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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함께한 38년의 여정, ‘와인 오디세이아’ - ㈜까브드뱅 유안근 회장 인터뷰

Q. <기획 _ 문화> 코너 인터뷰에 응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선 회장님에 대한 간단한 약력 등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1976년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영어 전공)하고 1977년 대한해운공사에 입사하여 1982년 7월부터 1985년 8월까지 대한선주 미국 San Francisco 지점에 지점장 직무대행으로 근무하였습니다. 위 회사를 사직한 후 와인사업을 하기 위해 1986년 7월 대유인터내셔날을 설립하여 주류 관련 OFFER업 및 일반무역상업을 하다가 1987년 10월 ㈜대유수입상사 (수입 주류업)를 설립하여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하였고 1994년 9월에는 ㈜까브드뱅을 설립하여 현재 대표이사 회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1년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AMP 24기를 수료하였습니다.


Q. 회장님께서 프랑스 3개 지역으로부터 와인 관련 기사단 작위를 받으셨는데 언제 어느 지역으로부터 받으셨고 위 기사 작위는 어떤 분에게 수여가 되는가요?

 저는 2001년 보르도 메독의 Commandrie(꼬망드리) 기사단 작위를, 2003년 보르도 생테밀리옹의 Jurade(쥐라드) 기사단 작위를, 2008년 부르고뉴의 Chevaliers du Tastevin(슈발리에 뒤 따스트뱅) 기사단 작위를 각 받았습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위 3개의 기사단 작위를 모두 받아서 소위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습니다. 프랑스의 오래된 유명 와인 산지의 생산자들이 와인 문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유명인(정치인, 배우, 가수, 화가, 와인 사업가 등)에게 일종의 와인 명예 홍보대사 개념으로 위 기사단 작위를 수여하는데, 저와 같이 위 3개의 기사단 작위를 모두 받은 한국인은 2분 정도 더 계시고 기사단 작위를 한 개라도 받은 한국인은 현재 약 60여 분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위 3개 지역에서 와인 행사를 할 경우 기사단 작위를 가진 분들을 우선적으로 초청하며, 와인애호가나 와인 산업 종사자 입장에서는 위 기사단 작위를 받는 것이 최고의 영예입니다.


Q. 회장님께서는 처음 와인 관련 사업을 언제, 어떤 경위로 시작하셨나요?

 대한선주 미국 San Francisco 현지법인 책임자로 근무하던 시절에 캘리포니아 와인이 일본과 홍콩으로 수출되는 것을 보면서, 향후 한국도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와인에 대한 수입 금지가 풀린다면 와인이 전망 좋은 사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주말에 현지 와이너리를 방문하였는데 그때마다 어릴 적 경남 산청에서 저의 선친이 경영하시던 막걸리 양조장에서 느꼈던 양조장 특유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 한국의 막대한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로 인하여 “미국 통상법 301조”, 소위 “슈퍼 301조”로 미국이 한국에 국내 수입시장 개방을 요구하게 되어 그 첫 일환으로 1987년 10월 와인 수입 시장 자유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대유수입상사를 창업하여 국내 처음으로 와인을 수입하였고, 이어 2단계인 위스키 수입 자유화 조치로 1988년 7월 커티샥을 수입하기 시작하여 1994년 4월까지 경영하다가, 1994년 9월 와인 관련 사업에만 전념하겠다는 일념으로 “와인 양조장”이란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인 “Cave de Vin”을 상호로 하여 ㈜까브드뱅을 설립하였습니다.


Q. 현재 ㈜까브드뱅이 주로 수입하여 판매하는 와인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고 와인별로 어느 나라로부터 어떤 운송수단으로 수입하시는지요?

 ㈜까브드뱅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주요 와인 생산국 9개국 소재 유명 와인 산지에서 엄선한 67개 와인 생산자로부터 약 900여 종류의 와인을 수입하고 있는데 지금도 직원들과 함께 수시로 와인 생산 현지를 방문하여 새로운 와인 생산자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와인으로는 프랑스 샴페인 Charles Heid sieck(찰스 하이직, 브랜드명이고 이하 같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Domaine LEROY(도멘 르로아), 포르투갈 포트 Graham’s(그라함), 캘리포니아 Ridge(릿지), 칠레 Emiliana(에밀리아나) 등이 있고 주로 각 와인 유명산지의 고급 와인 위주로 수입하고 있습니다.

