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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규정의 국제적 적용서울고등법원 2020. 6. 9. 선고 2019나2044652 판결

사안과 쟁점

 앱 개발자인 한국 회사 원고는 2017. 11. 미국 회사인 구글 본사가 제시한 계약조건에 동의한다는 항목에 클릭하는 방식으로 앱 개발자 배포계약(‘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계약의 준거법은 캘리포니아주법으로, 분쟁은 캘리포니아주 법원에서 해결하기로 하는 전속관할약관(‘이 사건 관할약관’)를 두었다. 원고는 내국인을 위한 성인 전용 앱(‘이 사건 앱’)을 구글 본사의 구글플레이에 등록하였다가 구글 본사로부터 음란물 정책 위반을 이유로 배포정지 및 삭제 조치를 당하였다. 이에 원고는 구글 본사와 한국 내 자회사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앱에 대한 배포ㆍ이용 정지 및 삭제 조치 해제와 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하였다. 피고 구글 본사는 이 사건 관할약관이 전속적 합의임을 이유로 소의 각하를, 피고 구글코리아는 구글플레이 서비스의 주체가 아님을 이유로 청구의 기각을 각 구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관할약관의 무효 근거로 약관규제법(“약관법”)상 재판관할약관의 불공정성(제14조)과 비서면합의성, 합리적 관련성 부존재, 공서양속 위반,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에의 비적용 등을 주장하였다.


판결의 요지

 법원은 먼저 국제재판관할합의의 유효성의 준거법은 그 법정지의 법인 대한민국법이라고 전제하고 약관법 제14조의 국제적 적용에 관하여는 국제사법 제47조가 소비자계약의 준거법 지정 등에 관한 강행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는 점과 약관법의 입법목적을 고려할 때 약관규제법은 국제적 강행규정이 아니므로 캘리포니아 주법이 준거법인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아가 원고의 다른 주장에 대하여 (i) 전자문서에 의한 관할합의도 서면 관할합의임을 인정하고 (ii)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이 사건 앱의 배포ㆍ유통과 합리적 관련성이 있으며 (iii) 이 사건 관할약관은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하지 아니하고 (iv) 한국 공정거래법 위반 주장사건에 외국 법원에 전속적 관할 인정이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에 원고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판결을 하였다.


강행규정의국제적 적용에 관한 학설의 발전

 일반적으로 ‘강행규정(mandatory rules)’이라 하면 당사자의 합의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규정을 말하는바, 오늘날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이나 일반 소비자도 전자상거래 등 국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국제계약에 중소기업이나 개인을 보호하는 우리나라 강행규정의 적용 여부가 크게 증가하였다. 국제사법 제20조가 규정하는 것처럼 준거법에 불구하고 적용되는 강행규정을 이른바 “국제적 강행규정”이라고 부른다. 

 종래 우리 학설은 독일의 학설에 따라 국제적 강행규정인지 여부는 당해 규정의 의미와 목적을 조사하여 그 적용의지가 있는 경우이고 그 규정이 사적 이익의 조정보다는 주로 공적 이익에 봉사하는 경우 국제적 강행규정이 된다고 해석하였고, 우리 판례는 이 초기의 학설을 추수하였다. 약관법에 관하여도, 첫째 우리 약관법에는 구 독일 약관법이나 영국 불공정거래조건법과 같이 일정한 요건하에 준거법에 불구하고 약관법을 적용한다는 규정이 없어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에도 약관법을 적용한다는 입법자의 의지가 표현되어 있지 않고, 둘째 국제사법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준거법 지정과 재판관할에 관한 강행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으므로 약관법은 국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근래 종래의 학설과 판례를 수정하려는 견해가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견해들은 대체로 국제적 강행규정이라는 개념의 틀을 유지하되 그 범위를 공익뿐 아니라 사익도 보호하는 규정에까지 확장하고자 하는바 이러한 견해가 강행규정으로서 그 국제적 적용을 논의하는 법률로는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외국환거래법, 무역 관련 법률,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등의 공법과 소비자보호법, 근로자보호법, 하수급인보호법, 가맹점사업자보호법, 대리상/대리점보호법, 약관법 등 약자 보호 관련 법률의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국제적 강행규정의 개념에서 출발하는 견해의 문제점과 새로운 기준의 모색

 그러나 기존의 국제적 강행규정의 개념을 전제로 그 범위를 넓혀 보려는 견해는 그 개념의 불명확성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국제적 강행규정이라는 개념을 포기하고 일국의 강행규정이 당해 분쟁과 밀접한 관련 여부를 그 국제적 적용을 위한 1차적인 기준으로 하고 보충적으로 헌법이 규정하는 경제민주화 조항에 의거한 제한을 부가하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리 헌법상 중소기업 보호(123조 3항) 및 소비자보호(124조)를 비롯한 경제민주화(119조 2항) 규정은 경제정의의 실현이라는 인류의 기본적 가치를 천명하고 있으므로 강행규정의 국제적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보충적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약관법의 국제적 적용에 관하여도 우리 약관법의 법적 성격을 소비자보호법으로만 이해하여서는 안 된다. 독일 약관법은 그 제정 당시부터 소비자 약관을 그 주된 규제 대상으로 하고 상인에 대하여는 일부 조항만 예외적으로 적용하였던 반면 우리 약관법은 입법 당시부터 고객에 소비자 외에 상인을 포함시켰다. 따라서 우리 약관법의 해석에 독일 약관법의 규정과 해석을 원용하여서는 안 되며 소비자보호에 관한 국제사법의 특칙(제42조, 제47조)을 이유로 상인까지 보호하는 우리 약관법의 국제적 적용을 부인하여서도 안 될 것이다. 또한 약관법의 경제적 약자 보호의 취지 또한 국제적으로 관철되어야 할 것이다.

 본 사례는 플랫폼 기업의 약관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바 플랫폼 기업을 비롯한 국제적인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저지하고 그러한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법적, 저촉법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강행규정의 국제적 적용에 있어서도 약관법의 성격에 관한 새로운 해석론과 아울러 국제사법 제20조가 취하는 입법목적이라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기준을 버리고 헌법적 질서의 국제적 확장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채택하는 입법을 주창한다.

손경한 변호사
● 법무법인 화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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