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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이란! 물(水) 흐르듯이(去)... 사물의 이치나 순리에 따르는 것” -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인터뷰

Q.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응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선 변호사님의 간단한 약력 등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92년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을 제24기로 수료한 후 1995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로 첫발을 디뎠고 이후 원주, 서울, 청주, 법무부, 대검 등에서 평검사로 근무하다 2008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1부 부부장검사로 근무하였습니다. 부장검사가 되어 2009년 금융위원회 파견, 2010년 법무부 법조인력과장, 2012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3부 부장검사, 2016년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 2018년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지청장 등을 거쳤습니다. 2019년 창원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승진한 후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역임하고,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을 마지막으로 2020년 10월 검찰을 떠났습니다. 이후 변호사 박순철 법률사무소로 변호사 개업하여 활동하다 2022년 9월 법무법인 흰뫼를 설립하여 현재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법조 직역 중 검사의 길을 가게 된 계기가 있나요?

 모든 국민은 자유를 누리고 인권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 규칙을 어길 경우 법조인은 그 시시비비를 가리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울타리를 잘 지키는 것이지요. 검사는 범죄를 처벌하고 범죄 발생을 예방하여 부패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듭니다. 소금과도 같은 이런 중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조 영역 중 검사를 선택하였습니다. 검사 생활에 젊음을 다 바쳤고 바르게 마무리하였다고 생각합니다. 


Q. 2005년에 미국 듀크 로스쿨로 검사 연수를 가셨던데 주로 어떤 분야를 공부하셨나요?

 당시 법무부에서 6개월의 단기 연수를 보내주었는데, 검사 생활에 지쳐있을 때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배려하는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연수를 갔을 때 미국 사회는 ‘엔론 회계부정 사건’으로 떠들썩했습니다. 엔론사는 거대 에너지 기업으로 수년간 포춘지로부터 미국의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 극찬받았는데 2001년 12월경 대부분의 회계 수치가 허위였음이 드러난 사건입니다. 이에 회계제도의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어 2002. 7. 30. 사베인 - 옥슬리법(Sarbanes - Oxley Act)이 제정되는 등 그 논의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때 위 사건에 대하여 자료를 모으고 우리나라에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회계 및 법률 제도와 비교하는 등 연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위 법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주어 입법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Q. 2008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1부 부부장검사로 일하실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사건은 무엇인가요?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1부 검사들이 팀을 이루어 소위 “재벌테마주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했는데, 재벌 2, 3세가 관여하여 재벌테마주로 알려지게 하고 거기에 허위 소문을 유포하여 주식 가격을 조작해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사건입니다. 당시 이 사건 수사결과가 증권시장과 사회에 크게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증권범죄를 수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가 성행하고 그 피해도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분야에 대하여 정리된 자료가 거의 없어 수사하는 데 애로가 많았고, 이것이 이후 박사논문을 작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2009년 금융위원회에 파견을 나가서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는 어떤 것이었나요?

 2009년 종전의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분리되면서 금융위원회에 법률자문관이라는 직책이 새로 생겼는데, 제가 부장검사로서 초대 법률자문관으로 파견 나갔습니다. 금융위원회에서 많은 금융사건을 다루고 법률 자문을 하면서 금융규제뿐 아니라 금융정책에 대하여 입체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본시장심의위원회 위원 및 감리위원회 위원으로 각각 활동하였습니다. 자본시장심의위원회에서는 자본시장의 각종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하여 심의하고, 감리위원회에서는 주식회사의 회계부정, 분식회계 등을 심의합니다. 위 2개 위원회에서 심의된 안건들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의결됩니다. 위원회에서 금융사건 및 감리사건을 많이 다루며 좋은 경험을 쌓았는데 그다음 검찰 인사 시 파견이 연장되어 더 많은 시간 근무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Q. 2010년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을 쓰게 된 경위가 궁금합니다. 그 주요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증권범죄는 피해가 매우 큰 중대범죄로서 그간 금융기관의 조사나 수사기관의 수사가 많았음에도 정책적 측면 외에 형사법적 측면에서 접근한 자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검찰에서의 금융범죄 수사경험과 금융위원회에서의 감리사건 및 금융사건 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분야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불공정거래행위 중 하나인 내부자거래부터 분석 · 정리해서 박사논문을 쓰게 된 것입니다.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의 규제에 관한 연구 – 형사적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중심으로」이고, 그 주요 내용은 상장회사의 공개되지 않은 중요정보를 이용하는 행위, 소위 내부자거래(insider trading)의 규제에 관한 것입니다.

