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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od Life,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

 어느새부턴가 책 읽기를 멀리 해 왔습니다. 각종 서면과 증거 등 주로 활자로 된 매체를 접하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쉬는 시간만큼은 활자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러한 허울 좋은 핑계를 뒤로 하고 최근 들어서는 다시 독서량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삭막한 기록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글의 맛과 향기를 느끼고 싶기도 했고, 마음을 따스하게 해 주는 글을 읽고 싶어서 그러한 탓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2024년 들어 처음으로 뽑아든 책이 바로 『The Good Life,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였습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정신과 교수이자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의 4번째 총책임자로 약 20년간 행복에 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로버트 윌딩거가 쓴 책입니다. 먼저 이 책이 눈길을 끈 이유는 행복의 비결을 찾기 위한 연구방법론적 특수성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은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 사람의 생애를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한 ‘종단 연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수백 명의 연구대상에게 주기적, 지속적으로 접촉하여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기나긴 삶의 여정을 추적하였습니다.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는 최초 참가자 724명을 시작으로 현재는 그 후손까지 포함해 1,300명에 이르는 사람의 생애를 추적 관찰하고 있습니다.

 연구대상인 사람들이 처한 환경은 각양각색으로 다양하였고, 소속된 집단과 계층도 서로 달랐으며, 인생의 항로도 저마다 달랐습니다.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는 연구대상들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 주는 비결’이 있다면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찾아 나선 연구입니다.

 100년 가까이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100년 이상 이어질 수 있는 그 연구의 결론은 어떻게 보면 누구나 다 알 법한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됩니다. ‘좋은 관계는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직업적 성취나 운동, 건강한 식단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광범위한 중요성을 증명한 한 가지 요소는 바로 ‘좋은 관계’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결론이어서 다소 싱겁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진가는 그러한 결론을 뒷받침할 만한 다양한 실제 사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드러납니다. 비슷한 시기에, 그러나 다른 생활 환경과 다른 성품을 지니고 인생을 살아온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어떠한 요소 덕분에 그러한 삶을 살 수 있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떠한 요소 때문에 행복한 삶에 이르지 못했는지 이 책은 냉철하게 분석합니다. 하나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비슷한 시기에 보스턴에서 태어나 똑같이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고등학교 교사와 변호사의 삶을 비교한 부분인데, 애석하게도 이 케이스에서는 변호사로 살았던 사람이 비교적 덜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평가되었습니다. 관계맺음에 얼마나 가치를 부여하였는지, 가족과의 관계가 얼마나 든든한 울타리로 작용하였는지가 두 사람의 행복도에 큰 차이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 밖에도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대상인 가족, 직장, 친구와의 건강한 관계 설정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팁을 제공합니다. 다만 저는 이러한 세세한 팁 하나하나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가까운 사람들과의 건강한 관계맺음을 통해 안정을 찾고 행복감을 느끼는 보편적인 모습에서 많은 위안을 얻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은 이 책이 던지는 최고의 질문으로 “지치고 힘들 때 손을 잡아 줄 사람이 있는가?”를 꼽았습니다. 무언가 마음이 헛헛하고 허전한 기분이 들 때,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실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조성우 변호사
●법무법인 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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