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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질문들에 천착하며 작업을 하고있습니다” - 쌍마픽처스 마민지 감독 인터뷰

Q. 안녕하세요, 감독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상을 기반으로 창작 작업을 하며 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는 마민지라고 합니다. 장편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2017), 〈리틀 노마드〉(2020, 중편)를 만들었고, 현재 미투 이후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회복 과정을 담은 〈착지연습〉의 후반 작업을 진행하면서 신작 〈가족의 증명〉을 기획 중에 있습니다. 또한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예술계 내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성폭력 피해 생존자 회복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한 통합예술프로그램 운영팀 ‘상 - 여자의 착지술’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장편 데뷔작인 <버블 패밀리>는 14회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국내작 최초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뿐 아니라,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도시 개발과 부동산의 흥망성쇠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작품의 기획 의도와 전하고자 하셨던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영화 〈버블 패밀리〉는 70 ~ 80년대 도시개발 시기 강남 일대에서 소위 ‘집장사(소규모 건설업자)’를 하며 경제적 흥망성쇠를 경험한 저희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사적 다큐멘터리입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부를 모두 잃었지만 계속해서 부동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으며 한국 부동산 광풍의 역사를 개인의 경험을 통해 살펴보고자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또래 청년들과 함께 각자 경험한 주거와 빈곤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Q. 최근 발행한 책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에 대해서도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버블 패밀리>에 터잡은 작품이지만, 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리서치를 매우 두텁게 진행했습니다. 2013년에 처음 기획을 하면서 ‘집장사’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 신문 아카이브 자료를 일일이 살펴보고 부모님의 구술생애사 인터뷰를 대조하며 연구하는 시간을 오래 가졌는데요. 영화라는 매체 특성상 이러한 구체적인 자료를 모두 담기가 어려웠습니다. 2018년에 영화를 개봉하고 난 뒤에도 자료를 활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는데요. 출판사에서 뒤늦게 영화를 보시고 책 출간을 제안하셨습니다. 책은 영화를 기반으로 쓰여지기는 했지만 영화에는 미처 담지 못했던 자료를 활용하여 촘촘하게 글로 풀어낼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경험한 다양한 주거 형태를 비롯해서 임대주택을 중심으로 한 주거 복지 정책의 현실에 대해서도 함께 써 내려갔습니다.


Q. 최근 전주국제영화제 제16회 ‘전주프로젝트’ 작으로 선정된 <가족의 증명>도 궁금합니다. 어떤 작품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 기획 중인 <가족의 증명>은 다시 한번 제 이야기를 담은 사적 다큐멘터리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2년 전에 코로나19로 돌아가셨는데, 이후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제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외동딸이던 저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을 돌보면서 오래 만나 온 남자친구와 이별하게 되었고, 비혼을 결심했습니다. 제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짧은 시간 동안 무너지는 경험을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가족이란 무엇인지 다시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태어난 1989년은 성별 감별 기술이 도입된 이후 여아 낙태가 가장 만연했던 시기였습니다. 1990년에 ‘백마 띠’라서 이 해에 태어난 여자아이는 팔자가 드세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운 좋게 죽지 않은 저는 알고 보니 아들을 낳기 위해 태어난 네 번째 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의 증명>은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입양의 현실을 돌아보고 가부장제를 중심으로 한 가족 구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동시에 어머니의 죽음 이후 저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꾸려 나갔던 어머니의 사랑을 어떻게 계승해 나갈지 고민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Q. 감독님의 저술과 작품들을 보면, “가족”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주제에 집중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제가 경험하는 세계 속에서 맞닥뜨리는 풀리지 않는 질문들에 천착하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 개인의 경험이 사회구조적 맥락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해석하고 드러내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특별히 ‘가족’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부동산’, ‘도시개발’, ‘성폭력’, ‘죽음과 애도 그리고 젠더화된 입양’이라는 키워드로 작업의 주제가 이동해 왔던 것 같습니다. “부자이던 우리 가족은 왜 망했을까?”, “부모님은 왜 부동산에 집착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버블 패밀리>의 아주 단순하지만 풀리지 않는 중요한 미스터리였다면, “1980년대 여자아이들은 왜 죽임당하거나 입양되었을까?”, “입양인인 나는 엄마의 사랑을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가족의 증명>의 시작이었습니다. 


Q. 두 번째 장편 영화로 제작 중이신 <착지연습>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영화 <착지연습>은 미투 이후 남겨진 성폭력 피해 생존자와 연대인들이 일상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미투는 이미 지난 지 한참 되어버린 일처럼 느껴지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건 이후 생존자들은 여전히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거나 이제 막 사법 처리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생존자의 회복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되거나 바라보지 않습니다. 일상회복은 생존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싸움 이후에 생존자와 연대인들을 만나며 회복을 위한 통합예술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는데요. 영화계, 문단계, 무용계, 미술계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 당사자들이 모여 ‘상 - 여자의 착지술’이라는 팀을 구성했습니다. 지난 4년간 다양한 권역을 돌며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현재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착지연습>은 성폭력 피해 이후의 회복을 어떻게 도모할 수 있을지 ‘상 - 여자의 착지술’ 팀의 고민 과정과 회복의 지난한 능선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현재 편집을 진행 중입니다. 


