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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울타리를 치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갖는 동시에 냉철함과 객관성을 가져야 합니다.” - NH투자증권 손승현 준법감시인 인터뷰

Q. <인물 탐방>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무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05년 사법연수원을 34기로 수료하고 변호사로서 법조인 생활을 출발했습니다. 2007년 하반기에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하였고, 2014년 우리투자증권이 NH 농협증권과 합병되어 그 이후부터는 NH투자증권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는 법무지원부서장으로 근무해 오다, 2022년 말에 본부장 (상무)으로 승진하여 현재 NH투자증권의 준법감시인으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Q. 상무님이 증권회사에 처음 입사하신 때에는 사내변호사가 많지 않은 시절이었을 것 같은데, ‘금융회사’에 ‘사내변호사’로 입사를 결심하신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을까요?

 제가 연수원을 수료할 무렵인 2005년경은 사내변호사 진출이 점점 늘어나고, 모 증권회사의 경우, 처음으로 변호사를 대리 직급으로 채용하던 시기였습니다. 

 다만, 저는 아주 혁신적인 성향의 사람은 아니기에 지방의 작은 로펌에서 일을 시작했고, 약 2년 반 정도 주로 송무 업무를 하였습니다. 송무를 하다 보니, 계약 체결 전 자문 단계에서 문제 될 수 있는 쟁점에 대한 검토를 하면 소송까지 가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연히 자문 업무 및 사내변호사 업무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러던 중 증권사를 상대로 하는 투자자의 손해배상청구 항소심 사건을 대리하게 되었는데, 처음 접하는 종류의 사건이었고, 딱 떨어지는 전례도 없었기에 처음에는 애를 먹었습니다. 심지어 기초 자료인 거래내역서를 어떻게 보는지 몰라 건너 건너 증권사 직원을 소개받아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승소하였고, 지방에서는 흔치 않은 사건이었기에 하급심 사례로 법원 사이트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금융 사건, 특히 증권사 사건에 대한 흥미가 생겨 이리저리 공부를 하기도 하다가 마침 우리투자증권의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지원 계기가 된 사건의 상대방이 “LG투자증권”이었는데, 제가 지원을 했던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이었던 것이죠. 중간에 합병 등으로 회사 명칭이 변경되었는데, 당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지원을 했다가 면접 현장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죠. 마침 면접관으로 나오신 팀장님이 그 사건의 담당자셨는데, 다행히 소송 과정에서 저를 좋게 보셨는지 면접을 통과시켜 주셔서, 우리투자증권에서 사내변호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금융회사의 사내변호사들은 주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일반적인 사내변호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경영 및 인사 관련 지원, 영업 관련 지원, 회사 자금의 투자 및 운용 관련 지원으로 크게 나눌 수 있을 것 같고요. 다만, 회사가 금융 서비스 제공을 영업으로 하는 회사라, 영업관련 지원과 자금의 투자 · 운용 관련 지원이 모두 금융이라는 카테고리 내의 내용을 베이스로 한다는 점이 특이할 뿐입니다.


Q. 다른 곳 보다 금융회사에서 사내변호사들의 역할이 더 필요하고 중요할까요? 

 다른 영역에 비해 할 일이나 수요가 많은 편인 것 같습니다. 사내변호사는 소속된 회사가 속하는 산업 카테고리에 따라 업무의 중점 부분이 달라지는데요. 금융 영역은 대표적인 규제산업 분야입니다. 그것도 매우 강력한 상시 감독을 받는 분야고요. 이렇게 규제를 바탕으로 하는 영역에서는 당연히 준법에 대한 점검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금융산업 영업의 내용은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흔히 생각하는 증권회사 지점 또는 어플을 통한 개인고객의 자산관리는 회사 전체 영업 부문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M&A, PF 등 과정에서 금융자문을 제공하고, 자금 조달을 주선하는 영업이 중요한 영역입니다. 회사 자금으로 직접 투자하는 부문도 꽤 크고요. 이러한 다양한 영업 과정에서 많은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계약서 검토 및 법령 점검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송도 적지 않고요. 


