를 드렸어요.
심: 그럼 아무래도 앞 사람 얘기하는 걸 듣게 되죠.
권: 예, 그런데 들으면서 자기가 인터뷰 순위가 더 뒤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자존심 상했는지 그냥 전화를 끊어 버린 거예요.
임: 생방송이잖아요.
심: 완전 멘붕이 오죠.
권: 예, 하늘이 노래지는 거죠. 얼른 다시 전화를 걸었어요. 안 받아요. 다시 걸었어요. 받기는 받더군요. 그러더니 하는 말이, “아니 권 작가 내가 저 사람 뒤에 인터뷰할 군번은 아니잖아. 안 그래요?” 어쩌겠어요. 한 번만 좀 봐 달라고 싸바싸바 하면서 인터뷰는 진행했어요.
심: 그런데, 인터뷰할 때는 그런 티 전혀 안 나는 거 있죠.
임: 오. 놀랍군요. 동요 없이 인터뷰?
권: 그 분은 인터뷰 즐겨요.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오면 자기를 상대하려면 그 정도 질문은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에요.
임: 급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신 A씨… 예능에서도 보통이 아니시더니… 역시 (웃음)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임: 급식 얘기 나왔으니까, 얼마 전에 인터뷰 내용 중에 경남 도의회에 계신 여자 의원님이 학부모에게 보낸 문자 때문에 문제된 적 한 번 있었잖아요? 그때 인터뷰 준비하면서…
권: 인터뷰 질문 이렇게 길어지면 안 돼요. (웃음)
임: 네, 인터뷰 대상자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럴 때 어떻게 해요?
심: 인터뷰 질문이 이렇게 추상적이어서도 안 돼요. (웃음)
임: 제가 초보라서. 제대로 질문 드릴게요. 인터뷰 대상자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질문자의 입장에서.
권: 미울 때도 있죠. 근데 그런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돼요. 들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 차장님(한수진 진행자를 지칭)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요. 어떤 사건의 피해자와 인터뷰를 하는 경우에는 공감까지는 가능해요. 그런데 싫다거나 납득하지 못한다는 감정을 드러낼 수는 없습니다.
심: 네, 그러면 안 되죠. 대신 질문을 날카롭게 할 수밖에 없어요.
임: 미워서요?
권: 아뇨 아뇨. 감정은 배제하고. 사실 저희가 정말 듣고 싶은 건 인터뷰 대상자의 속마음이거든요. 우리한테 ‘밉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혹은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를 한다’가 아니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럼 질문이 날카로워지죠. 속마음이 알고 싶으니까요.
심: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나 주장이라도 솔직하게 오픈하는 사람이 우리는 더 좋아요.
임: 그럼 지난 번 그 도의원, 학부형에게 거의 막말 수준의 문자를 날린 그분은 오히려 인터뷰 대상자로서는 좋은 분이셨네요?
심: 시원하게 속마음을 보여 주시잖아요.
권: 네, 그렇게 솔직하게 의견을 주시는 게 제일 좋아요.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도 좋구요.
임: 그럼 나온 김에 인터뷰 대상자가 많잖아요, 특별히 직업군별로 특징들이 있나요.
심: 직업군으로 나누기는 힘들 것 같아요.
권: 네, 직업군이라도 워낙 다양해서 직업에 따른 특징이 있지는 않아요.
임: 그렇다면 특정 부류별?
권: 음, 이렇게 말씀드리면 편할 것 같아요, 일반인, 전문직 종사자, 정치인.
임: 정치인은 하나의 부류로 분류되는군요. (웃음)
심: 정치인은 그럴 수밖에 없어요. 아무래도 대중을 상대하니 언변이 좋아요. 쉽게 설득력있게 말씀을 하죠.
권: 그리고 특별히 어떤 비판이 무서워서 포장을 하지는 않아요. 자기 주관을 확실하게 말씀하시니까 좋죠.
임: 그럼 나머지 두 부류는요?