Q.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고 계시다 보니, 특히나 열악한 제작 환경에 대해 피부로 많이 느끼시는 게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법조인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는 아무래도 독립영화 및 영화제의 공적 지원 필요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독립영화 제작지원을 비롯해 영화제 지원 규모와 정책도 수시로 변합니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분리되어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발화하는 독립영화는 한국 영화산업에서 가장 뿌리가 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가 없으면 독창적인 K-무비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독립해 공공을 위해서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책 차원에서 연구하시는 연구자분들이 계시지만 독립영화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은 늘 반복되어 오고 있기 때문에 독립영화의 필요성에 대한 제도적, 법률적 해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해외에서는 창작을 위한 영상의 ‘공정이용(Fair Use)’에 대한 해석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따라서 창작자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제약 없이 창작을 위해 영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판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 감독들은 ‘공정이용’에 보수적인 편인데요. 이러한 ‘공정이용’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법조인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영방송에서 아카이브 소스를 개방할 수 있도록 법률적인 조력이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Q. 감독님께서는 국내외 다큐멘터리 영화의 ‘아카이브 리서처’, ‘아카이브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어떤 직업인지 생소해하실 수 있는 분들을 위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2016년도에 캐나다 다큐멘터리영화제인 핫독스(HotDocs)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아카이브 리서처’와 ‘아카이브 프로듀서’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다 보면 과거에 촬영된 영상 푸티지를 사용할 일이 잦습니다. 이러한 영상 푸티지는 일반적으로 어떠한 ‘진실’의 증거로 제시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크리에이티브한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감독이 원하는 이야기 맥락의 영상을 리서치하고 조달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카이브 리서처’와 ‘아카이브 프로듀서’의 역할입니다. 때로는 저작권을 해결하는 과정을 함께 담당하기도 합니다. 저는 주로 해외 제작사와 함께 일하고 있고, <To the Moon>(아일랜드), <Hockey Dreams>(핀란드) 등의 작품에 참여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개봉한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아만다 킴 감독)에서 저는 ‘아카이브 리서처’로 작업했는데요. 아만다 킴 감독님이 한국에 오셨을 때 소머리가 올라간 제사상 영상을 찾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소머리 제사상’으로 검색을 한다 해도 영상을 찾을 수가 없을뿐더러, 어떤 구성적 맥락에서 이 장면을 사용하고 싶은 것인지 영화 언어를 이해하고 있어야 정확한 소스를 조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아카이브 리서처’입니다. 결과적으로 여러 키워드를 조합해 방송사 미디어 자료실에서 수십 개의 제사상과 굿 영상을 훑어보며 4시간가량의 사투 끝에 감독님이 원하는 무드의 소머리가 올라간 제사상 이미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Q. ‘아카이브 리서처’로 참여하셨던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카이브 리서처’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기 보다는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감독이 설명했던 맥락과 일치하는 이미지를 찾는 순간들인데요. 어떻게 보면 ‘아카이브 리서처’가 하는 업무는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비슷합니다. 수많은 영상 자료 가운데 이미지를 건져 올려야 하는데 그게 정확히 감독이 원하는 이미지여야 합니다. 영화의 맥락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고 때로는 지루한 촬영 원본 영상을 몇 시간씩 앉아서 들여다 보기만 해야합니다. 어떤 때는 한 문장을 건지기 위해 같은 앵글의 국회 국정감사 영상을 하루 종일 들여다 보기도 해야합니다. 그러다가 원하던 한 장면이 스쳐지나가면 ‘이거다!’ 하면서 화면을 정지시킵니다. 마치 경찰이 CCTV 수사를 하다가 범인을 발견한 것처럼요. 한 작품마다 그런 순간들이 여러 차례 찾아오는데 그럴 때마다 재미를 느낍니다. 


Q. 감독님께서는 ‘공공영상문화유산’으로서 방송, 영상 콘텐츠의 공적 개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창작자, 권리자의 입장이시기도 한데, 특히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2009년도에 우연히 KBS 한국방송공사 아카이브실에서 편집 업무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대학교를 휴학하고 유럽 배낭여행 갈 돈을 모으기 위해 몇 개월간 일을 했었는데요. 당시에 아카이브 자료 디지털화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추후 창작자들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키워드별로 취재원본 영상을 미리 모아서 편집해 두는 업무를 했습니다. 수만 개의 테이프 자료가 도서관처럼 정리되어 있는 곳을 드나들며 오래된 흑백 영상을 본 것이 굉장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아무도 열람하지 않았던 자료를 처음으로 열어 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방송사의 영상 자료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익히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제 첫 장편 영화인 <버블 패밀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70 ~ 80년대 자료 영상이 필요했습니다. 아카이브실에서 일한 경험이 없었다면 자료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했을 텐데 어떻게 자료를 검색하면 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영상 자료를 다룰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버블 패밀리>는 핀란드, 일본과 국제공동제작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카이브 영상 자료의 저작권 개념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나씩 몸으로 부딪치며 경험하는 것들이 있었고, 아카이브 영상을 필요로 하는 해외 제작사의 요청으로 우연히 ‘아카이브 리서처’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본업은 독립영화 감독이지만 부업으로 ‘아카이브 리서처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해외 제작사라고 해도 주로 독립영화들이기 때문에 돈벌이가 되지는 않지만 즐거움이 커서 제안이 들어오면 되도록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저작권법에 대해 모르는 점이 많아 한 작품씩 경험할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Q. 감독님께서는 대중에게 어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알려지고,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뼈 아픈 사회적 이슈를 골계미 넘치게 이야기하는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Q.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들에게 하고 싶으신 얘기가 있으시다면? 

 ‘다큐’라고 하면 재미없다는 인식이 있지만, 한국에는 정말 재밌고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많이 있습니다. OTT에 들어가시면 상업영화 말고도 독립영화가 올라와 있으니 한 번쯤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고, 이왕 클릭하셨다면 부동산 블랙코미디 다큐 <버블 패밀리>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정리 : 신상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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