 와인은 운송비 문제로 대부분 선박으로 수입하나, 프랑스 부르고뉴의 보졸레(Beaujolais) 지방 가메이(Gamey) 품종으로 생산된 매년 11월 셋째 주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 누보 와인으로서 그 해 수확한 포도로 양조하여 처음 마시는 햇 와인)를 수입하거나 매우 희귀하게 소량 생산되는 와인을 수입할 때에는 운송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로 수입합니다. 그 외 와인은 당사의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섭씨 약 13 ~ 16도가 항시 유지되는 냉장컨테이너(Tem perature control container) 또는 일정한 온도 유지가 가능한 단열체(Insulation kit)가 장착되어 있는 컨테이너로 운송합니다.


Q. 와인에 대하여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좋은 와인을 고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특히 와인을 구매하기 전에 그 보관 상태가 좋은지 여부를 확인하는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가요?

 좋은 와인을 고르기 위해서는 우선 와인을 마시는 목적이 명확해야 합니다. 어떤 음식과 페어링할지, 어떤 사람과 어느 날에 마실지, 또한 와인 구입을 위한 예산과 취향도 고려한다면 좋은 와인을 고르는 데 보다 큰 도움이 됩니다. 와인은 주류 특성상 개방하여 시음한 후 구매할 수는 없으므로 개봉 전 상태에서 와인이 호일 밖으로 흘러내린 흔적이 있는지(보관 또는 운송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와인 입구에 마개가 있음에도 누주가 생길 수 있고 이런 와인은 이미 상태가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구매하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및 스크류 캡이 돌아가는지 (병마개 개봉 전에 병 상부를 돌려보아서 돌아가면 이미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누주와 동시에 율러지(Ullage), 즉 병에서의 액체 손실을 확인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와인이 오래될수록 병에서도 소량 증발하지만 어린 와인의 경우 누주가 된 것 같지만 흔적이 없어 의심이 된다면 병목에서 율러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어린 와인의 경우 율러지가 와인병 어깨 부분까지 내려온 경우 누주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와인은 보관 시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하여 섭씨 13도 ~ 16도가 항상 유지되는 환경이 조성된 와인셀러에 보관하되 직사광선을 반드시 피하여 보관하여야 합니다. 햇빛이 잘 드는 아파트 베란다에 와인셀러를 두어서는 안 되고 와인셀러의 문도 투명유리보다는 틴트 처리된 특수유리로 된 것이 햇빛 등을 차단할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 습도 또한 중요한데 가능한 60% ~ 80%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건조하면 코르크가 말라 와인병 입구와 코르크 사이가 벌어질 수 있으며 공기 중 산소가 와인에 침투되면 와인 산화의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와인 구매 시 판매 장소가 위와 같은 적합한 환경을 구비하였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와인의 종류별로 식사 시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리는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요?

 일반적으로 붉은색을 띠는 고기 등 음식에는 레드 와인이, 흰색을 띠는 생선이나 닭고기 등 음식에는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리지만, 사람의 취향이 모두 다르므로 편견이나 선입견을 배제하고 다양하게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와인의 가장 큰 덕목은 다양성이라고 꼽고 싶습니다. 포도 품종별, 나라별, 지방별, 생산자별, 생산연도 등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을 나타내니까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와인에서 다름, 차이를 느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와인에 대하여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와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배우려면 어떤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가요?

 인터넷,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하거나 오프라인으로 와인 관련 강의를 하는 와인스쿨, 백화점 문화센터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와인에 관한 최소한의 지식을 습득하여 이를 스스로 응용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각종 백화점, 할인점의 유·무료 시음행사에 참여해 다양한 와인을 많이 음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와인 수입 및 판매 사업 외에 추가로 어떤 사업을 하시는지요? 와인을 마실 때 사용하는 유리잔도 수입 및 판매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주로 어느 나라로부터 어떤 종류의 유리잔을 수입하시는지요? 와인의 종류별로 그에 맞는 유리잔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좋은 와인을 즐기려면 거기에 부합하는 와인 도구(글라스, 와인 냉장고 등)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1986년 와인 액세서리 전문 수입사인 대유인터내셔널을 설립하였습니다. 그 후 상호가 대유라이프 (주)로 변경되었는데 위 회사에서 1996년부터 세계적인 명품 와인 글라스인 리델(Riedel)을 국내로 독점하여 수입하고 있고, 수제(Hand Made) 리델은 오스트리아로부터, 기계(Machine Made)로 만든 리델은 독일로부터 수입합니다.

 포도 품종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을 나타내는 와인은 그에 최적화된 글라스를 통하여 음용하는 것이 와인에 대한 예의이자 그 맛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입니다. 사람의 혀는 맛을 느끼는 부위가 각기 다른데, 와인별로 리델잔의 모양이 다른 것은 와인이 혀에 닿는 부분을 리델잔의 모양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리델잔은 와인 품종별로 많은 모양의 잔이 있습니다.


