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는 교육기부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나눔문화와 사회공헌 활동의 대표적 사례인 교육기부는 특히 대학생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올해 진행하는 교육기부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생 동아리 수는 41%나 늘었다고 합니다. 교육부에서도 교육기부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운영하며,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직접적으로 교육기부 활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육기부는 우리나라의 한 문화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교육기부 열풍의 하나로 ‘멘토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학생이 멘토가 되어 진행하기도 하고, 또는 관련 직종 종사자가 멘토가 되기도 하며, 그 분야의 전문가가 멘토가 되어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멘토링은 대부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진로’를 두고 많은 멘토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기부 열풍, 그리고 그 중에서도 멘토링 열풍은 분명 사회 전반적으로도, 또 각 개인에게도 좋은 현상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멘토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 현상만을 해결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청소년 그들의 요구에 맞추어 주기보다는, 사회에서 원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또 다시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현재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자 청소년 상담사가 꿈인 한 대학생으로서, 많은 상담사 분들을 만나 보고, 또 여러 활동을 하면서 중·고등학생들과 많이 만나며 대화를 해 보았습니다. 중·고등학생들과 만나서 대화를 해 보았을 때, 그들은 한결같이 현재 교육기부 트렌드인 ‘진로’가 고민이라고 말을 합니다. 물론 이 시기가 정체성을 찾고 진로를 계획하는 시기이지만, 어찌 보면 마치 ‘진로’가 문제여야 한다고 교육을 받은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그들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게 되면 그들에게는 ‘진로’가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그 아이들은 현실을 두려워합니다. 많은 어른들은 그들에게 “네가 원하는 꿈을 찾아. 우리가 도와 줄게.”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에게 “네가 원하는 것은 취미로 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해. 꼭 공부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그들에게 두려움과 자신의 꿈에 대한 거부감을 심어줍니다.
그런 과정 가운데 청소년들은 혼란을 겪게 되고,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뒤로 한 채 현실과 타협하며 자신의 꿈을 만들어냅니다. 현재 교육기부를 통해 여러 가지 체험활동을 제공하고, 여러 멘토링을 통해 지식을 전수해 주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체험’으로만 느끼게 됩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그저 ‘진로’를 찾기 위한 교육이 아닙니다. 그들은 ‘진짜 멘토’가 필요합니다. 그저 지식과 진로에 대한 조언을 전해 주는 것이 아닌 그들이 어떻게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 있게 제시해 줄 수 있는 그러한 멘토를 원합니다. 진짜 멘토란 정말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았으며, 그 정신으로 그들의 ‘정신’을 바꾸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모든 인생문제는 ‘생각과 정신’에서 시작됩니다. 이런 인생문제는 나이가 적든 많든 겪게 되는 것인데, 어릴 때부터 그러한 생각과 정신을 ‘바로’ 잡아 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커서도 똑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겪게 될 것입니다. 교육기부가 지금 이 상태로 계속 진행된다면 그들이 진로에 대해 많은 체험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이 진로를 설정해도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격이 될 것입니다.
그들에게 진정 ‘교육기부’를 하고 싶다면, 그들에게 진정 ‘멘토링’을 해 주고 싶다면 정말 제대로 된 ‘멘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대학생, 직업인, 전문인 어느 계층이든 상관없이 정말 제대로 된 ‘생각과 정신’을 가지고 그들의 마음에 열정을 살려 줄 수 있으며, 그들이 제대로 된 인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그런 멘토 말입니다. 저는 그러한 멘토를 만났고, 우리나라의 꿈나무인 청소년들에게 저와 같은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는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과 길이 아닌, 현실을 다스릴 수 있는 ‘정신’이 필요한 듯합니다. 청소년들은 그러한 정신을 심어 줄 수 있는 사람을 애타게 원하고 있고, 그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앞선 세대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입니다.
임원섭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