권: 일단 일반인 같은 경우에는 감정을 가감없이 말씀해 주시는 편이라 좋아요. 간혹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어려울 수 있는데, 그때는 저희가 질문을 쪼개면 잘 넘어갈 수 있어요.
임: 전문직이 문제일 걸로 보이네요. (웃음)
심: 눈치를 채신 건가요? 아무래도 설명을 많이 필요로 하다 보니까 장황하거나 지루해질 수가 있어요. 물론 쉽게 잘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변호사님 직전에 "법은 이렇습니다" 코너를 진행하신 변호사님도 정말 쉽게, 대다수의 청취자가 '아하!' 하게 만들죠.
임: 아 전 아니군요..
권: 샘나세요? 그분은 방송 경력도 상당하신 분이에요. 그런데 변호사님도 전문가로서의 욕심을 버리면 되요. 욕심이라는 게 얘기를 무겁게 만든답니다.
심: 임 변호사님도 준비 많이 하신 날 오히려 내용이 귀에 안 들어와요. 저하고 일요일에 이슈 관련 얘기하실 때가 더 귀에 잘 들어오구요. 백지에 써내려가는 기분으로.
권: 교수님들 중에 10분짜리 인터뷰에 기-승-전-결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심: 방송사고에 가까운….
임: 욕심을 버려라. 또 조언해 주실 팁이 있나요?
심: 어려운 전문용어 가급적 쓰지 마셔야 됩니다. 법조계에서 쓰는 ‘의율’이라는 단어도 그렇고, 법 이름을 짧게 해서 부르는 것도 그렇구요. '폭처법', '자배법' 모르는 사람 많아요.
권: 그리고 라디오는 매체 특성상 청취자들이 라디오에만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아셔야 돼요. 운전을 하거나, 아침 설거지를 하거나, 옷을 입으면서 듣는 게 라디오거든요. 그래서 방송에 '말맛'이 있어야 해요.
임: '말맛'이라…
심: 예, 우리 사이에서는 '말맛'이라고 해요. 같은 얘기를 해도 더 귀에 박히는 분들이 있거든요.
권: 그래서 제3자적으로 말하는 거, 어디서 들은 것을 다시 전달하는 어투로 말하는 것은 애초에 저희도 쓰지 못하게 훈련을 받아요. 저도 처음 시작할 때 사수 작가님이 절대로 '~했다고 합니다', '~한 것 같습니다' 같은 말은 못 쓰게 했어요.
임: 제가 오늘 제 인터뷰 전문 다시 보니까, "같습니다"는 넘쳐나던데요…
심: 그게 다 몸 사려서 그런 거예요. 너무 조심하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조심하면 말맛이 없어져요. 객관적으로 들리기보다 오히려 답답한 느낌을 줄 수가 있어요.
권: 너무 기죽이지마…(웃음)
방송작가, 생각치 못한 고충이 있었다
임: 말맛도 사실 내용이 없으면 빈 소리나 다름없잖아요. 그 내용이라는 게 어떻게 채워져야 하는지도 궁금해요. 인터뷰 대상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내용을 준비하는 게 제일 좋을까요?
심: 이 질문도 어려운 질문이에요. (웃음)
권: "누구를 앞에다 두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죠?
임: 예. 제 질문이 장황해서 헛도는군요. 아 증인신문할 때는 이러지 않는데…
심: 사실 저희 같은 작가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이에요. 어떻게 쉽게, 정확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 결국 '일반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권: 맞아요. 가장 보편적인 기준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하는 겁니다.
심: 제가 일요일 저녁에 변호사님께 드리는 질문지를 보시면 아실 거예요. 전문적인 대답도 중요하지만, 질문의 수준에 맞는 답이 더 중요해요. 청취자에 대한 배려죠.
권: 우주의 얕은 지식. 이 광고카피. 이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임: 우주의 얕은 지식. 저희 직종도… 방송도?
심: 예, 많은 것을 조금씩 조금씩 전반적으로 알려주고 이야기하는 게 저희가 추구하는 거예요.
권: 그런데 그래서 더 힘들어지기도 해요.
