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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권 분야 전문가로서 변호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입니다” -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최재식 변호사 인터뷰

Q.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한국지식재산연구원 글로벌정책연구실 실장을 맡고 있는 최재식 변호사입니다.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 학사, 응용화학부 석사 그리고 화학생물공학부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근무하다가,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기로 변호사가 된 후 2012년부터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서 12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Q.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어떤 곳인지요?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발명진흥법 제51조에 근거를 두고 지식재산권 관련 국내외 분쟁에 대한 효율적 대응방안을 세우고 국내외 지식재산권 동향 분석과 신지식재산권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특허청을 주무기관으로 하는 공공기관입니다. 요컨대, 국내 유일의 지식재산 전문 연구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법제도연구실과 경제산업연구실 그리고 글로벌정책연구실과 함께 기획경영처를 두고 있습니다. 법제도연구실과 경제산업연구실이 하는 업무는 연구실 이름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기획조정실과 경영관리팀으로 구성된 기획경영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편, 글로벌정책연구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업무가 궁금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은 물론 기타 국가와 국제기구 등 전 세계 지식재산동향을 분석하여 배포하는 한편, 지식재산 관련 해외법령을 한국어로 소개하고 번역하여 제공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국제 조약 및 기구에 대한 소개 이외에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양자간 또는 다자간 협정을 체결하기 전 필요한 법률적인 조력을 제공하거나 WIPO(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등 국제기구에서 국익에 부합하는 협상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대응전략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외 개별 국가의 지식재산전략 수립에 관한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는데, 구체적인 예를 들면,

 첫째, WIPO 유전자원전통지식위원회는 유전자원 관련 특허 출원 시 출처공개에 관한 국제 조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으며 작년 9월 특별회의를 통하여 초안을 마련하였고 같은 해 9월 이를 외교준비회의에 넘겼습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글로벌정책연구실 담당자들은 이러한 전반적인 절차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면서 특허청에 정책적·법률적 지원을 해 왔는데, 올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 예정인 WIPO 유전자원전통지식위원회의 외교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국제 조약에 우리나라 국익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기업 간담회를 개최하고 의장문안 자료를 법률적으로 분석하여 제공하는 등 직간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둘째,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과 공동으로 ‘Patent Linkage System for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and Public Health Harmonisation’라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APEC 회원국의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에 관해 조사분석하고 회원국 간 격차가 우려되는 지식재산 쟁점을 도출하였습니다.

 셋째, 작년 한 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상으로 지식재산 정책컨설팅을 수행하면서 7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지식재산청(SAIP, Saudi Authority for Intellectual Property)을 방문하여 공무원과 현지 기업인들을 면담하거나 9월에는 SAIP 방한단을 대상으로 역량강화 연수회를 개최하기도 하였습니다.


Q. 변호사님은 어떻게 해서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서 근무하시게 되셨는지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면서 특허에 관심이 컸던 것은 당연하였습니다. 당시 상사이던 상무로부터 자신이 미국에서 경험한 “데포” - 데포지션(deposition), 미국 소송의 증거개시 절차의 일환으로 재판 이외 절차에서 증인의 증언을 청취하는 과정을 일컬음-에 관한 일화를 들으면서 특허 소송으로 관심이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로스쿨 진학 후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논문공모전에 관한 소식을 접하면서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로스쿨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며 송무나 자문과 같은 이른바 전통적 변호사 업무 외 연구를 위주로 하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마침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변호사 신규 채용을 진행하였고, 운 좋게도 제가 근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무엇인지요?

 변호사의 역할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 먼저 변호사법을 찾아보았는데요. 변호사법 제3조에서 “당사자와 그 밖의 관계인의 위임이나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그 밖의 공공기관의 위촉 등에 의하여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한다”고 규정하여 두었네요.

 좀 더 광범위하게 법률전문가로서 법률문제에 관해 쟁점을 도출하고 분석하여 연구하고 고객에게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서 근무하는 변호사의 경우 그 고객이 국내외의 정부나 국제기구에 해당합니다.


Q. 지식재산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변호사의 역할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지식재산 분야의 전문가로서 변호사는 발명가나 창작자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사회 전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발명이나 디자인, 상표, 저작권과 같은 지식재산을 예방적으로 보호하고 침해로부터 구제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을 줄 수 있고, 분쟁으로 번지게 될 경우 소송 또는 대안적 분쟁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의 역할 이외에도 최근 들어서는 예컨대 창업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기업 성장단계에 맞춰 전 주기적으로 지식재산 분야에서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수, 합병 또는 투자의 맥락에서 지식재산 전문가는 기업의 지식재산과 관련된 가치를 판단함에 있어 필수적입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업무와 주로 관련이 되는 것으로는 정책 컨설팅이 있습니다. 이 또한 정부의 정책 입안자에게 지식재산 관련 법제도 및 관련 정책의 개발이나 집행에 관하여 자문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출원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지식재산권자 입장에서의 승소율은 낮다고 알려져 있어, 지식재산권 분야 전문가로서 변호사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되며, 변호사, 변리사와 같은 지식재산권 분야 전문가들이 혁신을 촉진하고 창의성은 보호하되 저작물이 공정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함으로써 관련 산업이 발전함과 동시에 인류가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Q.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제도에 관하여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식재산권은 일반적으로 산업재산권, 저작권 그리고 신지식재산권으로 구분됩니다. 산업재산권 분야에서는 심사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고 출원인이 더욱 편리하게 관련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의 제도를 통일하기 위한 조화(Harmonization) 논의가 상대적으로 많이 진행되어 있습니다. 산업재산권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는 특허권 관련 제도는 발명을 보호·장려함으로써 국가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이며, 이를 위하여 기술공개의 대가로 독점배타적 권리인 특허권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권리를 획득한 국가 내에서만 효력을 발휘하는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발명 내용을 해외에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보호를 원하는 국가마다 별도의 출원 및 등록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출원인의 편리를 위하여 세계 각국의 제도의 조화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기도 합니다.