Q. 와인과 관련하여 회장님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이고 그 이유는 어떠한가요?

 제가 와인 사업을 하면서 지난 38년 동안 만난 인물 중 가장 존경하고 기억에 남는 인물은 이탈리아 북부 Barbaresco, Barolo(바르바레스코, 바롤로)에서 시작하여 중부 Super Tuscan(수퍼 투스칸)까지 와인 생산 지평을 넓혀, 프랑스 최고품질의 와인과 같은 반열로 끌어올린 이탈리아 와인 산업의 거장 안젤로 가야(Angelo Gaja)입니다. 그는 철저한 농군으로서 땅을 사랑하고 이탈리아 토착 품종으로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든 열정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눈빛을 마주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의 넘치는 카리스마,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행사에서 가족을 돕는 훈훈한 아버지의 모습 등을 기억합니다. 또한 그는 “위대한 와인은 자연의 산물인 포도 재배와 양조과정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Wine Maker의 헌신이 결합된 합작품”이라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몸소 실천한 인물입니다.


Q. 까브드뱅에서 와인을 수입할 때 그 종류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와인은 공산품이 아니라 농산물로서 새로운 와인을 수입하고자 할 때 국내에서 해당 와인이 장기적으로 선호될 것인지를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와인 생산자의 자세, 철학 등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와인도 결국 사람이 섭취하는 식품이기에 와인 생산자들의 성향이나 그들의 철학이 와인 메이킹에 반영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생각과 성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깊은 대화를 통해 어떤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지를 파악 후 선정합니다.


Q. 그동안 와인 사업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된 일은 무엇인가요?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대학교,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많은 강의를 하고, 신문ㆍ잡지 등에 글을 기고하여 거의 백지상태였던 국내 와인 문화의 창달과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점과, 국내 초기 호텔, 레스토랑의 와인 전문 종사자들을 교육한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와인이란 매개체를 통하여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 만남으로 많은 인생의 가르침을 얻었다는 것도 저의 큰 행복이었습니다.


Q. 현재 와인 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일본과 미국은 와인에 대하여 그 종류나 가격을 불문하고 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제를 채택하고 있음에 반하여, 한국은 와인의 용량과는 무관하게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생산 원가가 동일한 와인이라도 중급 이상 고급 와인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월등히 비싸게 수입가가 책정됩니다. 게다가 운송비 등 수입부대비용을 세금에 포함해 부과하여 수입 와인 구매자의 부담이 증가합니다. 현재 EU에서 한국에 대하여 와인 및 주류에 대한 세제를 종가세제가 아니라 종량세제로 변경하여 달라는 요구가 있는바, 조속히 종량세제로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국 소비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품질 좋은 와인들을 마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음주 문화도 와인 업계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입니다. 와인은 좋은 사람과의 좋은 자리를 한층 더 높여주는 음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술이 아니라 음식과 페어링이 됨으로써 자리를 함께하는 사람들과 보다 진솔하고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기 보다는 느림의 미학인 와인과 음식을 함께함으로써 음주 및 식문화를 바꿔가도록 한국 와인 업계 종사자분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Q. 와인을 즐겨 마시는 일반인들에게 조언하시고 싶은 말씀은 어떠한가요?

 우선 자신이 어떤 와인을 언제, 누구와, 어떤 음식과 함께 마셨고 그 당시 와인의 맛과 향이 어떠하였는지, 와인의 가격은 얼마였는지 등을 가능한 상세히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리 하게 되면 다음에 본인이 와인을 선택할 때 위 기록을 참고하여 좋은 와인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와인은 우리 고유의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 종류가 많고 생산지, 포도 품종, 생산자, 생산연도 등에 따라 맛과 향이 차이가 있으므로 이렇게 기록을 하면서 다양한 와인을 즐기는 시도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처음부터 비싼 와인을 마시기보다는 저가 와인으로 시작해 그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느끼고 서서히 올라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와인과 맛있는 와인이 가격대별로 셀 수 없이 존재하기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서서히 찾아가는 재미를 느끼시길 바랍니다.


Q. 회장님의 와인 등 사업 관련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요?

 와인 글라스의 모양(Shape)에 따라 같은 와인이라도 맛과 향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이러한 체험을 직접 할 수 있는 상시 체험장을 개설하여 와인 문화를 진일보 성숙시키는 데 노력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인터뷰/정리 : 황상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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