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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적인 대북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 통일부 이예은 변호사 인터뷰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함을 선언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을 통일부와 법무부에서 경력을 쌓고, 지금도 북한에 대해 공부하며 통일, 대북정책의 실무자로 일하고 있는 이예은 변호사를 만났다.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예은이라고 합니다. 변호사시험 4회이며, 5년여간 로펌에서 일하다가, 2020년부터 공직에 입문하였습니다. 통일부와 법무부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있다가, 작년 말 통일부에 경력채용되었습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9주간의 신임관리자 교육과정을 마치고 현재 통일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처음 통일부에서, 그리고 이후 법무부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통일부에서는 통일법제지원팀이라는 곳에서 통일부 소관 법령 및 행정규칙 제 · 개정 절차 지원, 소송 · 자문 관리, 규제심사 등의 업무를 했습니다. 이후 통일법과 관련된 경험과 전문성을 쌓고자 법무부 통일법무과로 이직하여 근무하였습니다. 법무부에서는 남북법령 연구, 남북관계 및 통일 관련 법령안 검토, 북한이탈주민 법률지원, 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Q. 통일부와 법무부에서 모두 통일이나 북한이탈주민 지원과 연관된 업무를 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특별한 계기나 결심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할아버지가 이산가족이셔서 그런지 심적으로 통일이나 남북교류에 대해 아직 당위적으로 생각하는 면이 있어요. 그리고 실제 일을 하며, 특히 북한이탈주민들을 직접 상대하며 보람을 많이 느꼈고 더 많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필요를 느꼈어요. 흔히 북한이탈주민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단순히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현재 우리의 태도와 행동이 앞으로 실제 통일의 때에 보여줄 우리의 모습과 역량이 된다는 것이죠. 이렇게 생각하니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이 과정에 참여하고 싶고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대학원에도 진학하고 관련된 업무를 계속하기로 정했던 것 같아요. 


Q. 변호사님들과도 다양한 협업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법무부에서 북한이탈주민 법률지원 업무를 담당하며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변호사님들을 대상으로 법률지원을 위한 교육을 몇 차례 진행했습니다. 매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연수시간을 채우기 위해 교육을 들으셨다가도 이후 관심이 생겨 법률지원에 참여하시는 변호사님들도 계셨어요. 북한이탈주민들은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나 법적 지식이 다소 부족하고, 문화적 차이나 개인적인 트라우마 등이 작용하며, 일반 국민에 비해 법률지원에 보다 많은 에너지와 관심을 요합니다. 하지만 여러 여건상 변호사님들 개개인의 의지와 역량에 기대는 부분이 있었어요. 노력해 주시는 변호사님들께 늘 송구하고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통일부에서 법무부로 이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통일부에서 업무 내용 자체는 로펌에서 수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에는 빠르게 적응했어요. 하지만 문제는 통일업무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통일법에 대한 전문성이었죠. 입부 두 달 만에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어요. 사무실에서 생중계 화면을 보면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질어질하더라고요. 

 통일부는 헌법상 평화통일조항을 최전선에서 실행하며 세상 민감한 남북관계를 다루는 부처이고, 저는 이것을 법적인 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막중한 자리에 필요한 사명감과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막연한 관심과 안일한 마음가짐, 부족한 지식과 경험을 바로 세우고 싶더라고요.

 이후 업무와 별개로 자체적으로 북한과 통일법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 보았으나 당시 돌 아기를 양육하며 별도로 공부를 하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았습니다. 그때 마침 남북법령 및 통일법 연구를 수행하는 법무부 통일법무과에 자리가 열렸고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Q. 이전 로펌에서의 커리어가 공직에서의 업무에 도움을 준 부분이 있다면?

 법무법인 더함에서 5년여간 근무했어요. 로스쿨 졸업 후 바로 공익 영역으로 갈지, 실무경험을 쌓을지 고민할 때 사회적경제 전문 신생 법률사무소의 일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는 회사의 목표에 이끌리어 어느덧 5년여를 몸담게 되었습니다.

 법무법인 더함은 일반적인 영리 로펌과는 달리 넓게 공익을 추구하는 같은 목적의 구성원들이 모였기 때문에, 이후 완전한 공적 영역에 진입하고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또한 더함에서 제도개선 연구용역과 비영리법인 설립 · 운영 관련 자문도 상대적으로 많이 수행한 덕에 입부 후 법령안 검토를 비롯하여, 비영리법인 감독 업무 등에도 유용한 자문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Q. 애초부터 공직을 목표하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로펌에서 공직으로 이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공익을 위해 일하고자 변호사가 되었기에 어떠한 방식으로 공익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그리고 스스로의 성향과 적성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아이를 낳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생업과 육아에 지쳐 현실에 안주하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겠다는 생각도요. 