 한편 신지식재산권이라 함은 산업재산권이나 저작권 등 전통적 분류에 속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새로이 논의의 장에 나오게 된 반도체배치설계나 영업비밀 또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등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데이터베이스란 대량의 정보를 말하고, 데이터베이스제작자는 데이터베이스의 제작 또는 그 소재의 갱신·검증 또는 보충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자를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5년 동안의 보호기간을 두는 등 저작권과는 차이가 있고 신지식재산권이라고 분류하여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권리로 퍼블리시티권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하급심 판결이 갈리고 있어 추후 논의를 통해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Q.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제도 관련 수준은 선진국에 비추어 볼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요?

 이른바 IP5, 세계 5대 특허청(Intellectual Property 5)은 전 세계 특허 출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미국, 중국, 일본 및 유럽 5개국(지역) 특허청 간 협의체인데, 특히 올해는 6월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TM5는 전 세계 상표 출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5개국(지역)인 우리나라, 미국, 중국, 일본 및 유럽의 특허청이 상표 분야 국제규범의 형성 및 조화를 위해 정책방향을 논의하고 협력사항을 점검하는 협의체인데, 작년 9월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양적으로 보았을 때 지식재산 관련 논의의 중심에 있는 국가라고 할 수 있고, 질적으로도 중동·아세안을 중심으로 한국형 지식재산 행정시스템이 수출되고 있을 만큼 매우 앞서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 산하 ‘글로벌 혁신센터(Global Innovation Policy Center, GIPC)’는 2012년부터 ‘국제 지식재산 지수(International IP Index)’를 발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조사 대상국에 포함되어 오고 있고,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으로 55개국 중 1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는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프랑스, 일본 그리고 스위스 등이 우수한 수준의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제도와 관련하여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앞서 언급한 미 상공회의소 산하 GIPC의 IP Index를 참고하여 말씀드려 본다면, 국제조약에 대한 참여 부문과 지식재산 자산의 사업화 부문의 순위가 상대적으로 낮고 좀처럼 올라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제조약에 대한 참여는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참여만 할 수는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지식재산 관련 자산의 사업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기술이전촉진법을 개정, 공공기관의 기술이전 이후 후속 사업화까지 밀착 지원할 수 있도록 사업화 지원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지식재산 관련 일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보람이 있었던 일이나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셨는지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의약품허가특허연계제도를 주제로 APEC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통상 의약품허가특허연계제도는 특허권자와 도전자의 균형을 도모하되 자국의 제약산업 경쟁력에 대한 판단에 따라 제도 설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지식재산연구원 원장님 그리고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APEC 21개 회원국 전부가 참석하는 워크숍을 2022년도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태국 치앙마이에서 개최하면서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상호 협력을 도모할 계기를 마련한 것이 저에게는 가장 힘들면서도 보람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Q. 지식재산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변호사님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식재산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면서 저보다도 업계에 오래 몸담아오신 분도 계시고 전문성 있는 많은 변호사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답변이 쉽지 않아 고사하고 싶습니다만, 이 질문은 최근 변호사가 되신 분들께 답변하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한 말씀 드려보겠습니다. 법률과 관련한 모든 세부 분야가 마찬가지이겠으나, 지식재산 분야 역시 알아야 할 것은 방대하고 법률서비스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시장은 작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해외와 비교해 본다면 아직까지 미개척 분야가 있는 것도 여전합니다. 제가 처음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입사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도입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해외의 제도 중 하나로서 소송비용을 펀딩해서 승소 시 수익을 분배하는 펀드인 소송펀드 같은 제도는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으신 분은 한번 지식재산 분야 관련 업무나 직장에 들어와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외국에서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을 찾아와서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맺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연구원을 직접 방문하여 연구원장님을 접견하는 경우 제가 배석한 사례만 놓고 보더라도 최근 몇 달간 영국 퀸메리 대학교 교수, UAE 국방대학교 장군과 교수 그리고 중국 변리사협회 부회장 등을 포함하는 방문단이 있었습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막연하게 ‘글로벌 지식재산 최고의 싱크탱크’가 목표라는 말을 하곤 했었는데, 최근에는 그러한 목표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계속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지식재산 제도와 정책의 발전에 미력이나마 지속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 인터뷰/정리 : 고정욱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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