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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기술보호 자문 시 고려할 점

 기업 자문을 하다 보면, 기술보호방법에 대한 문의를 받을 때가 있다. 기술보호란, ‘기술이라는 무형의 정보에 법으로 보호 가능한 권리가 체화되도록 관리하는 것’과 거의 같은 의미라고 본다. 정보를 특정하고, 보호 수단을 마련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에 법이 필수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이다. 특허, 저작권, 디자인, 영업비밀, 부정경쟁행위, 산업기술 ·국가핵심기술, 중소기업기술,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등 각종 기술보호 법규에 따른 보호 대상의 요건과 적용 사례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실무 적용 방향을 자문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역이 바로 변호사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기술보호 관련 법규가 다양하면서도 각 법의 주무 관청이나 공공기관, 협회별로 경쟁하듯 기술보호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데, 이러한 매뉴얼을 보면 ‘해야 할 것은 많아 보이는데, 어느 부분이 중요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매뉴얼의 체크 리스트를 보면 마치 설문조사를 하듯이 ‘해당되는 항목 몇 개 이상이면 양호’라는 식으로 되어 있어, 과연 이 체크리스트를 통해 양호 판정이 나오면 나중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승소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인지 의아해지기도 한다.

 기업의 기술보호 체계를 세우기 위해 먼저 이해해야 할 점은 역설적이게도 모든 기술, 모든 정보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지식재산권에 의한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 타인의 성과 이용은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영역이므로, 그 이용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합리성(사회적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고 한 우리 법원의 입장에서도 드러난다(서울고등법원 2020. 11. 5. 선고 2019나2057252 판결 등). 그럼에도 막연히 특허 출원하여 등록이 되면 경쟁자의 사업 진출을 근본적으로 저지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우를 현장에서 종종 보게 된다.

 둘째는 영업비밀의 요건에 따른 관리이다. 대세적으로 가치 있는 기술적 진보를 주장할 수 없거나 굳이 공개하는 것이 손해이기만 한 정보는 영업비밀로서 보호하는 것이 기본이다. 영업비밀 관리와 유관한 인증이나 공공기관의 지원 제도가 다양하므로 중소, 중견기업의 경우 이를 잘 활용하도록 가이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인증을 획득하고, 지원을 받아 기술적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NDA를 비롯한 각종 서식 · 규정을 마련하고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관리가 미비하면 영업비밀의 3요건 중 비밀관리성을 인정받을 수가 없다. 영업비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하는 것이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435 판결 등). 그럼에도 영업비밀성을 부정한 판결문들을 보면 ‘비밀 표시의 부재’가 시간을 초월하여 꾸준하게 언급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특허권의 권리 범위의 광협에 대한 인식이다. 특허 공보는 일단 공개가 되면 영원히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도록 ‘박제’가 되는 것임에도 여전히 특허는 ‘등록 몇 건’과 같이 정량적인 수치로 이해되는 풍토가 있다. 그러나 특허권의 권리 범위는 쉼표 하나의 유무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져, 경쟁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침해를 주장하는 단계에서 극명한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권리의 범위가 얼마나 넓게 형성되었느냐에 따라 그 등록특허권의 가치는 ‘0’에서 수백억 원 사이를 오가게 되는 것이다. 특허 공보 또한 법률 문서이므로 계약서나 법문에서 고민하게 되는 의사 표시와 해석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렇기에 심사나 심판 · 소송 단계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다투었는지가 그대로 특허권의 가치에 반영된다. 정말 중요한 특허라 생각한다면, 특별한 ‘질적’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변호사의 수가 늘어나고 전문성을 요구하는 시장의 흐름도 존재한다. 기술보호 자문과 같이, 법적 지식에 기반하여 변호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길을 함께 모색하는 것은 매우 보람찬 일이 될 것이다.

현승엽 변호사
● 법무법인 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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