Q. 근무기간 동안 가장 기쁘고 보람되셨던 때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변호사로서는 어려운 소송사건에서 이겼던 때가 제일 기쁘고 보람되었던 같아요. 해당 사건과 관련된 동료 임직원들로부터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받았을 때 뿌듯했습니다. 특히 부당하게 기소된 직원들이 무죄판결을 받았던 사건이 기억납니다. 1심 최후 진술에서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억울하게 고생했던 직원들이었습니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사 단계에서 결국 기소되는 것을 막지 못했을 때 무력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직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지지대는 결국 저희밖에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던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오래 부서장 생활을 하고 임원까지 되었는데, 처음 제가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회사에서 법무지원부는 보통 ‘영업에 방해되는 장애물’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습니다. 점점 내부적으로 신뢰를 얻고 곤란한 점에 대해 의논할 수 있는 사람들, 우리를 보호해 주는 사람들이라는 평을 받을 때가 제일 기쁩니다.


Q. NH투자증권에서 사내변호사가 임원으로 승진하여 준법감시인이 된 첫 번째 사례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증권회사에 여성 임원 자체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는 일종의 ‘개척자’이자 ‘롤모델’이신데,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운도 많이 따랐고요, 개인적으로는 “존버”였던 것 같습니다. 증권회사에서 16년 이상 근무하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일이 힘들 때가 많았지만,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재미있었고, 끊임없이 새로운 일이 생겨서 그로 인한 재미도 많이 누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정해 주시는 윗분들이 있고, 격려해 주는 동료가 있었고, 따라주는 후배들도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임원으로 승진했을 때, 후배변호사들이 예쁜 난을 선물하면서, 카드에 “저희 덕분인 거 아시죠?”라고 써서 줬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Q. 현재 하고 계신 증권회사의 ‘준법감시인’이 하는 일에 관하여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대표이사로부터 위임을 받아 회사 전체의 내부통제를 총괄하는 역할입니다. 

 규제산업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런 많은 규제들이 직원들의 업무 수행과정에서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성하고 운영하며, 지속적인 점검 및 감독 과정을 통해 실제 구성된 시스템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감독하는 역할이랄까요. 산하에는 컴플라이언스부와 법무지원부 두 개 부서를 두고 있고, 직원들이 규정에 맞는 행동이 무엇인지 판단이 되지 않을 때 두 부서에 질의를 하거나 가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법무지원부에서는 계약검토, 소송 등 분쟁에 대한 관리, 법률자문 등도 당연히 수행하고요. 일상적인 업무에 대한 표준이 되는 행동 지침은 주로 컴플라이언스부에서 담당합니다. 

 직원들이 안전하게 금융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양치기’가 되어 주고, ‘단단한 울타리’를 쳐주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사내변호사 1세대이신데, 사내변호사는 ‘일반 변호사’와도, ‘회사원’과도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내변호사로서 대성하기 위한 덕목 내지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주니어 때는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좀 더 내부자로서의 위치나 역할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고요. 

 연차가 올라갈수록, 조직원으로서의 자질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회사의 일원으로서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있어야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변호사로서 최선의 조언을 하기 위한 냉철함과 객관성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외부에서 조언을 해주는 자가 아니라, 회사 내부자로서 의사결정 과정의 일원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스스로가 의사결정자가 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Q. 변호사가 아닌 인간 ‘손승현’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걷는 사람”이요.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느리지만 직접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서 주변 풍경과 다른 길도 둘러보고, 주변과 함께 계속 나아가는 그런 사람이요. 


Q.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실까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마지막 임무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증권회사에 지원하게 된 동기이기도 한데요, 최근 금융회사에 ‘책무구조도’ 제도가 도입되어 회사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에 준법과 내부통제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마련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제 17년간의 근무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녹여 내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회사 임직원에게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해 보고 싶습니다. 


Q. 혹시 금융회사에 취업을 고민하는 후배변호사들에게 조언해 주실 내용이 있으실까요? 

 채용을 할 때, “금융 전문 변호사”가 아니라 “금융회사에 특화되려 하는” 변호사를 찾고 있습니다. 사내변호사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법령에 대한 지식을 함양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례가 없는 케이스가 많으니, 탄탄한 민법 실력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만들어 가는 재미를 아는 분이 지원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금융회사가 아니더라도) 변호사로서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어 하는 후배변호사들에 대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전에 제너럴리스트가 되라는 얘기를 연수원에 다닐 때 선배변호사님께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고요. 깊게 보려면 넓게 볼 줄 알아야 하고, 깊어질수록 넓게 보려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인터뷰/정리 : 정지영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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