임: 그래서 더 힘들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권: 정말 많은 것을 다루고,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해왔는데, 머릿속에서 다 날아간 것 같은 느낌. 어떤 전문성이라는 것이 갖추어지지 않고 그냥 휘발되었다는 느낌이죠.
임: 그건 아마 변호사도 마찬가지일 거 같아요. 어떤 사건을 맡으면 그거 공부는 많이 하는데, 지나고 나면 휘리릭.
심: 저희는 그것이 매일 반복되죠.
임: 음… 아뿔사… 매일매일… 그래도 매일매일이면 어떤 흐름이라는 것은 있지 않나요?
권: 그런데 그것이 피로감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저는 정치 쪽을 많이 다루는데, 어떨 땐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으니…
임: 심 작가님은요?
심: 전 정치 쪽보다는 사건 사고와 관련된 쪽을 더 많이 다루는데, 사람이 무디어진다는 것이 힘들게 다가와요. 그래서 좀 쉬기로 한 것이기도 하구요.
임: 무디어진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뜻인가요?
심: 솔직히 임 변호사님도 이제 주말 되면 월요일 방송을 위한 사건이 터지기를 바라죠?
임: 일요일에 같이 통화할 때 제 목소리가 증명하죠. 이슈 있으면 좋아하고 없으면 주눅들고.
심: 그게 반복되면, 나중엔 사건이 터지길 기다려요. 그런 모습이 싫죠. 또 하나는 사건 사고를 많이 다루니까 점점 더 자극적인 걸 찾는다는 거예요. 그게 바로 무디어진다는 거죠.
권: 맞아요. 무디어지는 것, 쉽게 감동하지 못한다는 거. 방송작가의 큰 어려움이기도 해요.
임: 생각지 못했던 얘기군요. 저는 언제나 이슈들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늘 다이내믹할 거라 생각했어요.
심: 늘 다이내믹하니 생기는 문제인 건지도 몰라요. 이슈가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법조계 이슈, 사법불신이 존재하는가?
임: 조심스러운 질문이기는 한데요, 이슈 얘기가 나와서 말입니다. 두 분께서 오랫동안 시사 쪽을 하셨고 특히 일반 대중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려고 노력하시니까 꼭 물어 보고 싶어요. '사법불신' 어떤가요?
심: 어떤가요. 이렇게 물어 보면 인터뷰 대상자가 답을 못 해요. 삐익~.
(다 같이 웃음)
권: 한 번 질문들을 쪼개 보세요.
임: 너무 초보 티를 냈나요? 다시 질문드릴게요. 최근 판결 중에서 "정말 이건 납득하지 못하겠다" 이런 판결 있었나요?
심: 있죠. 많아요. 예로 대법원에서 40대 남성이 여중생을 임신시키고 데리고 살았던 사건, 이걸 두고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라고 하면서 '무죄' 취지로 판결한 사건 있었잖아요. 전 그거 보면서 솔직히 피가 거꾸로 돌았어요.
권: 저두요. 그리고 벤츠 여검사 사건도 정말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었어요.
임: 그 판결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납득이 가기 힘들었나요.
심: 1심, 2심에서 모두 유죄에 징역형이 선고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건 사건의 본질상 유죄인 거예요. 40대 남성이 중학생 여자애를 거의 가두다시피 하고 살면서 임신까지 시켜 버렸는데 이 여자애한테 형성된 인식이 정상적일 수 있겠어요?
권: 예, 그런데 대법원이 그런 것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게 이해되지 않는 거죠. 다시 심리가 진행되면서 그 여자애가 겪은 일들이, 어떤 감정이 형성되었는지 다시 나오고 있잖아요.
심: 그 여중생, '돈 없고 백 없는' 집안이에요. 기초수급자 수준일 거예요. 지금은 여자로 보이는 게 싫어서 머리도 짧게 하고 다닌대요. 정말 너무 안됐어요.
임: 그러게요. 벤츠 여검사 건도 정말.
권: 그것도 정말 국민의 상식과 너무도 먼 얘기예요. '사랑의 정표'. 이거 유행어 됐잖아요.
