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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염치없는 엄마입니다

 지난해 2월 의붓어머니의 학대로 숨진 12살 이시우 군의 친모는 자신을 이렇게 칭했습니다. 아들의 몸에 멍 자국 200여 개의 상처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녀는 세상을 다 잃은 감정이었다고 합니다. 절망에 빠진 그가 믿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사법부였을 것입니다. 시우 군의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사법부를 설득해야 했습니다.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지만, 그녀는 시우 군 사건 항소심이 진행되던 날을 기점으로 매주 수요일, 금요일마다 법원 앞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계모는 아이를 유산한 뒤 이시우 군을 분노 표출 대상으로 삼아 연필로 허벅지를 찌르거나 온몸을 때리는 등 심하게 학대했다고 하는데요. 이시우 군은 거듭된 학대로 1년 만에 8kg가 넘게 빠졌고 사망 당시 체중은 29kg에 불과했습니다. 사망 이틀 전엔 10시간 넘게 아이의 눈을 가린 채 의자에 묶어 놓은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친부 역시 이시우 군이 가정불화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미움과 원망을 키워가게 됐다고 합니다. 친부는 계모와 공모해 매일 아침 7시 40분경부터 8시경까지 이시우 군에게 성경 필사를 완료하도록 했고, 이시우 군이 이를 완료하지 못하면 방에서 못 나오게 하거나 벌을 주고 때렸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이시우 군 친모 주위엔 그녀를 조력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혼 과정에서 한쪽 부모가 자녀를 조종해 다른 부모에게 등을 돌리게끔 하는 현상을 일컫는 ‘부모 따돌림’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부모 따돌림 현상을 연구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변호사와 심리 전문가들이 모인 부모따돌림방지협회 소속 변호사들이 벼랑 끝에 몰린 시우 군 친모 손을 잡았습니다. 이 협회 소속의 한 변호사는 본 기자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면 밤 · 낮 상관없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습니다. 시민들의 탄원도 이어졌습니다. 이시우 군 계모와 친부가 항소심 재판부에 매주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노리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한 분노의 결집인 듯했습니다. 

 법정 밖에서 이시우 군 친모는 이 사건에 대해 “시우가 계모와 친부의 잔인한 괴롭힘에 의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지막 세상을 떠날 때는 위 속의 내용물이 30mL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며 “시우를 이 지경까지 만들어 놓고서 이제 와 반성문을 쓴다는 것 자체가 진정한 사죄의 의미가 담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슨 벌이라도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해야 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라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법정 안에서 변론에 나선 검찰은 “계모는 피해자 상대로 ‘못 키우니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장기간 학대하고 사이코패스, 정신병자라고 지칭했습니다. 전신에 멍 자국과 200여 개의 찢기고 찔린 상처, 입과 고환에서 심각한 상처가 발견됐습니다”며 “구타 이후 피해자가 사망할 줄 몰랐다는 변명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피해자를 결박하고 치료도 안 했으며 아이가 쓰러지자 홈캠을 끄고 친부에게 연락해 ‘살려달라’고 말했습니다”라고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계모가 받은 형량은 징역 17년. 이시우 군 친모의 눈물, 법조인의 조력, 시민들의 탄원, 검찰의 변론에 대한 사법부의 답변이었습니다. 재판부에선 계모가 학대로 인해 이시우 군이 숨질 거라고 예상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해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친부에 대해서도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징역 3년 형을 선고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사형을 내린 검찰의 구형량에 비해 한참 부족한 수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을 마주한 이시우 군 친모는 끝내 자신을 “재판까지 저렇게 되니까 더 이상 제가 어떻게 엄마라고 할 수 있을까요”라며 자책했습니다. 항소심 선고가 이뤄진 지 약 두 달이 지났습니다. 빠른 변화에 익숙한 우리네 국민들 생각 속에서 이시우 군 사건은 잊혀질 수도 있습니다. 또, 계모와 친부도 2041년, 2027년엔 세상 밖으로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남은 친모만큼은 ‘염치없는 엄마’라며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늘에 있을 이시우 군을 위해서라도 더 씩씩하게 살아가 주셨으면 합니다.

이태준 데일리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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