 그렇게 기도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통일부 채용공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것도 서류접수 마지막 날에요. 감사히 합격하였고, 더욱 감사하게는 공무원이 적성에 잘 맞고 특히 통일 분야에 종사하는 것에 정말 큰 목적의식과 많은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어요. 


Q. 많은 일이 기억에 남으시겠지만 그래도 하셨던 일 중에 특별히 더 기억에 남거나, 보람있었던 일이 있으신지요?

 법무부에서 북한이탈주민 법률지원 업무를 담당하면서, 하나원 · 하나센터 방문 법률교육 및 상담부터, 변호사님들과 함께하는 북한이탈주민 대상 법률지원 제도 운영 등 북한이탈주민들과 변호사님들을 직접 만났던 순간들이 계속 기억에 남습니다. 북탈민 법률상담으로 시작해 같이 눈물 흘리며 인생상담으로 마무리된 순간들, 대상자를 엄마 또는 친동생같이 여기며 때로는 위로로, 때로는 호된 훈계로 함께하시던 변호사님들... 많이 부족하지만 덕분에 신나고 보람차게 일했어요.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마음속 깊이 느끼게 되었고요. 꼭 다시 좋은 기회로 만나 뵐 수 있길 바랍니다.


Q. 주로 공공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계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오랜 시간 경험한 건 아니지만 공무원 생활이 제 가치관과 생활방식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직업 자체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공익을 실현하는 일인 데다 유일하게 헌법상 신분도 보장되잖아요. 좌고우면하지 않고 그저 현재 제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더불어 개인적으로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많은 문제의 근본은 남북의 분단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극단의 이념적 대립과 경쟁의식 등이요. 자녀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주고 싶은지 생각해 봤을 때, 평화롭고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떠올려요.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최전선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깊이 관여할 수 있는 곳은 중앙행정부처에요. 소속되어 일하는 것만으로 책과 논문으로 배울 수 없는 지식과 경험, 정무적 감각들을 체득할 수 있어요.

Q. 일하시면서 애로사항이나 단점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보고와 결재 단계가 많다는 점이 조금은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일반적으로 변호사들은 같이 일하는 파트너 변호사의 검토 또는 컨펌을 받고 서면, 의견서 제출 등을 진행하잖아요. 개인적으로는 5년 정도 로펌에 있으면서 어떤 영역은 제 선에서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갑자기 과장, 국장, 실장, 가끔은 장차관 보고까지 결재라인이 많아지니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직위가 높아질수록 그분들이 언제나 재석하신다는 보장도 없고 보고 순서가 밀려 기약이 없을 때도 있어요. 그렇게 몇 번 겪다 보니 업무 일정을 계획할 때 보고 일정을 감안해서 역으로 계획을 세우게 되더라고요. 이런 비효율성 등을 고려해서, 최근에는 부처별로 보고 방법과 양식에 변화를 주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효율성보다 국정 수행과 국가 예산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확실하고 안정적인 업무 방식의 일환이겠죠. 하지만 실무자가 해당 사안에 있어서는 가장 전문성 있고 경험이 많은데 신속한 업무처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보고 방법과 양식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Q. 행정부로 진로를 계획하고 계시는 변호사님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같이 교육받았던 경력채용 합격자들 중 많은 수가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다니시던 분들이에요. 의사와 한의사도 있습니다. 제 기수 중 30%는 변호사고요. 이런 분들이 급여는 물론이고 단순히 신분보장이나 안정성 때문에 공무원을 선택하시진 않았을 거예요. 실제로 대체 왜 공무원을 하시려고 하냐고 여쭤보면 대부분 공적 가치 추구와 국가 정책 기획에 대한 비전을 말씀하세요.

 짧지만 두 개 중앙행정부처를 경험해 보니, 공익 실현이나 정책 기획 쪽에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진로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위 두 목적은 다른 단점들을 충분히 커버할 만큼 효능감이 있어요. 경험해 보고 아니다 싶어 변호사 실무에 복귀하게 되더라도 행정부에서 일했던 경력과 경험은 분명히 좋은 자산이 될 것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현재로서는 통일부에서 다시 한번 적응을 잘하고 제 몫을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그리고 작년부터 북한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일 - 육아 - 학업 병행이 너무나 힘든 와중에도 대학원 공부가 실제 업무와 연관되고 업무 수행에 도움을 주다보니 정말 재밌고 보람차더라고요. 북한을 잘 알고 그들의 언어와 의식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기반으로 실효적인 대북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데, 현재 남북관계가 매우 안 좋다 보니 북한과 관련 분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현저히 낮아진 것 같아요. 하지만 주식도 시장이 파란색일 때 사라고 하잖아요. 이럴 때 준비하고 있다면 다시 불현듯 환경이 마련될 때 변곡점을 놓치지 않고 함께 역사적 순간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요? 뜻이 맞는 동료들이 많이 생기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전해봅니다.

 

● 인터뷰/정리 : 김유중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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