임: 그렇다면 이런 판결들을 보면서 사법불신이라는 것은 어떻게 연결이 될까요?
심: 사법불신, 이런 판결들을 보면 피부로 느껴지는 거예요. 벤츠 건도 그렇고. 보시면, 법원을 거쳐서 여중생은 더 불쌍해졌고, 법원을 거쳐서 벤츠를 받은 여검사는 무죄가 됐어요. 비싼 백에 벤츠도 받고서도요… 사법불신이 실재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거죠.
권: 다른 예도 많아요. 방송을 하면서 다루었던 것들도 보면 더더욱 그렇죠. 힘없는 노동자는 생계를 볼모로 파업을 하면 잡혀가요. 그런데 쪼개기 계약 등으로 노동자를 불법 고용하는 회사는 여전히 잘 굴러가요. 이런 사건들 다루면 늘 마음이 답답하죠.
임: 무거운 결론이네요. 방법이 있을까요? 법원이 소통을 한다면서 대국민 행사 같은 거 많이 하거든요. 전시회, 음악회, 간담회 등등.
심: 법원은 판단을 잘 하는 게 소통이겠죠. 그런 식으로 돈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권: 그런 것도 하나요? 사법불신은 판결로 풀어야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바로 사법불신의 해법인 것 같아요.
심: 네 약자가 약자라는 것이 확인되는 게 아니라, 약자이기 때문에 법에 의한 보호가 이루어지는 것이 확인되면 그 불신도 가실 것 같아요.
임: 법원은 판결로 소통하는 곳이다.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면 국민의 불신도 풀린다. 의미있는 얘기군요.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을 두려워 말아 주세요
임: 변호사회보에 실리는 인터뷰인데, 혹시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심: 여중생 사건 때 담당변호사님께 인터뷰를 부탁드린 적이 있어요. 판결 전엔 인터뷰를 안 한다고 하셔서 내심 쌀쌀맞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대법원의 무죄 판결 이후 인터뷰를 하시는데, 그때 하신 얘기들이 가슴에 많이 남아요. 대법원이 기록만 보고 판단한다는 것, 그 기록만 보고 1, 2심의 결론을,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뒤집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죠.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 판결인 거죠.
권: 예, 바로 그거예요. 약자의 편에 설 줄 아는 것. 요즘은 약자의 편에 서면 같이 가난해지는 세상이 되고 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부자만 남게 될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임: 같이 만들어가는 세상을 위해서는…
권: 예, 유쾌하게 약자의 편에 설 줄도 알아야 된다는 것이죠.
심: 네, 그래야 계속 좋아질 수 있죠. 제대로 된 판결과 결정으로 사법불신도 사라지고….
권: 사실 법대로 해라가 소시민들에게는 후덜덜한 느낌을 주는 것이지만, 고위층에게는 희한하게 빠져나가는 구실을 만들어 주는 도구가 돼요. 아니 그렇게 느껴지는 게, 그런 느낌이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느껴지는 우리 법현실인 것 같아요.
심: 법대로 해라… 이 말이 '정의'를 따르는 말이 되는 사회가 되면 좋죠.
권: 저희가 너무 부정적으로 느끼나요?
임: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권: 시사 쪽 10년 하면 이런 부작용이 생기기는 해요. (웃음)
심: 그래서 이제 쉴 때라는 거죠.
임: 오늘 시간 내 주신 두 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심 작가님 여행 잘 다녀오시구요. 권 작가님, 이것 저것 (구체적으로 싣지 않기로 약속함) 구상하시는 것 잘 되길 바라겠습니다.
11년간 방송작가로 생활한 심연주 작가는 첫 유럽 여행을 떠난다. 이국만리에서 그 동안 소진된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 본다. 14년이라는 세월 동안 프리랜서(모든 방송작가는 프리랜서라고 보면 된다)로 생활한 권 작가는 다시 프리랜서의 삶을 이어가겠지만, 지난 14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두 작가가 휴식을 마치고 가까운 미래에 청취자들에게 다시 의욕과 생기가 넘치는 방송을 선사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