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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파양 사례를 상담하며

 작년 초, 다니던 로펌을 퇴사한 후 시작한 블로그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반려동물 파양 관련 신종 펫샵의 불공정약관 시정 사례’를 업로드하였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지만, 퇴사 전 반려동물 관련 회사를 대리한 적이 있어 관심이 생겼고, 이참에 반려견 사고 관련 판례 몇 개를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몇 개월 후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펫샵 파양 관련하여 문의드려도 될까요’라는 문자였다. 의뢰인의 요지는, ‘자녀들의 건강상 문제로 부득이 반려묘 2마리를 펫샵에 파양 보냈는데, 펫샵의 관리가 불만족스러워 관련 계약을 해지하고, 파양 비용(600만 원)과 반려묘를 돌려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업체 측은 계약서 환불 불가 조항을 근거로 의뢰인의 요구를 거절하고 있었다. 나는 우선 의뢰인에게, 의뢰인이 업체 측에 관리 시 준수사항을 강조하였음에도 그에 부합하는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입증자료를 확보하라고 했고, 이렇게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업체 측에 자발적인 환불 이행을 유도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후 의뢰인은 업체로부터 비용 전액을 환불받았다고 한다.

 이후에도 몇 분 더 같은 쟁점으로 연락을 주셨는데, 대부분 업체 측의 관리에 대한 불만보다는, 단순히 ‘파양 보낸 후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졌고, 자신이 죄지은 것 같다’라는 단순하지만 진심이 담긴 이유였고, 달리 업체 측이 자신을 속였다거나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사정은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였다. 그런데 현행법상 업체 측의 기망이나 관리 소홀 등에 대한 증거가 없는 이상, 계약을 취소하거나 해제할 법리적 근거는 인정되기 어려웠다. 공정위의 시정사례도, 파양 계약은 파양 후 새로 분양되기 전까지 업체가 반려동물을 관리할 의무를 포함함을 전제로, 파양 후 고객의 관여를 전면 불가능하게 한 부분과 사업자의 관리 소홀 등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를 배제한 부분이 무효라는 취지일 뿐, 소비자의 단순 변심에 의한 청약철회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별다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한 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환불받지 못했다. 

 수백만 원의 비용을 기꺼이 지출하며 펫샵에 반려동물을 파양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무엇일까. 짧은 기간 동안 동일한 사례를 다수 접해보면서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이었다. 상담했던 분 중 한 분은 파양 후 그리움과 죄책감에 밤새 울었다고 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겨왔다면, ‘생이별’과 같은 파양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고, 이후에도 상당한 그리움과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 

 현행법상으로는 이런 분들을 구제할 특별한 제도는 없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라는 민법의 대원칙하에서, 업체가 계약 체결 전 기망을 하였다거나 계약 체결 이후 관리 소홀을 하였다는 점 등을 입증할 자료가 없는 이상, 고객이 ‘죄책감’이나 ‘후회’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 

 물론, 전자상거래나 방문판매 등과 같이, 특수한 거래 형태의 경우 소비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청약철회권이 인정된다. 또한 1개월 이상의 계속거래인 경우 소비자는 계약 기간 중 언제든지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그런데, 파양 · 입소계약의 경우, 내가 접한 사례에서는 전자상거래 또는 방문판매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없었고, 파양된 반려동물이 새로 분양되기까지의 기간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방문판매법상 계속거래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공정위 입장에서도 단순히 청약 철회나 임의의 계약 해지를 인정하지 않는 파양 · 입소계약을 불공정약관이라고 해석하기에도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법 또는 방문판매법이 전자상거래나 방문판매의 경우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인정하는 것은, 해당 거래의 특성상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 소비자에게 계약 체결 후 ‘숙려기간’을 인정하고자 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계속거래의 경우에도, 소비자가 그 기간 동안의 급부 내용을 충분히 예상하기 어렵고 다른 서비스와 비교 후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어렵다는 점에서 임의의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반려동물을 펫샵에 파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들에게도 파양 후 일정기간 동안의 숙려기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고민 끝에 수백만 원을 들여 반려동물을 파양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파양 이후의 생활을 진심으로 걱정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실제 파양 이후 몰려올 죄책감이나 상실감, 그리움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부득이, 성급하게 파양 결정을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파양 · 입소계약은 반려동물이 새로이 분양되기까지 업체가 양육할 의무를 포함하므로, 어느 정도 계속거래의 특성도 갖고 있어, 파양된 반려동물이 분양되기 전까지는 고객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입법적인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파양 계약에 대한 내용도 추가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반려동물의 주인들이 더 신중하게 파양을 결정하고, 업체 측의 기망이나 관리 소홀 등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전민재 변호사
● 법무법인 트리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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