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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절차에 있어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

 저는 10여 년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경찰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30대 중반에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제 나이가 이미 불혹을 넘어섰고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변호사로서 일을 한 시간도 어느덧 10여 년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경찰 공무원일 때에는 수사관으로서, 또 승진한 이후에는 팀장, 계장으로 근무하면서 수사업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였고, 변호사가 된 이후에는 이 같은 경찰 경력으로 인해 주로 형사사건, 특히나 수사 대응 업무에 많은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전체 소송절차에서 수사절차만큼이나 역동적이고, 불확실성과 변동 가능성이 크며, 시의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단계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수사 단계에서는 상반되는 주장 속에서 여러 증거자료를 토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정하여야 하며, 확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범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법적인 판단이 또다시 요구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사는 고소나 고발 등에 의해 시작되기도 하고,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의 첩보 등 인지라는 절차를 통해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변호사는 고소대리인으로서 고소나 진정사건을 대리하기도 하고, 반대로 피고소 사건의 변호인으로서 변론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중 특히 수사절차에서, 제가 경험한 사건들을 토대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간략히 적어보고자 합니다.

 첫째,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실제 수사 과정에서 수사관이든, 고소인이든, 피고소인이든 구체적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확인하는 것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고소를 하게 된 경우라면, 어떤 경위나 과정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었고, 그 피해의 정도나 금액 등이 얼마에 이르며,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명확히 하여야 합니다. 확인되지 않거나 입증이 어려운 여러 가지 고소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게 되면, 오히려 고소 사실 전체에 대해 신뢰하지 않게 되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지난 연말에 성추행 혐의사실로 고소를 당한 의뢰인(피고소인)을 변호하게 되었습니다. 고소인은 피고소인과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되었고 피고소인의 차 안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던 중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하였습니다. 고소인은 차 안에서 일어난 일들 가운데 일부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며, 일부는 단순 성추행이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억울하다고 하였습니다. 고소인과 데이트를 하면서 서로 호감을 느꼈고 고소인의 동의를 얻어 포옹을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뺨 등에 약간의 접촉이 있었을 수는 있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본인은 고소인의 상급자도 아니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의뢰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카카오톡 대화내역, 신용카드 결제 영수증, 고소인이 의뢰인에게 건넸던 편지(카드) 등의 자료를 정리하여 수사관에게 제출하였습니다. 차 안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행동에 대해 위력에 의한 성추행과 단순 성추행으로 나누어 주장하는 것에도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결국 수사관은 확인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성추행 혐의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둘째,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 엄격한 법리 검토가 필요합니다.

 최근, 기업 간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영업비밀 유출이나 침해 이슈가 종종 생기고 있습니다. 3여 년 전부터 어느 영업비밀 유출 사건을 담당했습니다.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유출된 자료들이 영업비밀이어야 합니다. 즉, 해당 자료가 공개되어 있지 않아야 하고, 비밀로 관리되어야 하고, 경제적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고 나아가 유출 등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없어야 합니다.

 2020. 9. 특허청에서 영업비밀 침해 사건의 형사 1심 무죄율은 5년 평균 24.1%에 달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는데, 이러한 분석은 엄격한 법리 검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의해 수사(압수수색 등)가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관련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합니다.

 혐의사실 관련 증거자료들은 임의제출이나, 혹은 압수수색 등을 통해서 수사절차에 등장하게 됩니다. 본인의 자발적 의사로 제출하는 것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강제수사인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엄정한 잣대로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에 기재되어 있는 범죄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과 인적 관련성이 있는 자료에 한해 압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3489 판결 등).

 주로 스마트폰이나 PC 등에 저장되어 있는 전자정보가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는데,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가 혼재되어 있고 양 자체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현장에서 USB나 외장하드 하나에 담긴 전자정보를 출력하면 1톤 트럭에 수 십대 분량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종종 오고 갑니다) 이 같은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맡았던 마약 사건에서, 앞서 언급한 절차와 방식을 위반하여 압수수색이 이뤄졌습니다.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하였고 인용 결정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해당 자료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자료이므로 수사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경찰 수사관으로, 또 형사사건의 변호사로서 수사 대응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몇 가지 생각들을 두서없이 기재하였습니다. 고소인이든, 피고소인이든, 피의자이든 간에 억울함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우국창 변호사
●법무법인 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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