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인터뷰 선배법조인의 조언
“민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정직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변호사로서 마땅히 정직해야 합니다” - 헌법재판관 역임 안창호 법무법인(유) 화우 변호사 인터뷰

Q.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호사님의 간단한 약력 및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85년 1월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임관하여, 2012년 9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끝으로 검사로서 27년 9개월 근무했고, 2012년 9월부터 2018년 9월까지 6년간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법무법인(유) 화우의 고문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Q. 1985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임관하신 후, 약 28년간 검사로서 소임을 다하셨습니다. 검찰 생활을 한마디로 자평하면 어떤 검사셨습니까?

성실하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검사였습니다. 달리 말씀드리면, 제 임지를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을 받은 자리’라고 생각하고, 부족하지만 그 소명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던 검사였다고 생각합니다.


Q. 28년의 검찰 생활, 7년의 헌법재판소 생활까지, 기나긴 공직 생활을 마치셨을 때 소회가 어떠셨습니까?

 소회라고까지 말씀드리는 것은 그렇습니다만, 대과 (大過) 없이 공직을 마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Q. 변호사로서 다시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법조인은 처음부터 변호사로 출발하거나, 판사 또는 검사로 출발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모두 변호사가 되게 됩니다. 더욱이, 요사이는 평균 수명이 80세가 넘어 공직을 마친다고 해도 변호사로서 활동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삶에 의미를 찾고 이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은 그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Q. 그렇게 하려면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변호사님만의 비결이 있으신지요?

 저는 매일 퇴근할 때 집까지 걸어서 30 ~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서 내려 걷습니다. 가는 길에 야트막한 산이 있어 산길을 따라 걷습니다. 시야가 좀 트인 곳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여러 생각을 합니다.

 또 팔굽혀펴기를 매일 합니다. 팔굽혀펴기는 목디스크와 오십견에 좋은 것 같습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추천합니다.


Q. 법조인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덕목이나 명제가 있으신지요?

 정직입니다. 민주주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합니다. 신뢰는 위임과 동의라는 민주적 관념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신뢰는 진실하고 정직할 때에만 형성, 유지될 수 있습니다. 진실과 정직은 민주시민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품성입니다. 민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정직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변호사로서 마땅히 정직해야 합니다.

 링컨은 1850년 법률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의 강의 노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습니다. “변호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를 변호사는 정직하지 못하고 정직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만약 변호사가 되기를 원한다면, 단 한 순간이라도 이런 부정직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직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판단하기에 만약 정직한 변호사가 되지 못할 것 같으면, 변호사가 되지 말고 먼저 정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정직한 링컨은 미국 국민들을 감동시켰고, 링컨으로 하여금 ‘정직한 에이브(Abe)’, ‘미국에서 가장 정직한 변호사’라는 호칭을 얻게 했습니다.


Q. 정직은 변호사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시민들 모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결국 민주주의의 토대는 정직이고요.

 그렇습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직이라는 토대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법조인으로서 자문을 할 때에도, 송무를 할 때에도 사실관계 파악이 제일 중요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민주주의의 장(場)에서 서로 다른 의견들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또 그런 의견들이 경합하면서 합리적 결론에 이르기 위하여서는, 그 기초 사실에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서로 논의하고 있는 전제 사실이 다르다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겠지요. 모두가 정직하게, 진실에 기반하여 논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민주주의의 정직한 토대가 장착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개인 차원에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파악하기 위하여 계속 노력하여야 합니다. 변호사 업무에서도 소송이나 자문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더하여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기도 하지요.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는 것과 부합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 즉 관용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사회적 차원에서는 시민들이 민주주의 과정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또 참여하여야 합니다. 특히 민주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인들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를 계속 눈여겨봐야 합니다. 1970년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면, 당시 닉슨 대통령은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고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가 이것이 결국 들통나 사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치인들이 정직을 지키는 것과 시민들이 이를 감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제가 헌법재판관으로 다루었던 사건 중에,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부산 기장군의회가 임시회의 방청을 불허한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사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회도 그렇고, 이 사건의 기장군의회도 그렇고 출석의원 과반수 의결이 있으면 회의를 비공개로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각하 결정이 났지만, 의회 회의를 시민들이 방청하여야 대의기관 입장에서도 의사결정 과정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여,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적 가치에 근거한 의사결정을 할 것입니다.


Q. 의사결정에서 또 고려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을까요?

 어떠한 목적 달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이나 수단은 다양합니다. 입법 과정에서 이러한 다양한 의견들이 정직이라는 토대 위에서 자유롭게 논의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화우에서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던 중대재해처벌법도 목적 달성을 위한 다양한 논의와 접근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의무를 위반한 경영자들을 처벌하도록 하면서도, 경영자들이 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의무가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이 있습니다. 명확성의 원칙에 부합하게끔 의무 사항에 대한 전반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Q. 시민들에게 필요한 다른 덕목들이 있을까요?

 민주주의는 시민의 덕성에 기초하여 작동합니다. 시민이 갖추어야 할 9가지 덕성을 생각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사랑, 정의, 정직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 민주시민의 핵심 덕목은 정직이라고 생각합니다.


Q. 몸담으셨던 조직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매우 다릅니다. 어느 조직이건 간에 두터운 신망을 얻는 비결을 후배들에게 조금 전수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후배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후배를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먼저 사랑하고, 그가 잘되기를 바라고, 공정하게 대하고, 먼저 믿어주어야 합니다.

 맹자는 제나라 선왕에게 “군주가 만약 신하를 자신의 손발처럼 소중하게 여기면 신하는 군주를 자신의 배와 심장같이 여깁니다. 군주가 만약 신하를 개나 말처럼 하찮게 여기면 신하는 군주를 자신과 아무 관계 없는 보통 사람으로 여깁니다. 군주가 만약 신하를 흙덩이나 지푸라기같이 천하게 여기면 신하는 군주를 원수로 여깁니다(君之視臣如手足,則臣視君如腹心. 君之視臣如犬馬,則臣視君如國人. 君之視臣如土芥,則臣視君如寇讎).”라고 하였습니다(孟子 離婁 下).

Q. 변호사님께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도산 안창호 선생님과 링컨 대통령입니다. 도산은 이름이 같아서 평소 관심이 있었고, 링컨은 전기를 읽을 때마다(최근에는 2019년 夏期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식 축사를 위하여 링컨의 전기인 『권력의 조건』을 읽음)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두 분의 공통점은 항상 정직하고자 하였고, 대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다는 점입니다.

 또 링컨 대통령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상원 또는 주지사로 활동한 적이 없었습니다. 링컨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인물들을, 어떻게 보면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들을 요직에 임명하였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겸손하게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그 중 최선을 찾았기에, 미국을 통합하고 노예 해방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Q. 변호사님께서도 호를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헌법재판관 시절, 헌법재판관들끼리 서로 호를 붙여주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대전에서 나고 자랐는데, 살던 곳의 지명이 둔산입니다. 그래서 둔산이라는 호를 다른 재판관들께서 붙여주셔서 사용하였습니다.


Q. 법조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2024년의 후배변호사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사회 정의를 위한 초심을 잃지 말자’입니다. 변호사는 의뢰인들로부터 수임의 대가로 수임료를 받습니다. 수임료를 받다 보면 돈에 민감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수임료가 적은 경우 억울한 당사자에게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돈 없는 당사자는 그만큼 억울함을 해소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변호사를 불신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말고, 모든 당사자의 말을 경청하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Q. 끝으로 향후 변호사님의 활동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만, 점차 공익 활동을 넓혀가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 인터뷰/정리 : 유승연 본보 편집위원

유승연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