 기업의 내부자는 회사 내의 중요한 정보를 쉽게 남들보다 먼저 취득할 수 있는 반면, 일반 투자자들은 그 정보를 알 수 없거나 늦게 알게 되어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은 그 정보의 격차에 따른 불공정을 형사적, 민사적, 행정적으로 규제합니다. 그중 이 논문은 형사법 체계에 맞추어 형사적 규제에 대하여 이론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논문입니다. 논문 발행 이후 주위 분들로부터 책자로 내서 많은 분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이 있어서 2010년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이후 주로 변호사나 판사 및 검사들이 많이 참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2010년 8월 법무부 법조인력과장으로 근무하시면서 변호사시험 초창기에 시험 관리를 하셨는데 당시 가장 어려운 점과 가장 보람 있는 일은 각각 무엇이었나요?

 제가 법조인력과장으로 부임했을 때 주어진 업무는 2012년 1월 제1회 변호사시험을 안정적으로 시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문제은행 구축, 출제 및 채점 위원 등 시험위원 선정, 시험장소 선정, 시험집행 인원 확보 등의 준비작업을 하였는데, 변호사시험의 난이도와 합격률이 매우 민감하고 힘든 과제였습니다. 매달 열리는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단 회의에 참석하여 함께 상의하면서 변호사시험의 토대를 만들었고, 그 결과 제1회 변호사시험을 성공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로스쿨 1, 2기생들이 법무부 청사 앞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여 달라고 시위를 한 에피소드도 있었지요. 요즘 가끔 로스쿨 1, 2기 출신 변호사님을 만나면 그때 시위에 참석하지 않았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합니다. 

 이후 변호사시험이 잘 진행되고 있어 매우 뿌듯하고, 그 과정에서 변호사양성제도의 토대를 닦은 “로스쿨 대부”라고 불리어서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그런데 근무하면서 많이 힘들어서인지 간이 크게 상해 20여 일간 입원한 후로는 그 좋아하던 술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Q. 2016년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에 파견을 나가서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는 어떤 것이었나요?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에 “부패척결추진단”이라는 조직이 있었는데, 각 중앙 부처의 공무원들이나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의 직원을 파견받아 범정부 차원에서 각종 부조리, 특히 민생침해 분야를 중점적으로 단속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70%가 아파트에 사는데 아파트 관리비 비리가 만연해 전국적인 단속을 하여 큰 호응이 있었고 이후 일정 규모 이상 아파트 단지의 경우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또한 어린이집 및 유치원에서 정부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개인 구좌로 입금받아 그 돈을 유흥비 등 개인 돈과 섞어서 사용하는 비리가 빈번해 이를 적발하여 국가보조금 및 지원금 계좌를 별도로 관리하도록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제도개선 내용은 ‘유치원 3법’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한편,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는 각종 국책사업을 점검하여 약 2,000억 원의 국고 절감 효과를 거두기도 하였는데, 그중 한국농어촌공사의 경우 1조 원대의 분식회계를 적발하기도 하였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Q. 2019년부터 2020년 10월 검사 퇴임 시까지 창원지방검찰청, 의정부지방검찰청,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각 검사장을 역임하시면서 주로 어떤 업무를 챙기셨고 검사장 근무 기간 중 가장 큰 업적이라 생각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검사장으로서는 업적보다는 어떻게 청을 이끌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검사장으로서 청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2가지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첫째, 수사 역량이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고, 둘째는 수사 외압을 막아주는 것입니다. 기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우수 부장검사나 우수 검사, 우수 수사관 등을 많이 발굴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남부지검 검사장 시절에는 라임펀드 사건을 지휘하다 검사들이 바르게 수사할 수 있도록 사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Q. 1995년부터 약 25년간 검사로 재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이 있었던 사건이 있다면 어떤 사건이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사란 누군가가 불편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기도 합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준사법기관의 위치에서, 그때그때 사건을 바르게 처리하려고 노력한 것이 검사로서 가장 보람이 있는 일이었습니다.

