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영화
[문화산책/영화] 바쁜 변호사들이여 가끔은 동심의 세계로 빠지자.
바쁜 변호사들이여 가끔은 동심의 세계로 빠지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

이번에는 최신영화보다는 벌써 고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애니메이션 한 편을 소개하기로 한다. 내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지만 두 딸이 너무나 좋아하기에 자주 미야자키 감독 작품을 보곤 한다. 토토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최근에 아베정권의 군국주의적 행동들에 대해 일침을 가한 적이 있어 익숙한 이름이기도 한 그는 일본 토쿄도 출신으로 1941년 1월 5일생이다. 벌써 70대 중반인 셈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미래소년 코난(1978)>으로 데뷔했으며, 연이어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의 흥행 성공으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그는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를 설립하여 <천공의 성 라퓨타(1986)>와 1980년대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꼽히는 <이웃집 토토로(1988)>,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묘사한 <마녀 배달부 키키(1989)>, 자전적인 이야기인 <붉은 돼지(1992)> 등을 발표했다. 그 후,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199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은 일본 열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으며 베를린 국제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아카데미 영화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04년에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마찬가지로 대흥행을 한 바 있다. 
그의 작품세계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야자키의 영화는 환경주의와 지구 생태계의 연약한 모습을 강조하고 그 보호를 강조한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신기한 생명체인 토토로는 언덕에 솟아있는 거대한 나무 꼭대기에 살고, 그 나무에 가족들이 절을 한다. 이러한 생태학적인 의식이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거대한 나무가 자리 잡고 있으며 꽃이 가득 피고 늑대가 힘차게 질주하는, 거대한 원시림과 함께 울려퍼진다. 한편 작품에서 등장하는 군대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를 위협한다. 각각의 영화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과 ‘군사적 기술문명의 자연 파괴’는 상호 대립하는 요소이고, 땅과 자연은 주인공이 어려움 속에서 지켜야 하는 가치로 등장한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강한 반전(反戰)사상을 가지고 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은 전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분명히 밝히며 어떠한 싸움에도 참가하기를 거부한다. 또한, ‘비행(Flying)’은 미야자키의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요 테마인데, 그는 비행을 날 수 없는 인간이 지상으로부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했고, 하늘을 날면서 지상 풍경을 둘러보는 일이 얼마나 열광적인 것인지를 보여 줬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라퓨타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도시이며, 영화에는 각종 항공 장치와 항공기 도면도 등장한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토토로는 고양이버스를 불러 사츠키와 메이를 태우고 밤하늘을 가로지른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하울과 소피가 그들의 마을 위 하늘로 날아오른다. 미야자키가 즐겨 그리는 비행기는 주로 과거 제1·2차 세계대전 때 사용된 전투기나 폭격기의 모습이다. 그는 다소 둔탁해 보이지만 20세기 초반 고도로 발전되기 시작한 기계류에 대한 상징성을 부여한다. 
한편, 또 하나의 테마가 숲과 나무와 신화다. <이웃집 토토로>와 <모노노케 히메>의 숲에는 일본 신도(神道)의 영향이 드러나 있기도 한데, 토토로가 사는 숲은 마을의 수호신사인 진주의 숲이며,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 라퓨타성을 거대한 나무가 지탱하고 있으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도 곰팡이 나무와 기괴한 식물들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이다. 하야오는 “어린이의 영혼은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역사적인 기억의 상속인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가 만든 영화는 대부분 어린 시절을 다룬다. <이웃집 토토로>는 어른과 달리 영적 세계를 볼 수 있는 두 어린 소녀의 이야기이고, <벼랑 위의 포뇨>에서는 소년이 바다에서 온 신비한 생명체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이다. <마녀 배달부 키키>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역시 소녀의 성장과정을 담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는 이유로 ‘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는 자연과 접촉할 기회가 너무 없고 가상 세계에 너무 의존한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고 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그는 자신의 영화에서 찾으려고 한 것이다. 

<이웃집 토토로>는 1988년 개봉 이후 현재 지브리사의 로고로 쓰이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가 되었다. 영화 개봉 포스터에 붙었던 카피라이트처럼 행복이 기적처럼 쏟아지는 흐뭇하고, 가슴 한 언저리가 따뜻해져 오는 명작이다. 배경, 소품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는 지브리의 역량이 결집된 이 작품은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소박한 그림체와 히사이시 조의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져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1960~70년대 일본의 농촌 풍경이 화면 한가득 펼쳐지고 여기에 주인공 사츠키와 메이 자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과 숲의 정령인 털복숭이 토토로가 펼쳐가는 에피소드들은 저절로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사실적으로 그려낸 나무와 풀 등의 자연 풍경이 유난히 돋보이며 시골 일상생활의 자세한 묘사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친근함과 편안함으로 이끈다. 
사츠키와 메이 자매는 엄마가 오랫동안 입원 중인 병원 가까이에 살기 위해 고고학자인 아빠와 함께 도시 근교의 시골 농촌으로 이사 온다. 메이는 새로 이사 온 집 다락방에서 먼지벌레 같은 것을 보고 신기해한다. 이 먼지를 잡았을 때 표정이 너무 귀여워 메이처럼 볼 살이 통통한 우리 집 둘째에게 메이라는 별칭을 붙여 주기도 했다. 집주변에서 놀던 메이는 작은 도토리가 한 줄로 떨어져 있는 것을 보다가 귀여운 숲의 정령들을 보게 된다. 작은 정령을 따라가다 드디어 토토로를 만나게 되는데, 토토로를 보자 오히려 안심이 된 메이가 토토로 등 위에서 잠을 청한다. 나도 거기서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잠에서 깬 뒤 토토로는 사라지고 없다. 주변사람들에게 토토로를 만난 이야기를 해도 믿는 이는 없었지만, 메이와 사츠키를 도와 주는 할머니만이 그 말을 믿어 주었다. 어느 비 오는 날 아빠가 늦게 오자 버스정류장으로 마중 나가게 된 메이와 사츠키 앞에 토토로가 나타나 거대한 나뭇잎 우산을 씌워 준다. 토토로 역시 고양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다가 이 둘을 만나게 된 것이다. 토토로의 존재를 믿게 된 사츠키... 이들은 밤마다 토토로와 정령들이 도토리를 심어서 자작나무로 자라게 하는 것을 보거나 하늘을 함께 나는 경험도 한다. 한편 메이의 가출로 인해 사츠키는 토토로의 힘을 빌려 고양이버스를 타고 메이를 찾아나선다. 결말은 역시 해피엔딩. 

숲의 정령과 친구가 되어서 우정 어린 경험을 겪는 이야기가 잔잔하면서 누구나 토토로와 친구가 되어서 고양이버스를 타고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그려낸 만화로, 이 글을 쓰는 내내 토토로의 그 큰 입으로 하품을 하는 모습이나 고양이버스를 타고 밤하늘을 돌아다니는 생각이 나 미소를 머금게 됐다. 

바쁜 일상에 지친 변호사들은 물론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고생하는 엄마들도 아이와 함께 보면 마음이 많이 편해지는, 이제는 고전이 된 애니메이션이다.



Cap 2015-05-04 10-09-28-192.jpg

성중탁 변호사
사법시험 제44회(연수원 34기)

성중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