 2015년 대구에서 제2차장검사로 근무할 때, 보이스피싱 조직을 최초로 형법상의 범죄단체(형법 제114조)로 의율하여 기소하였고 법원에서도 중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위 규정은 실무상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아 사문화되다시피 하였던 조항이었습니다. 바로 이어서 인터넷 도박 조직도 형법상의 범죄단체로 의율, 기소하여 높은 형의 유죄선고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보이스피싱, 인터넷 도박, 유사수신행위 등을 형법상의 범죄단체로 의율하여 처리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이 남고 보람을 느끼는 사건입니다. 또한, 청주지검에서 평검사로 근무할 때 경찰에서 환경사범으로 구속되어 검찰에 송치된 사건을 수사하는데, 피의자가 억울함을 호소하여 오랜 시간 그 사정을 들어본 후 추가 수사를 통해 그 억울함을 확인하고 즉시 석방시켜 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9명의 유죄자를 풀어주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법언을 검사 시절 내내 마음에 새기면서 업무에 임해 왔었던 것 같습니다.


Q. 2020년 10월에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사임하시게 된 계기 및 당시 심정은 어떠하였나요?

 당시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으로서 소위 “라임 펀드 사건”을 지휘한 적이 있습니다. 라임사건은 기존 금융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수천억 원대의 횡령 등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상황들이 전개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옳지 않음을 알리고 원칙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사임하게 된 것입니다. 검찰은 정의실현과 법질서 확립이 그 존재 이유인데, 절차적으로도 공정하게 검찰권이 행사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임을 통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공정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치적 중립을 위한 작은 몸짓들이 모이면, 비로소 검찰이 바로 서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Q. 법조 원로로서 후배법조인에게 조언하여 주시고 싶은 사항은 무엇인가요? 

 법률가는 전문 분야가 있어야 합니다. 사회는 다양화되고 더욱 세분화되어 가고 있어서,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 분야를 정하고 그 방향으로 오랜 기간 부단히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검찰에서 늘 상법과 금융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일을 해오다 보니 어느덧 금융 분야에 전문성이 쌓이게 된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제가 40대 후반에 박사논문을 썼는데 그 당시에는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늦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되돌아 보니 가장 빠른 선택이었습니다. 후배님들도 전문 분야를 정해서 지금 당장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꾸준히 일관되게 나아가시면 어느덧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Q. 현재 지방검찰청의 일선 검사를 바라보시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나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최근 수사 관련 법들이 도입된 이후 수사 사건 처리가 지연되거나 부실한 수사가 많아져서 국민에게 불편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 국민의 편익을 위한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도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검사에게 높은 직책과 권한을 부여한 취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라는 뜻입니다. 개인의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법질서 확립에 헌신한다는 자긍심과 명예심을 가지고 지금 처리하는 사건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법조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법(法)이란, ‘물(水) 흐르듯이(去)’!」 제가 생각하는 법의 의미입니다. 모든 사물에는 그 본성과 이치가 있고 그에 어긋남이 없이 순리대로 사건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에 어긋남이 있으면 여러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건마다의 순리를 찾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법조인은 법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 국민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와 깊은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통찰이 검사의 결정이나 판결에 담겨야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죄가 된다고 판단이 서면 형량 등 처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양형기준표에 맞추어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수사의 목적은 무엇인지, 사건의 처리가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찰력 깊은 고민이 담기면 법의 집행이 바르게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Q. 변호사님의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요?

 변호사의 길을 가면서 늘 마음에 새기는 글이 있습니다. 학문이 깊은 지인께서 제게 선사한 글로서 저의 사무실 액자에 걸려 있습니다. 견리사의(見利思義)! 이익을 접하면 먼저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그 의미를 지향점으로 노력해 나가려고 합니다.

● 인터뷰/정리 : 황상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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